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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30 19:07 수정 : 2013.01.30 19:07

[매거진 esc] 스타일

입춘이 나흘 앞이다. 그런데도 바깥은 봄기운 느끼기에 아직 춥다. 설을 지나 2월 중순까지는 몇차례 한파가 더 이어질 것이라니, 살랑이는 봄바람은 좀더 기다리는 게 좋겠다. 하지만 겨울 한복판에서 봄을 기다리는 여심이야 추위조차 막지 못할 터. 겨울 할인판매 기간이 끝나가는 백화점 매장에는 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중충한 색의 패딩 점퍼를 입고 뒤뚱거리며 이곳에 들어서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 것만 같아 멋쩍어진다. 가장 빨리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한 코너가 바로 화장품 매장이다.

올봄 메이크업 트렌드
한동안 사라졌던
파란 섀도의 부활

에스티로더 퓨어컬러 컬렉션. 1. 아이섀도 팔레트 시앤스카이. 2. 일루미네이팅 파우더 젤리. 3. 네일 래커.
입춘을 앞두고 여러 화장품업체에서 올해 봄과 여름의 색조화장 경향을 앞다퉈 발표한다. 경쟁적으로 새로운 광고 문구나 표현을 내세우지만, 이 경향은 업체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색조화장 경향은 연초에 하늘에서 점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에서? 올해 봄·여름 색조화장 경향에 앞서 이 부분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트렌드는 일단 한 해 트렌드 색깔이 어떤 색이 되느냐에서부터 시작해요. 그 색을 활용한 패션 트렌드가 등장하고, 그 뒤에 메이크업 트렌드가 따라 나오죠. 화장이라는 게 얼굴만 따로 떼어 놓고 보는 게 아니잖아요.” 에스티로더 코리아의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우현 차장이 말했다. 지난 25일 에스티로더에서 13년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색조화장 트렌드에 대해 물었다.

‘봄’ 하면 떠올리는 색으로는 은은하고 따뜻한 파스텔색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업계에선 파스텔색이라고 다 같은 파스텔색이 아니다. 지난해는 따뜻한 색(웜 컬러) 계열이, 올해는 차가운 색(쿨 컬러) 계열이 유행할 전망이다. 웜 컬러는 노란색을 바탕으로 한 것이 많고, 쿨 컬러는 흰색 느낌을 바탕으로 한다. 조우현 차장은 “지난해는 웜 컬러인 주황색이 히트를 했는데, 올해는 쿨 컬러인 분홍색이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분홍색이 쿨 컬러인가? 일반적인 느낌 또는 선입견상 핑크는 따뜻한 색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분홍색은 쿨 컬러에 속한다. 지난해에도 분홍색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차이가 있다. “지난해 분홍색은 베이지색이 바탕이 되는, 피부색에 가까운 분홍색 립스틱이 많았는데, 올해는 진분홍색과 같은 순수한 분홍색에 가까운 색의 립스틱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 사이에 매번 이렇게 큰 변화가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1년 사이라도 색조화장 경향이 크게 바뀌곤 해요. 예전보다 트렌드 변화 속도가 많이 빨라진 거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경력 13년 동안 조 차장이 체감하는 트렌드 변화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눈 색조화장 경향을 들어봤다. 일단 겁이 났다. “아주 오랜만에 등장한 색이 있어요. 파란색이요. 하늘색에 가까운 색이죠. 업계에서는 아쿠아블루라고 불러요.” 파란색? 대학교 1학년 시절 사서 발랐던 파란색 아이섀도가 떠올랐다. 눈두덩이 멍 분장에 가장 좋은 색이라는 것을 당시 깨달았을 뿐이다. 조우현 차장은 겁을 먹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파란색이 표현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분홍색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색이에요. 눈매 성형 수준의 화장을 즐겨 하는 한국인들인데, 이 파란색을 쓰면 눈이 깊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거든요.”

핫핑크 립스틱 등
전반적으로 색 강렬해져
메이크업 전
피부톤 정확한 진단부터

사진 왼쪽부터 맥 립스틱 캔디얌얌, 임패션드, 리커블.
같은 날 열린 맥(MAC)의 봄·여름 메이크업 트렌드쇼에서도 파란색이 등장했다. 하늘색보다는 짙은 남색에 가까운 섀도는 확실히 눈매를 깊게 표현하는 데 적합해 보였다. 유행할 립스틱 색에 대한 진단도 유사했다. 분홍색 중에서도 장미색에 가까운 제품이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었다.

눈 색조화장 방식은 이번 겨울에 이어, 진한 화장 방식이 꾸준히 유행할 전망이다. 가을과 겨울에 유행했던 정도보다는 옅어 보일 수 있지만, 지난봄에 견줘서는 진해졌다. “화장 방식에 있어서는 ‘반전 메이크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조우현 차장의 말에 또 솔깃해진다. ‘반전 메이크업’은 또 뭐람. “팜파탈과 순수한 소녀의 이미지를 동시에 연출하는 색조화장 방식을 말하는 거예요. 눈매는 진하게, 입술은 발랄한 분홍빛으로 섞어서 표현하는 거죠.”

색조화장 경향을 안다 한들 거리를 보면, 과감한 화장을 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가 뭘까? “한국인들의 특징이에요. ‘안 한 듯한 화장’을 최고로 여기죠. 그래서 화장술도 무척 정교하고요. 정교함은 세계 어디를 내놔도 최고일걸요”라고 조 차장은 말했다.

색조화장 경향을 친절히 설명하던 그는 몇가지 당부의 말을 건넸다. “메이크업을 해달라는 고객 열명 중에 아홉명은 ‘자연스럽게 해달라’는 주문을 하세요. 그런데 색조화장을 한다면, 그 ‘색’이 주는 재미가 있거든요. 많은 분들이 화장을 공부할 뿐, 즐기지는 못하시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그렇다. “또 많은 분들은 ‘여기가 마음에 안 드니, 이곳을 커버해 주세요’라고 말하세요. 거의 대부분요. ‘내 얼굴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여기예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죠. 자신감을 좀더 가져도 될 텐데 말이에요.”

그의 말이 대부분 맞지만, 정작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조우현 차장은 “색조화장품을 살 때를 잘 활용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색조화장품을 파는 곳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화장을 한번 맡겨보세요. 당신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이 직관적으로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막상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도움까지 받는 것을 번거롭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생각이라면, 자신의 피부톤이라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좋아요. 사람마다 차가운 색이 어울리는지, 따뜻한 색이 어울리는지 다르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피부를 차가운 색(쿨톤)에 가깝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70% 정도 돼요. 실제로는 60% 정도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자신의 피부톤을 판단하는 법? 메이크업 제품을 파는 매장의 점원이나 상주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물어봐야 한다. 다만, 한 사람에게만 묻지 말고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 색상 공부를 한 사람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글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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