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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6 18:33 수정 : 2013.02.08 15:28

[매거진 esc] 요리
데쳐도 구워도 쫄깃함이 살아있네~

<태백산맥>으로 전국구
스타 된 벌교 꼬막
참꼬막, 피꼬막, 새꼬막으로 분류

촉각 등을 총동원해 구입해야 되는 까다로운 놈이다.

벌교읍 꼬막. 보성군청 제공
조개는 껍데기가 두 장인 놈과 한 쪽만 있는 놈으로 나뉜다. 꼬막, 홍합, 바지락 등이 전자에 속하고 전복은 후자다. 바위에 붙어사는 놈들도 있고, 개펄이나 모래에 사는 녀석들도 있다. 요즘 제철을 맞은 조개류의 대표선수는 꼬막이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덕에 전남 보성군 벌교읍 꼬막(오른쪽 사진)은 전국구 스타가 됐다. 팬들은 차로 몇 시간을 달려서 간다. 오래전 꼬막은 ‘고막’이라 불렸다고 한다. 지역 주민의 센 발음 탓인지는 몰라도 언제부터인가 ‘꼬막’이 됐다. 꼬막은 참꼬막, 피꼬막(피조개), 새꼬막, 세 종류다. 일반 조개류가 체액이 흰색인 데 반해 꼬막은 붉은색이다. 헤모글로빈이 있어서다.

세월을 이겨낸 술집 작부의 깊이 파인 얼굴 주름처럼 껍질에 파인 골 수에 따라 구별한다. 참꼬막은 약 21골로 골이 깊다. 피꼬막은 약 41골인데 크기도 두 배고 털도 있다. 새꼬막은 약 31골로 골이 낮다. 이 중에서 최고는 참꼬막이다. ‘참교육’, ‘참사랑’ 같은 단어를 퍼뜩 떠올리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참’이 들어간 건 왠지 닿지 못할 이상향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참꼬막은 먹기 쉽지 않다. 일단 양식이 안 된다. 최소 5년, 길게는 10년 동안 자연이 키워내야만 먹을 수 있다. 기계로 채취도 안 된다. 개펄 깊은 곳에 꼭꼭 숨어 있기 때문이다. 동진수산(전남 보성군 벌교읍 소재) 장동범 대표는 “15~20년 전만 해도 20㎏짜리 포대를 한 사람이 70포대는 만들었는데 요새는 2개 만들기도 힘들다”고 한다. 환경오염, 줄어드는 개펄 등이 요인이다. 양식하는 새꼬막과 피꼬막은 종패(씨조개)를 뿌리고 1~2년이면 먹을 수 있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것은 이들이다.

가격 차도 크다. 장씨는 “최근 구정(설) 대목 산지 경매가는 20㎏ 기준 참꼬막이 34만원, 새꼬막이 6만~10만원, 피꼬막이 10만~20만원”이라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에도 벌교산 참꼬막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대신 일본산 참꼬막이 많다. 제대로 참꼬막을 맛보려면 역시 벌교행 기차에 몸을 실어야 하나 보다. 10월 하순부터 이듬해 5월까지 맛나다고 장씨는 말한다.

꼬막은 익히는 방법이 중요하다. 장씨는 “삶는 게 아니고 데친다고 해야 맞는다”고 한다. 벌교 주민들의 방식이다. 마치 시금치 데치는 것처럼 말이다. 과정은 이렇다. 꼬막을 충분히 씻어낸다. 꼬막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80~90도까지 끓이다가 꼬막을 넣고 약 2~3분 정도 위아래로 저어준다. 그다음에는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다음 1~2분 후 꺼내면 된다. 혹은 물이 완전히 끓고 난 다음 찬 물을 한 컵 붓고 꼬막을 넣어도 된다. 장씨는 “반숙으로 보면 되는데 이 상태가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껍데기가 안 벌어진 상태다. 그는 “푹 삶아버리면 조개가 벌어지는데 영양 손실이 크고 제대로 꼬막 맛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삶기보다는 데치는 게 제맛
키조개·모시조개도
지금이 제철

