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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16 17:51 수정 : 2013.01.16 17:51

1. 애니팡 2. 캔디팡 3. 아이러브커피 4. 다함께 차차차 5. 드래곤 플라이트 6. 모두의 게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아침 8시20분. 직장인들을 태운 지하철 2호선이 달린다. 책이나 신문을 펼쳐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이가 많다. 승객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이들도 보인다. ‘모바일게임’에 푹 빠진 이들이다. 지하철 출퇴근 시간뿐 아니라 업무 짬짬이, 잠들기 전까지, 모바일게임은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게임은 작은 터치 화면을 이용한 초간단 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복잡한 게임이 어려웠던 쉰이 넘은 아버지나 게임에 큰 관심 없던 20대 여성까지 게임 소비자로 자리잡게 됐다. 얼리어답터나 게임 마니아가 게임을 즐기던 시대가 게임 1.0시대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손바닥에서 게임을 즐기는 지금은 게임 2.0시대다.

게임 대중화에 앞장선 것이 바로 ‘애니팡’이다. 동물 블록 3개를 맞춰 터뜨리는 애니팡은 2012년 여름 전국을 휩쓸며 국민게임으로 등극했다. 전세계 사용자가 70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의 막강한 네트워크가 애니팡 성공의 출발점이었다. 1분이라는 한정된 시간도 애니팡의 매력이다. 주어진 1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1분 동안 어떤 친구는 50만점을 넘고, 누구는 3만점밖에 못 딴다. 승부욕 강한 이들은 애니팡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10대부터 70대까지 빠져든 국민게임 ‘애니팡’.
최근에는 단순한 퍼즐구조인 애니팡 바람이 꺾이면서 새로운 모바일게임들이 애니팡의 뒤를 잇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경합중이다. 이 게임들은 애니팡의 단순함을 유지하면서 사용자의 지적인 부분을 더 자극하는 화려함으로 무장했다. ‘캔디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 ‘모두의 게임’, ‘다 함께 차차차’ 등이 차세대 주인공들이다. 인기 요소는 비슷하다. 카카오톡의 친구들과 점수 경쟁, ‘하트’로 대표되는 게임 초대장 기능, 점수 자랑하기 등.

캔디팡은 애니팡의 게임 스타일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애니팡 열풍 이후 ‘팡류’ 게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캔디팡은 애니팡보다 더 쉽다. 블록이 3개 모여 있는 부분을 그냥 손가락으로 누르면 된다. 여러 번 중첩해 블록을 깨면, 화려한 액션이 ‘팡팡’ 터진다. 애니팡처럼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대에 고루 인기가 있다. 캔디팡 이후 카카오톡에서 게임 왕좌를 위협한 것은 드래곤 플라이트다. 용을 탄 기사가 진로를 방해하는 몬스터를 피해 얼마나 멀리 날아가느냐를 판가름하는 게임이다. 몬스터와 충돌하지 않도록 아슬아슬하게 조작하는 묘미가 인기 요인이다. 엄지손가락만으로 게임이 가능하다. 드래곤 플라이트 마니아들은 지하철에서도 “우리끼리는 알아본다”고 자랑한다. 게임 자세가 다른 모바일게임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 갖가지 방법으로 게임머니를 얻으면 드래곤의 힘은 막강해진다. 오락실에서 갤러그에 푹 빠졌던 40대 이상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여성들에게 호감을 산 게임도 있다. ‘모두의 게임’은 다양한 게임을 한데 묶은 게임 종합 선물세트다. 두더지 잡기와 색종이 색깔 맞추기, 숫자 순서대로 빨리 누르기 등, 5가지 게임이 포함돼 있다. 더 많은 점수를 얻어야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모두의 게임’은 20대 초반 여성이 즐긴다. 아기자기한 5개 게임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 모음이고, 게임 자체도 단순하게 즐길 수 있어 좀더 복잡한 게임을 원하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인기다.

‘아이러브커피’도 여성들에게 인기다. 모바일게임 개발업체 파티스튜디오 이대형 대표의 실제 커피전문점 운영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일 뿐이지만, 단골도 확보해야 하고 좋은 원두도 들여놔야 커피숍 사업을 번창시킬 수 있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이나 커피숍을 운영하는 방식이 실제 커피숍 사업과 닮았다. ‘아이러브커피’의 인기에는 나만의 커피숍을 갖겠다는 월급쟁이들의 바람이 녹아 있다.

캔디팡과 애니팡이 형제뻘 게임이라면, 다함께 차차차는 드래곤 플라이트와 사촌뻘 되는 게임이다. 이름만 보면 트로트인가 하겠지만 자동차 게임이다. 장애물을 피해 가장 멀리까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게임이다. 장애물을 피해 먼 거리를 이동할수록 높은 점수를 얻는다. 드래곤 플라이트와 비슷하다. 하지만 연료가 바닥날 때까지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게임 시간을 1분으로 정한 애니팡, 캔디팡과 비슷하다. 다함께 차차차에서는 애니팡의 하트 대신 ‘타이어’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 스마트폰으로 통화와 문자 이용만 하던 50대 이상 사용자들도 끌어들일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최근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카카오톡 모바일게임은 지금, 서로의 장점을 취합하고 덜어내며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한동안은 카카오톡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경쟁형 게임이 모바일게임 왕좌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애니팡 등장 이후 모바일게임의 인기와 함께 디지털 세상 속 ‘관계의 역학’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가족이나 친구로 연결된 ‘강한 유대’보다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관계를 맺고 끊는 것이 쉬운 ‘약한 유대’가 힘을 발휘한 대표적인 사례다. 애니팡과 같은 게임은 카카오톡 속 ‘강한 유대’에 호소하는 게임이다. 디지털 세상 소통법이 ‘강한 유대’에서 ‘약한 유대’로 옮겨갔다가 다시 ‘강한 유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강한 유대’를 더 강조한 게임이 차세대 모바일게임 왕좌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소통에 더 깊게 관여한 게임이 탄생할 것이다. 애니팡이나 다 함께 차차차는 친구들끼리 하트나 타이어를 주고받지만 소통이 깊게 관여한 게임은 아니다. 단순히 점수를 자랑하고 하트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 카카오톡의 가장 큰 장점인 채팅 기능을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 혹은 친구와 채팅을 하다 바로 공통된 목적을 갖고 게임에 돌입할 수 있는 그런 게임 말이다. 모바일게임은 경쟁만 강요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소통이 핵심이다.

오원석 <블로터닷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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