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23 20:47 수정 : 2013.01.24 14:57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유실물센터의 물품보관 창고.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주부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9월 말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약수역에서 하차하고 나서 아차 싶었다. 선반에 가방을 두고 내렸던 것. 그 안에는 현금 60만원과 금 열돈이 들어 있었다. 서울메트로 콜센터로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콜센터 상담직원은 허둥대는 이씨를 진정시킨 뒤 가방의 특징과 내용물을 확인하고 이씨가 하차한 시각, 탔던 전동차의 방향과 번호를 물었다. 이씨는 하차시각을 대충 짐작으로, 전동차는 내린 문이 계단과 얼마나 떨어졌는가 정도로 대답했다. 통화가 끝나고 30분쯤 뒤 콜센터 직원은 이씨한테 전화를 걸어 불광역에서 가방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씨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개는 남의 물건에 손 안 대지만
별의별 승객이 다 있거든요.
한 정거장 거리인 2분 동안에
별별 일이 다 생긴다고 봐야죠”

모든 유실물이 이처럼 급행처리되지는 않는다. 휴대폰, 카메라, 노트북, 현금이 든 지갑 등 귀중품이나 비행기 티켓처럼 시한이 정해진 것은 잃어버린 사람, 유실물센터 모두 신경을 곤두세워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려 노력한다. 당연히 원위치에 걸리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하지만 유실물의 값어치가 낮을수록 회복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유실물은 지하철 역무실, 공항 안내소, 치안센터나 파출소 등에 수습 또는 신고되는 게 첫 단계다. 주인과 그 연락처가 분명할 때는 곧바로 주인한테 연락이 간다. 하지만 누구 것인지 불분명하거나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들은 경찰서, 지하철, 전철 등 각급 유실물센터로 옮겨져 후속절차를 밟는다. 직원이 재차 꼼꼼하게 살펴 주인을 추정하고 그조차 여의치 않으면 사진을 찍어 간단한 유실물 정보와 함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분실자들은 유실물센터에 직접 연락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해 수습 여부를 확인한다. 자신의 것이 확실하면 직원의 확인 절차를 거쳐 신분증을 제시하면 착불 택배로 돌려받게 된다. 시내가 모여 강물이 되듯이 유실물이 한줄기로 모여 분량이 늘어나지만 갈수록 쭉정이가 돼 간다. 사막으로 흘러들어 사라지는 중동지방의 강과 흡사하다.

2. 유실물이 가장 많이 발견되는 지하철 전동차 선반. 3. 철길에 떨어진 유실물을 수거할 때 자루가 긴 집게를 사용한다.

인천공항경찰대 자료를 보면 이런 현상이 확연하다. 지난해 2만4207건의 습득물 가운데 1만4204건을 주인한테 돌려줬는데, 여권·신분증류(100%), 전자기기류(64%), 휴대폰(62%), 지갑·현금(47%), 여행가방(46%), 쇼핑백(29%), 의류(19%), 책·안경·기타(11%) 순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89%인 1만989건이 15일 이내에 주인 곁으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서울메트로 콜센터.

“내린 직후 열차 진행방향, 하차시각, 전동차 번호를 알면 분실물을 찾기 쉬워요.” 하민아 콜센터장은 승객이 탔던 것으로 간주되는 열차의 앞뒤편, 물건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전동차와 그 앞뒤 칸 등 범위를 넓혀 수색한다고 말했다. 다급해하는 승객의 정보는 대부분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기내 습득물 좌석번호 확인해
주인에게 연락했다가
몰래 여행 발각되기도

일단 분실물 신고가 들어오면 콜센터에서는 종합관제소를 통해 열차번호와 현재의 위치를 확인한다. 한 사람의 가방을 찾자고 열차를 세울 수 없는 노릇. 열차의 진행속도를 고려해 3~5 정거장 앞의 역에 전화를 걸어 수색을 부탁한다. 모든 칸을 뒤져야 하는 때는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세 역에 맡긴다. 의뢰받은 역에서는 손이 비는 직원을 내려보내 수색을 하고 물건을 찾았는지 여부를 콜센터에 회신한다. “찾는 물건 값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출동해요. 값어치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콜센터에서 처리하는 분실물은 한달 300건 정도. 한건을 해결하기 위해 전화는 5~10통, 간여하는 인원은 최대 10명이 된다.

“일단 물건이 자기 손을 떠나서 시야에서 벗어나면 자기 게 아닙니다. 대개는 남의 물건에 손을 안 대지만 별의별 승객이 다 있거든요. 한 정거장 거리인 2분 동안에 별별 일이 다 생긴다고 봐야죠.” 하씨는 “바로 신고하면 찾을 확률이 높지만 평균적으로 20% 정도”라고 귀띔했다.

