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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요리
데쳐도 구워도 쫄깃함이 살아있네~
<태백산맥>으로 전국구스타 된 벌교 꼬막
참꼬막, 피꼬막, 새꼬막으로 분류 촉각 등을 총동원해 구입해야 되는 까다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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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읍 꼬막. 보성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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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모시조개도
지금이 제철 꼬막 까는 기계가 매우 유용하다. 주민들은 예부터 주로 손으로 까먹었다고 한다. “우리는 쉬워요. 손톱 밑 살을 이용하죠. 꼬막 주둥이 반대편 양쪽 턱을 양손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벌리죠.” 데쳐 먹는 꼬막 맛이 최고지만, 요즘 벌교는 꼬막장조림, 꼬막탕수육 등 다양한 꼬막요리들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꼬막만 찾으면 다른 조개류들이 섭섭하다. 키조개는 크기가 단연 으뜸이다. 일반 조개의 몇 배다. 조개껍데기가 벌어지지 않게 하는 근육을 폐각근(패주, 관자)이라고 하는데, 키조개는 폐각근이 매우 발달해 식용한다. 서양요리에 등장하는 ‘관자요리’다. 2~3월에 잡은 게 맛나단다. 홍합은 정말 흔한 놈들이다. 흥건하게 푹 끓인 홍합탕은 술꾼들의 애장품이다. 홍합은 말리기도 한다. 말린 홍합은 국물이나 조림용이다. 우리나라 고유종 홍합은 수심 깊은 곳에 산다. 내성이 강한 지중해산 홍합이 서식하면서부터 연안에 살던 우리 홍합이 밀려났다. 요리사 윤정진씨 기억에는 울릉도 홍합밥 맛이 선명하다. 밥을 한 다음 섞는 게 아니라 밥을 지을 때부터 넣어 맛을 낸다. 가리비는 모양도 예쁘다. 껍질째 석쇠에 굽고 칼집 내 양념장 얹어 먹으면 맛나다. 가리비의 패주 부분을 먹는다. 4~5월이 맛나다. 프랑스 요리의 고급 재료다. 프랑스레스토랑 ‘라 싸브어’ 주인 진경수 셰프가 ‘아뮈즈부슈’(Amuse-bouche. 한입 크기의 식전 음식)로 내는 ‘토마토샐러드 곁들인 가리비 관자구이’는 우아한 관자의 자태가 잘 드러난다. 이밖에 다른 조개류들도 제철은 가을에서 겨울, 봄까지다. 소라 가운데 뿔소라는 주로 파도가 많이 치는 데 있다. 겨울부터 늦봄이 제철이다. 산 소라는 들어보면 묵직하다. 내장은 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바지락도 홍합만큼이나 흔하다. 값도 싸다. 주로 국물용이다. 꽃 이름이 연상돼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백합. 껍질 두 쪽이 딱 붙어 있어 부부의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백합죽은 별미로 알려져 있다. 가을부터 봄철이 맛난 모시조개도 국물 내기에는 최고 재료다. 향긋한 냉이를 만난 모시조개탕은 봄날의 들뜬 마음이다. 새조개는 조개 속살이 새부리와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데친 시금치와 살짝 익힌 새조개를 샤브샤브로 먹으면 단맛이 배가된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제철이다. 개조개는 껍데기 길이가 약 10㎝나 된다. 5~8월만 빼면 늘 즐길 수 있다. 윤정진 셰프는 경상도 지역에서 많이 먹는 개조개미역국이 일품이라고 칭찬한다. 튀김옷을 입히지도 않고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조개조리법도 있다. 여경옥 셰프는 180도 뜨거운 기름에 1, 2초 담갔다가 빨리 건져내는 법을 알려준다. 수분이 덜 빠져나가 부드럽다고 한다. “우리는 ‘기름에 데친다’고 말해요.” 조개의 계절, 섬세한 선택과 조리법이 우리 혀와 뇌를 즐겁게 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문헌 <우리 생선 이야기>·도움말 국립수산과학원 신윤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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