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제주 게스트하우스들
낚시투어, 우쿨렐레 레슨 등
개성있는 프로그램으로 경쟁
게스트하우스 커플도 탄생
게스트하우스는 대개 주요 도시 기차역 주변이나 관광지, 또는 대로변 가까이에 몰려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하는 이들이 주로 찾아드는 숙소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고객끌기 경쟁이 벌어지면서, 특이한 테마를 내걸거나 이색 프로그램을 짜 운영하는 곳이 크게 늘고 있다. 전국 주요 지역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과 특색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을 알아본다. 단, 게스트하우스의 매력은 시설·테마에도 있지만, 함께 머무는 낯선 여행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서 극대화된다는 점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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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내무반’ 게스트하우스. 3. 서귀포시 표선면의 ‘짝’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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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재미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은 어디? 제주도의 게스트하우스들은 대부분 올레길 주변에 몰려 있다. 대체로 각 지역이 고른 분포를 보인다. 굳이, 비교적 많은 숙소가 모여 있는 곳을 꼽는다면 서귀포시 대정읍, 안덕면, 성산읍과 제주시 한경면, 구좌읍 등을 들 수 있다.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픽업 서비스를 하고 있어, 이용자들도 위치보다는 이색 테마, 시설, 주인장의 성품, 운영 프로그램 등을 많이 고려한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곳에선 낚싯대·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는 곳이 많다. 도미토리 1인 1만5천~2만원 선.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의 가자올레 게스트하우스는 아예 낚시투어를 간판으로 내걸고 운영하는 곳이다. 낚싯대 20여대를 준비해 놓고, 낚시광인 주인장이 꿰고 있는 주변의 낚시포인트로 체험낚시를 거의 매일 떠난다. 1인 1만원에 채비·미끼를 준비해 주고 잡은 물고기로 회도 떠준다. 주인장은 “낚시체험은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고 자랑했다.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의 게으른소나기는 제주 전통 돌집을 그대로 숙소로 쓰는 곳. 이곳의 매력은 주인장이 우쿨렐레 연주를 가르쳐 준다는 점이다. 30분 정도 배우면 누구나 1곡은 연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제주도에서 가장 파격적이고 이색적인 게스트하우스는 구좌읍 하도리의 내무반 게스트하우스다. 이름 그대로, 숙소를 군부대 내무반 막사 형식으로 꾸며, 복도 좌우로 마련된 침상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 옷가지를 개어 정리하는 관물대도 있다. 곳곳에 ‘초전박살’ ‘충성’ ‘단결’ 등 구호가 난무한다. 심지어 군대 매점인 피엑스도 있고, 족구장도 있다. 군에 갔다 온 남성이라면 무쇠난로 옆에서 반합에 라면을 끓여 먹으며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곳.
홀로 여행하는 젊은 남녀에게 방송 프로그램 ‘짝’을 본떠 만남을 주선해 인기를 끄는 곳도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의 짝 게스트하우스에선, 저녁 바비큐파티를 남녀 여행자들에게 1호·2호 등 번호표를 달도록 한 뒤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방송 프로그램 분위기로 접어들어 다들 재미있어한다”는 게 주인장의 말이다. 은근히 이 자리를 기대하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인장은 “서로 사귀다 실제로 연인이 되었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연락을 몇번 받았다”고 귀띔했다.
까사보니따(제주시 조천읍 대흘리)는 스페인식 요리로 이름난 게스트하우스다. 이름도 ‘예쁜 집’이란 스페인어다. 아침·저녁식사로 스페인식 치즈오믈렛, 스페인 음료인 상그리아 등이 나온다. 손님에게 호텔식으로 깨끗한 새 이불과 매트리스, 베갯잇 등을 내주어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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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tip
어떻게 고를까
게스트하우스를 고를 땐 어떤 점을 봐야 할까. 여행작가 신영철씨의 도움말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가장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낯선 여행길의 여행자가 첫번째로 고려해야 할 점이다. 픽업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많지만, 이동 편의를 위해 대중교통으로 닿을 수 있는 곳을 고르는 게 좋다. 다음은 잠자리. 사실 도미토리룸은 여러 여행자가 2층 침대에서 함께 자므로,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최대한 편안해야 한다. 철제 침대는 피하는 게 좋다. 삐걱이는 소음이 들릴 경우가 많기 때문. 목재 침대의 경우 철제에 비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위층보다는 아래층이 숙면에 좋다. 다음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위기를 보도록 한다. 방문 후기를 검색해 보면, 함께 어울리며 즐기는 분위기, 조용하고 명상적인 분위기, 주인장의 성품과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색깔이 드러난다. 조식이 포함되는지 여부, 도미토리룸의 남녀 구분 여부, 서비스로 제공되는 것들 등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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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주·순천 등 밀집지역의 인기 게스트하우스 서울 지역의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 외국인 전용 공간이다. 홍대 앞, 북촌, 이태원 등에 몰려 있다. 홍대 앞에만 150여곳이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각 지역의 내·외국인 겸용 게스트하우스들은 주로 저렴한 기차여행을 즐기는 대학생들이 급증하며 최근 몇년 새 생겨난 곳들이다.
부산의 경우 해운대 해변 주변에 50여곳이 몰려 있다. 특히 지난해 중동·우동 일대에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새로 들어서 성업중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들과 어울리며 세계여행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시설이 고급스러운 곳이 많아, 숙박비도 여느 지역에 비해 비싼 편이다. 도미토리 1인 2만~3만원이 대부분.
중동의 콘도미니엄 건물에 들어선 601게스트하우스는 고급스럽고 깨끗한 시설이 돋보이는 곳.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가면 곧바로 해운대 해변이 펼쳐진다는 점이 매력이다. 주인장은 “손님 중 절반에 이르는 외국인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공연 감상 등을 주선해 주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구남로의 게스트하우스 인은 해운대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우윳빛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화장실에 욕실용품·비데를 갖춰놓을 만큼 쾌적한 시설, 자체 운영하는 요트 프로그램 등이 장점이다.
전주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옥민박 형식의 숙소들이 몰려 있다. 그러나 도미토리를 갖춘 게스트하우스는 4~5곳 정도다. 전동성당길의 베가 게스트하우스는 6인·4인실 도미토리 3개를 갖춘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 인도의 공동체마을 오로빌(아우로빌)에서 살다 온 부부가 명상센터 분위기로 꾸며 운영하는 곳이다. 여성 전용답게 청결·아늑한 것이 장점. 교동의 차마당은 도미토리가 없고 방이 2개뿐인 소규모 한옥집이지만, 주인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행 안내를 하고 모임도 만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단골손님들이 찾는다는 곳이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점은 불편하다.
순천은 주변에 선암사, 순천만 갈대숲 등 볼거리가 많아, 젊은 기차여행객들이 몰리면서 게스트하우스들도 늘어난 곳이다. 순천역 주변에 10곳 정도가 있다. 장천동의 남도게스트하우스 순천점(광주점도 있다)은 주인장의 배려가 돋보이는 곳. 신청하면 맛집투어, 시내 볼거리투어를 진행한다. 여행자들의 빨래를 대신 해주기도 한다. 호텔 매니저 출신 주인장이 운영하는 여수 고소동의 플라잉피그에선 4명 이상이 신청하면 실비만 받고 금오산투어, 향일암 해돋이투어 등을 진행한다.
이밖에 게스트하우스들이 여러 곳 들어선 도시로 광주광역시, 경남 통영, 경북 경주와 강원도 강릉 등이 있다. 지리산 둘레길 주변인 구례(3곳)·남원(1곳) 등에도 게스트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글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사진제공 꿈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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