꼬막 까는 기계가 매우 유용하다. 주민들은 예부터 주로 손으로 까먹었다고 한다. “우리는 쉬워요. 손톱 밑 살을 이용하죠. 꼬막 주둥이 반대편 양쪽 턱을 양손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벌리죠.” 데쳐 먹는 꼬막 맛이 최고지만, 요즘 벌교는 꼬막장조림, 꼬막탕수육 등 다양한 꼬막요리들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꼬막만 찾으면 다른 조개류들이 섭섭하다. 키조개는 크기가 단연 으뜸이다. 일반 조개의 몇 배다. 조개껍데기가 벌어지지 않게 하는 근육을 폐각근(패주, 관자)이라고 하는데, 키조개는 폐각근이 매우 발달해 식용한다. 서양요리에 등장하는 ‘관자요리’다. 2~3월에 잡은 게 맛나단다. 홍합은 정말 흔한 놈들이다. 흥건하게 푹 끓인 홍합탕은 술꾼들의 애장품이다. 홍합은 말리기도 한다. 말린 홍합은 국물이나 조림용이다. 우리나라 고유종 홍합은 수심 깊은 곳에 산다. 내성이 강한 지중해산 홍합이 서식하면서부터 연안에 살던 우리 홍합이 밀려났다. 요리사 윤정진씨 기억에는 울릉도 홍합밥 맛이 선명하다. 밥을 한 다음 섞는 게 아니라 밥을 지을 때부터 넣어 맛을 낸다.

가리비는 모양도 예쁘다. 껍질째 석쇠에 굽고 칼집 내 양념장 얹어 먹으면 맛나다. 가리비의 패주 부분을 먹는다. 4~5월이 맛나다. 프랑스 요리의 고급 재료다. 프랑스레스토랑 ‘라 싸브어’ 주인 진경수 셰프가 ‘아뮈즈부슈’(Amuse-bouche. 한입 크기의 식전 음식)로 내는 ‘토마토샐러드 곁들인 가리비 관자구이’는 우아한 관자의 자태가 잘 드러난다.

이밖에 다른 조개류들도 제철은 가을에서 겨울, 봄까지다. 소라 가운데 뿔소라는 주로 파도가 많이 치는 데 있다. 겨울부터 늦봄이 제철이다. 산 소라는 들어보면 묵직하다. 내장은 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바지락도 홍합만큼이나 흔하다. 값도 싸다. 주로 국물용이다. 꽃 이름이 연상돼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백합. 껍질 두 쪽이 딱 붙어 있어 부부의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백합죽은 별미로 알려져 있다. 가을부터 봄철이 맛난 모시조개도 국물 내기에는 최고 재료다. 향긋한 냉이를 만난 모시조개탕은 봄날의 들뜬 마음이다. 새조개는 조개 속살이 새부리와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데친 시금치와 살짝 익힌 새조개를 샤브샤브로 먹으면 단맛이 배가된다. 가을에서 겨울까지 제철이다. 개조개는 껍데기 길이가 약 10㎝나 된다. 5~8월만 빼면 늘 즐길 수 있다. 윤정진 셰프는 경상도 지역에서 많이 먹는 개조개미역국이 일품이라고 칭찬한다.

튀김옷을 입히지도 않고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조개조리법도 있다. 여경옥 셰프는 180도 뜨거운 기름에 1, 2초 담갔다가 빨리 건져내는 법을 알려준다. 수분이 덜 빠져나가 부드럽다고 한다. “우리는 ‘기름에 데친다’고 말해요.”

조개의 계절, 섬세한 선택과 조리법이 우리 혀와 뇌를 즐겁게 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문헌 <우리 생선 이야기>·도움말 국립수산과학원 신윤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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