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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알농장의 애견닭 사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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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애완닭 농장 주인 김씨의 꿈과 좌절
병아리 부화해 닭 키우는애완 인구 늘어나
도올 집에서 닭 키우며
<계림수필> 집필하기도 “사람들이 새대가리니 닭대가리니 하여, 지능이 낮다는 뜻으로 쓰는데, 과연 닭의 머리가 나쁠까?” 도올 김용옥은 한해 동안 서울 자신의 집에서 닭을 기르며 쓴 일기책 <계림수필>(2009)에서 일반인들의 닭에 대한 상식을 뒤집어 ‘아니다’라고 말한다. 닭의 지능이 낮다는 생각은 순전히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인간은 상징성이나 기억능력을 중심으로 자기의 지능과 가까우면 머리가 좋다, 그렇지 않은 것을 머리가 나쁘다고 한다. 개에 대해 영리하다는 평가와 함께 애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개들이 인간을 닮아 인간의 말을 잘 듣고 따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닭은 행동 패턴이 인간화되어 있지 않아 성급하고 아둔해 보인다. 개를 키울 때는 조금 못난 아이를 키우는 것 같아 거기서 배울 것이 없는 반면 닭은 인간화되어 있지 않기에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얻는다. 즉, 닭이 자연의 리듬을 존중하며 천리에 따라 살기 때문에 그것의 삶에서 천지의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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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조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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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가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애완닭들. 전국닭사랑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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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쌍에 700만원까지
소규모 생산자 늘면서
씨암탉 값 뚝 떨어져 강화알농장(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옥림리) 주인 김한조(58)씨는 닭의 장점이 뭐냐는 물음에 “꿩 먹고 알 먹고”라는 한마디 말로 줄이고 대신 여러가지 단점을 들었다. 김씨한테도 이태 전 닭값, 알값이 ‘똥값’이 되기 전까지 닭은 ‘황금알 낳는 거위’였다. “비쌀 때는 신품종 한쌍에 700만원 주고 사들였어요. 100만원 이하는 드물었지요. 병아리도 한쌍에 30만원 했고 알도 15만원씩 했어요.” 김씨는 8년 전 그가 운영하던 대학가 당구장 세곳을 정리해 3억원을 들여 강화도에 터를 잡았다. 미국 뉴욕 플러싱에서 야채상을 하다 한국에 빈손으로 돌아온 그가 당구장으로 자본을 모은 뒤 유망해 보이는 애완닭으로 갈아탄 것이다.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 닭을 외국에서 들여와 교잡을 통해 청란(푸른색 알)을 낳는 회색, 백색, 흑색의 닭 세 종류를 만들어냈다. 청란계는 애완용은 물론 알이 당뇨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알 하나에 5천원씩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해 연매출 2억원까지 올렸다. 2010년에는 방송사에서 창의적인 일인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농장에는 도둑이 끓었다. 알을 품는 암탉을 둥지째 훔쳐가기도 했다. 그한테서 유정란을 사간 이들은 인공부화해 큰 닭으로 키워 독자적으로 알을 받아 팔았다. 소규모 생산자들이 기하급수로 늘어나 달걀값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고 100만원 하던 씨암탉 값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 비쌀 때 줄을 서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언젠가 꺾일 거라고 예측했지만 1년 만에 바닥을 칠 줄은 몰랐죠. 다음 소득원으로 왕관앵무를 지목해 개체수를 늘리고 있었는데, 닭값이 떨어지면서 사료값을 대기 위해 그마저 팔아야 했어요. 한해만 유예됐더라면 사정이 달라졌을 텐데….” 김씨는 몇 개의 카드를 돌려막다 지난해 4월 그예 신용불량자가 됐다. 주인의 의욕이 사라지자 깔끔하던 닭장도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김씨의 부침은 애완닭이 관상용 동물인 동시에 투자와 생산이 가능한 상품인 특성에서 비롯한 것. 본업 외의 부업 또는 늘그막 소일거리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김씨는 실제 알을 사간 사람들 대부분이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7천만원 빚을 털고 먹거리를 자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 13일 만난 김씨 부부는 날이 풀리는 대로 계사 5개 동 가운데 2개 동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약초를 심을 참이라고 했다. 부부는 지난해 계사 뒤 빈자리에 씨앗을 뿌려 시험재배에 성공한 터다. 김씨 부부는 이태 뒤에 와보면 달라져 있을 거라고 했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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