항공사 유실물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기내에서 잃어버린 물건은 크게 이동이 없고, 좌석번호를 추적하면 분실자의 신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 기내유실물 담당 김종화 과장은 뜻밖의 말을 했다.

신분증처럼 주인이 분명하거나 휴대폰, 지갑처럼 귀중품이 아니면 개별 연락을 않고 대개의 습득물을 유실물 사이트에 올린 다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린다는 것.

“한번은 좌석번호를 확인해 유실물 주인한테 연락을 한 적이 있어요. 휴대폰이 안 돼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마침 아내 되시는 분이 전화를 받더라구요. 항공사인데 남편이 비행기에 물건을 두고 내렸다니까, 남편이 외국여행을 다 했냐면서 깜짝 놀라더군요.”

그는 함부로 고객정보를 열어보면 어떡하냐, 버리고 온 건데 그깟 일로 전화를 하느냐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물건을 찾아주면 80~90%는 좋아하겠지만 이 서비스를 불가피하게 자기 물건을 찾으려는 의지가 있는 승객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실물 상담 담당 최윤미 사원은 비행기의 특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를 들었다.

한 승객이 싱가포르~인천 편 기내에서 아이팟을 분실했는데, 그 비행기가 인천~삿포로 편을 거쳐 삿포로~인천 편으로 국내에 돌아와서 분실 사흘 뒤 해당 좌석 포켓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동일한 좌석을 이용한 두명의 승객조차 몰랐을 수도 있고,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모두 비행기의 특수성이라고 봐야죠.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문 사례입니다.”

대한항공 유실물센터 창고. 목베개가 가장 많다.
기내 습득물들 역시 독특하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목베개, 책, 안경이 많다. 휴대폰, 지갑류는 각각 53, 64%가 주인을 찾아가는 반면 이들은 각각 5, 8, 19%만 주인이 찾아간다. 특히 목베개는 인계율이 낮은데다 부피가 커서 통상적인 보관기간 90일과 달리 30일 정도 보관한다. 귀중품은 공항경찰대로 이관한다.

공항청사 서쪽 편에 있는 공항경찰대 유실물센터. 공항청사 내 체크인 지역의 관세물품을 제외한 모든 구역의 유실물을 관리한다.

역설적이게도 여행필수품인 여권·신분증류가 23%로 유실물 가운데 가장 많다. 센터장 이미정 경장은 “대부분 입국신고, 세관검사대에서 수습되는데 여행을 마친 뒤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 유실물의 특징은 폐기물과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항공사에서 개인이 무료로 부칠 수 있는 수화물을 하나로 줄이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큰 짐 두개를 가져왔다가 10만원에 이르는 탁송비용이 아까워 둘 중 하나를 버리고 가는 것. 멀쩡한 가방에 쓸 만한 물건이 들어 있고, 부피가 많이 나가나 비교적 값이 싼 김이나 라면상자 등이 출국수속장에 놓여 있으니 유실물센터로 거둬들일 수밖에.

“김, 라면 외에 전기밥솥처럼 10만원 미만의 생활용품이 다수 수습돼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난 뒤 갖고 나가려다 포기한 재활용 옷 보따리도 눈에 띕니다.” 이 경장은 수속장 근처에 포기한 수화물을 모아두는 장소를 따로 마련해 두면 좋겠다고 했다. 괜히 유실물과 섞여 쓸데없는 관리비용만 늘어난다는 것이다.

신고 1년 뒤 습득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 예가 거의 없는 점도 특이하다. 습득 또는 신고자 대부분이 공항 종사자들인데 이들은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6000명에 이르는 종사자 외에 일반인이 습득했다고 해도 데스크에 무명으로 맡기고 간다.

유실물 경매인 사이에 공항경찰대 물이 좋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그런 이유다. 경찰대에서는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해 술, 담배, 화장품, 전자제품, 귀금속 외에는 폐기해오다 지난해에는 쓸 만한 생활용품을 선별해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했다. 앞으로 자원 재활용 차원에서 6개월마다 기증할 것이라고 한다.

이 경장은 최종 경매처리되는 기간이 1년6개월14일로 제한되면서 유실물의 가치가 현저하게 하락한다며 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유권 있는 습득자가 거의 없는 공항의 특수성 때문에 신고 1년 뒤면 처리할 수 있는데도 반년 동안 더 붙들고 있어야 하는 것도 불합리하다고 했다. 지하철, 우체국, 경찰서의 유실물센터 사정이나 담당 직원들의 의견은 대체로 비슷했다.

“유실물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데, 폐기물까지 섞여든 창고를 언제까지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