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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3 18:26 수정 : 2013.01.23 18:26

[매거진 esc] 독자사연 맛 선물

지금은 명칭이 바뀐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이다. 지금 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급식을 먹는 관계로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겠지만 198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30, 40대는 도시락에 대한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내 기억에는 저학년은 도시락이 없었고 고학년에 올라오면서 도시락을 들고 다녔던 거 같다. 그 당시 남자아이들 도시락 메뉴로 최고 인기는 단연 소시지, 햄 종류였다. 특히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비엔나소시지는 최고의 인기였다. 항상 햄 반찬을 듬뿍 가지고 와서 점심시간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에 반해 나의 도시락 반찬은 양념한 깻잎, 고등어조림, 콩자반, 김치 등이었고, 밥은 항상 잡곡밥, 콩밥, 현미밥 등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훌륭한 웰빙 식단이지만 친구들은 이런 반찬들을 싫어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내 반찬통은 인기가 없었다. 그 당시 어린 꼬마의 입장에서는 왜 그리 창피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종종 부엌에서 몰래 고추장을 한 숟가락 퍼서 담고, 문방구에서 쥐포구이를 사서 몰래 찢어 반찬통에 넣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 그날은 친구들이 내 반찬통에 관심을 보였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이었다. 도시락을 들고 가는데 무슨 자갈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무슨 반찬인지 참 궁금했는데 점심시간이 되어 반찬통을 열어보니 조그만 조개에 빨간 양념이 발린 ‘꼬막무침’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친구들은 처음 보는 도시락 반찬에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반찬통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집에 가서 어머니께 이 반찬이 싫다고 투덜거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도시락 반찬이 없어서 밥만 들고 왔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참 무례한 행동이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상하게도 성인이 되어서 나는 이 꼬막무침을 보면 어릴 때의 아련한 추억들이 생각난다.

영화 <라따뚜이>에 나오는 음식비평가인 안톤 이고가 생쥐인 레미가 해준 음식 ‘라따뚜이’를 먹고, 어릴 때 친구에게 놀림받고 온 날 어머니가 해준 그 음식에 대한 기억을 회상했듯이, 이제는 나에게 꼬막무침은 소중하고 정성이 담신 추억의 맛이 되었다.

박태형/경남 창원시

응모 방법 ‘맛 선물’ 사연은 esc 블로그(blog.hani.co.kr/hesc)의 게시판 또는 끼니(kkini.hani.co.kr)의 ‘커뮤니티’에 200자 원고지 5장 안팎으로 올려주세요. 문의 메일에 연락처와 성함을 남겨주세요.

상품 로헤 5종 세트(냄비 3종, 프라이팬 2종)

문의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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