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2.13 23:04 수정 : 2013.02.13 23:04

박명철(28)씨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나홀로 여행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생각을 하며, 얼마의 비용으로 여행하고 있을까.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2곳에서 각각 마주친 남녀 2명의 사연을 들었다. 두 사람 공통점. 모두 희망을 향해 여행중이었다.

‘잠’에서 만난 남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란 걸 새삼 느꼈어요.” 부슬비가 내리는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잠 게스트하우스 앞. 배낭 지고 비닐옷을 입은 청년이 홀로, 조용히 앉아 있다. 5일 일정으로 여행 와 올레길을 걷고 있는 박명철(28·서울 노량진본동)씨다. 박씨는, 졸업 뒤 교사 임용시험에 3년 연속 떨어진 뒤 좌절해 있다가 나홀로 여행을 계획했다. 대학 시절 홀로 타이 배낭여행 때 카오산로드 게스트하우스에서 겪었던 두려움·설렘의 추억도 한몫했다.

“일·장래 같은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려고요. 숙소도 조용한 곳을 찾죠.” 박씨는 이번 여행에 20만원을 준비했다. 항공료는 마일리지를 이용했다. 아침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토스트로 때우고 점심·저녁은 허름한 식당에서 찌개류를 먹는다. “아껴 쓰면 버틸 만해요. 바비큐파티 참가를 자제한다면요.” 여행자끼리 대화는 하되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모임엔 빠진다는 설명이다. 숙소도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 걷기를 마친 곳 주변에서 가장 싼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 찾아 들어간다. 박씨는 “지역과 자연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여행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비옷을 야무지게 여미고 일어서며 박씨가 말했다. “마음은 많이 편안해졌습니다. 자신감도 다시 생겼고요.”

김건희(33)씨
‘짝’에서 만난 여자 “전, 혼자 여행 자주 해요.” 서귀포시 표선면의 짝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스쿠터 뒤에 커다란 가방을 묶으며 떠날 준비를 하던 김건희(33·부산 범전동)씨. 제주도 여행이 5번째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처음이란다. “회사 그만두고 떠났어요. 마음 정리 좀 하려고요.” 7일 일정 중 4일째라는 김씨는 이곳에서 이틀을 묵었다. “게스트하우스란 게 묵어 보니 정말 재밌네요.” 처음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쑥스러웠는데, 서로 같은 처지란 걸 알고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됐단다. 김씨는 부산에서 온 여행자들과 친해져, 따로 만나기로 했다며 기뻐했다. 김씨는 스쿠터를 빌려 타고 여행한다. 저가항공 세일을 이용해, 편도 2만6100원짜리 항공권을 샀다는 김씨는 경비로 50만원을 준비해 왔다. “바비큐파티도 참가하고, 경비는 여유있게 쓰려고 해요. 여행이니까요.” 마음을 다 털었다는 김씨는 ‘새 직장’에 대해 생각중이다. “푹 쉬고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제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커버스토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