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의 물품보관 창고.
|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주부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9월 말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하차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선반에 가방을 두고 내렸던 것. 그 안에는 현금 60만원과 금 열돈이 들어 있었다. 서울메트로 콜센터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 상담직원은 허둥대는 이씨를 진정시킨 뒤 가방의 특징과 내용물을 확인하고 이씨가 하차한 시각, 탔던 전동차의 방향과 번호를 물었다. 이씨는 하차시각을 대충 짐작으로, 전동차는 내린 문이 계단과 얼마나 떨어졌는가 정도로 대답했다. 통화가 끝나고 30분쯤 뒤 콜센터 직원은 이씨한테 전화를 걸어 불광역에서 가방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개는 남의 물건에 손 안 대지만별의별 승객이 다 있거든요.
한 정거장 거리인 2분 동안에
별별 일이 다 생긴다고 봐야죠” 모든 유실물이 이처럼 급행처리되지는 않는다. 휴대폰, 카메라, 노트북, 현금이 든 지갑 등 귀중품이나 비행기 티켓처럼 시한이 정해진 것은 잃어버린 사람, 유실물센터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려 노력한다. 당연히 원위치에 걸리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하지만 유실물의 값어치가 낮을수록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유실물은 지하철 역무실, 공항 안내소, 치안센터나 파출소 등에 수습 또는 신고되는 게 첫 단계다. 주인과 그 연락처가 분명할 때는 곧바로 주인한테 연락이 간다. 하지만 누구 것인지 불분명하거나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들은 경찰서, 지하철, 전철 등 각급 유실물센터로 옮겨져 후속절차를 밟는다. 직원이 재차 꼼꼼하게 살펴 주인을 추정하고 그조차 여의치 않으면 사진을 찍어 간단한 유실물 정보와 함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분실자들은 유실물센터에 직접 연락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수습 여부를 확인한다. 자신의 것이 확실하면 직원의 확인 절차를 거쳐 신분증을 제시하면 착불 택배로 돌려받게 된다. 시내가 모여 강물이 되듯이 유실물이 한줄기로 모여 분량이 늘어나지만 갈수록 쭉정이가 돼 간다. 사막으로 흘러들어 사라지는 중동지방의 강과 흡사하다.
|
2. 유실물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지하철 전동차 선반.
3. 철길에 떨어진 유실물을 수거할 때 자루가 긴 집게를 사용한다.
|
주인에게 연락했다가
몰래 여행 발각되기도 일단 분실물 신고가 들어오면 콜센터에서는 종합관제소를 통해 열차번호와 현재의 위치를 확인한다. 한 사람의 가방을 찾자고 열차를 세울 수 없는 노릇. 열차의 진행속도를 고려해 3~5 정거장 앞의 역에 전화를 걸어 수색을 부탁한다. 모든 칸을 뒤져야 하는 때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세 역에 맡긴다. 의뢰받은 역에서는 손이 비는 직원을 내려보내 수색을 하고 물건을 찾았는지 여부를 콜센터에 회신한다. “찾는 물건 값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출동해요. 값어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콜센터에서 처리하는 분실물은 한달 300건 정도. 한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화는 5~10통, 간여하는 인원은 최대 10명이 된다. “일단 물건이 자기 손을 떠나서 시야에서 벗어나면 자기 게 아닙니다. 대개는 남의 물건에 손을 안 대지만 별의별 승객이 다 있거든요. 한 정거장 거리인 2분 동안에 별별 일이 다 생긴다고 봐야죠.” 하씨는 “바로 신고하면 찾을 확률이 높지만 평균적으로 20% 정도”라고 귀띔했다. 항공사 유실물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기내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크게 이동이 없고, 좌석번호를 추적하면 분실자의 신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 기내유실물 담당 김종화 과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신분증처럼 주인이 분명하거나 휴대폰, 지갑처럼 귀중품이 아니면 개별 연락을 않고 대개의 습득물을 유실물 사이트에 올린 다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 “한번은 좌석번호를 확인해 유실물 주인한테 연락을 한 적이 있어요. 휴대폰이 안 돼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아내 되시는 분이 전화를 받더라구요. 항공사인데 남편이 비행기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니까, 남편이 외국여행을 다 했냐면서 깜짝 놀라더군요.” 그는 함부로 고객정보를 열어보면 어떡하냐, 버리고 온 건데 그깟 일로 전화를 하느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물건을 찾아주면 80~90%는 좋아하겠지만 이 서비스를 불가피하게 자기 물건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는 승객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실물 상담 담당 최윤미 사원은 비행기의 특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를 들었다. 한 승객이 싱가포르~인천 편 기내에서 아이팟을 분실했는데, 그 비행기가 인천~삿포로 편을 거쳐 삿포로~인천 편으로 국내에 돌아와서 분실 사흘 뒤 해당 좌석 포켓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동일한 좌석을 이용한 두명의 승객조차 몰랐을 수도 있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모두 비행기의 특수성이라고 봐야죠.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문 사례입니다.”
|
대한항공 유실물센터 창고. 목베개가 가장 많다.
|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