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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30 20:22 수정 : 2013.01.30 20:22

파주시 봉일천에 있는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의 대량재고 창고.

[매거진 esc] 라이프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 서울에 광화문, 강남, 잠실, 목동, 영등포 등 다섯 지점 외에 분당, 부천, 안양, 인천, 대구, 부산, 센텀시티, 창원 등 전국 주요 거점을 장악하고 있다. 그에 더해 온라인에서는 독자들과 일대일 관계를 유지하면서 독서계를 쥐락펴락한다. 하루 도서 판매량은 온-오프 합쳐 무려 21만부.

도대체 이토록 많은 책을 어떻게 때맞춰 전국에 공급하는 걸까? 게다가 하루 2만5000건에 이르는 온라인 주문에 응해, 책을 어떻게 하나하나 수배하고, 어떻게 당일 또는 하루 만에 배송하는 걸까?

파주 북시티 제2물류센터.
교보문고 파주 물류센터
내부 최초 공개
오프라인 배후기지
온라인 기지로 나눠 운영

지난 24, 25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에 있는 제1물류센터와 파주북시티에 있는 제2물류센터를 돌아보았다. 교보는 10년 이상 쌓아온 노하우가 새나가는 것을 우려해 외부 노출을 꺼리다가 <한겨레>에 처음으로 속살을 공개했다. 그곳에서 책의 존재는 오로지 물건과 속도였다. 텍스트로 존재하는 출판사와 서점의 책에 익숙한 기자의 눈에 비현실 또는 초현실로 비쳤다.

봉일천 제1물류센터(센터장 유경숙)는 오프라인의 배후기지다. 땅값이 낮고 출판사 90%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 북부에 위치해 출판사들의 책을 수렴하고 전국 14개 지점과 8개 대학분점으로 분산한다. 오전 7시20분부터 광화문~연신내~구파발~봉일천 노선으로 셔틀버스 2대가 일산~마두~화정~봉일천 노선과 함께 150명의 ‘알바’를 실어 나른다. 9시가 되면 소터(분류기)와 컨베이어가 윙~ 하고 돌아가고 오후 5시50분이면 멈춘다. 소터는 입고된 책의 바코드를 읽어 주문처별로 분류하는 장치. 1층 입고장 일꾼들은 출판사에서 들어온 책 뭉치를 끌러 컨베이어에 싣는다. 책들은 소터를 거쳐 수도권과 지역으로 크게 나뉘어 카운트되면서 전날 전국에서 집계된 주문량의 숫자를 하나씩 떨군다.

2층 서고의 알바들은 흡사 개미굴 속의 일개미들. 빈 상자와 주문명세표를 들고 3단 높이의 서가 사이를 누비면서 명세표에 적힌 책을 뽑아 상자를 채우고 명세표의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간다. 이렇게 꽉꽉 채워진 상자들은 1층의 출판사에서 직행한 책 박스와 합류해 또다른 소터를 거치며 지점·분야별 300여 가지로 나뉘어 포장된다. 포장된 상자는 트럭에 실려 수도권은 당일, 많으면 하루 두 차례 배송되고, 지역점으로는 밤새 고속도로를 타고 다음날 오전에 배송된다. 이렇게 봉일천을 거치는 책은 하루 평균 12만권. 흐름이 둔해 서고에 오래 머무는 책과 급할 때를 대비한 여유분을 합쳐 재고량은 170만권에 이른다.

파주북시티 제2물류센터(센터장 김순미)는 교보 물류의 꽃. 2009년 본사 건물 지하 1~2층, 지상 1~2층에 마련된 2물류센터는 온라인 기지다. 하루 처리물량은 2만5000건으로 평균 9만권의 책이 100만권 안팎의 재고와 뒤섞이며 흘러간다.

온라인 주문
하루 2만5천건·9만권
컨베이어벨트에서
움직이며 포장돼

제2물류센터 서고. 2층 높이로 늘어선 서가들은 대나무 숲 같은데 가까이 가면 닭장처럼 생겼다.
온라인 판매의 특징은 일대다수. 책의 종수, 권수가 제각각인 2만5000건의 주문에 차질 없이, 그것도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여 응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최대한 이른 시간에 책을 조달하고, 서고에서 능률적으로 뽑아내 포장해서 배달해야 한다. 그래서 구축한 것이 자동물류시스템. 입고-집책(서가에서 책 뽑아내기)-출고-포장 과정을 자동화해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했다.

책세상에서 물류란 출판사와 독자(또는 서점) 사이의 인터페이스. 그 단계에서 책은 500g~1㎏ 크기로 잘게 쪼개진 하중인 동시에 최대한 빨리 분류되고 그곳을 관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물건이다. 그러기에 인문사회, 역사, 소설, 경영, 과학 등 분야는 고상하여 무의미하다. 다만 ‘무게있는 물건의 이동’ 즉 물동량이 문제될 뿐이다.

출판사에서 온 책들은 판매 순위에 따라 네 등급으로 나뉜다. A등급은 1~800위, B등급은 801~9500위, C·D등급은 9501위 미만이다. 이어 40~50권들이 플라스틱 상자에 담겨 등급에 맞춰 영역이 구분된 서고로 들어간다. 책의 들고 남은 대부분 A등급에서 이뤄지고, B등급은 가장 많은 손길을 요구하며, C·D등급은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큰 몫을 한다.

2물류센터의 장관은 지하 1~2층을 털어 만든 서고. 2층 높이의 철제 서가의 빽빽하기가 마치 대나무 숲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각각의 서가는 닭장처럼 칸칸이 책상자를 품고 있다. 마주 보는 두 서가와 그 사이를 빠르게 오는 한 대의 크레인이 한 단위가 되고, 이런 단위가 중첩되어 A, B, C·D 섹터를 구성한다.

서고에서 불려나온 책 상자에서 책을 뽑아내는 모습.
책뽑기는 책꽂이(서가)가 실렉터(책 뽑는 이) 앞으로 옮아오는 방식이다. 빌딩 2층 높이의 철제 서가가 통째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면 상상력 부족이다. 크레인이 서가 사이를 빠르게 오가면서 닭장 안에서 40~50권 단위로 잘게 나누어진 책 상자를 빼내어 컨베이어벨트에 옮겨 놓으면 벨트가 책상자를 곱다시 움직여 일꾼 앞으로 대령한다. (단, A섹터는 실렉터가 늘어선 책상자에서 책을 뽑는다.) 봉일천에서 숙련자가 한 시간에 80종의 책을 뽑아내는 데 비해 이곳에서는 크레인 한 대가 250~300종을 감당한다. 3~4배 효율적이다.

일꾼은 제자리에 꼼짝도 않고 주문받은 책을 상자에서 빼내어 1권, 2~13권, 대량 주문자로 분류해 각각의 빈 상자에 담는다. 책을 내준 상자는 다시 서가의 빈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주문자별로 나뉘어 책이 담긴 상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포장·발송장으로 옮겨간다. 주문에서 발송까지 빠르면 1시간 안에 끝난다. 하지만 적은 수의 일꾼들은 끊임없이 밀려드는 상자에서 책을 뽑으랴, 주문명세표에 맞춰 재분류하랴,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클레임은 건수 기준 0.3~0.4%. 대부분 파본이나 변심으로 인한 반품이고 책이 바뀐 예는 거의 없다고 하니 그 점만큼은 자동화가 좋기는 좋다.

두 물류센터 모두 남초지대인 게 공통점. 독자를 직접 상대하는 매장이 여성지대인 데 비해 책이 물건과 속도로 치환된 공간은 건조한 남성들한테 제격인 모양이다. 하지만 센터장은 모두 섬세한 여성이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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