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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7 19:40 수정 : 2013.02.27 19:40

재래식 화장실과 현대화한 공공화장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올림픽·월드컵 등
국제행사 치르며
화장실에 문화 개념 덧붙여

어렸을 적 화장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따위의 화장실 괴담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인분으로 퇴비를 만들기 위해 아슬아슬한 발판을 간신히 걸쳐 놓은 시골 외갓집의 화장실부터,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공중 재래식 화장실은 아찔한 악취와 함께 공포심도 함께 주었다. 하지만 화장실 괴담이 요즘 어린이들에게 먹힐는지 의문이다. 시골에서도 재래식 화장실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요즘이다.

국내 공공화장실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깔끔함을 자랑한다. 다른 나라의 공공화장실과 국내 공공화장실을 비교해보면, 깔끔함뿐 아니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바로, ‘문화’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의 화장실, 고속도로 휴게
인분으로 퇴비를 만들 수 있는 생태 화장실.
소의 화장실, 대형 건물의 화장실, 어느 곳이나 ‘문화’가 있는 화장실임을 강조하는 곳이 많다. 시구나 명언을 붙여 놓을 뿐 아니라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문화’가 있는 국내 화장실 문화는 첨단을 달리고 있다.

이러한 ‘화장실 문화’의 확산은 몇 번의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시작됐다. 세계인들을 향한 대한민국 광고판으로 화장실을 활용하면서부터다. 그 시작은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와 19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공공화장실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여전히 ‘화장실’이라는 말보다는 ‘변소’라는 말이 더 많이 회자되던 때였다. 이 두 국제행사를 거치면서, 전국 관광지와 도심 곳곳에 공공화장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올림픽 때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 두 행사로 문화와 화장실이 접목되기 시작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당시는 겨우 공공화장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올림픽 뒤 맞은 또 한번의 국제 이벤트,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화장실 문화 보급은 본격화했다. 월드컵 유치가 확정된 1997년부터다. 행정안전부와 몇몇 단체들이 꼽은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선정도 이즈음 시작됐다.

옛날 뒷간식 생태화장실
도시농부들 관심
소변 밀폐용기 담아
오줌거름 만들기도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경기도 덕평 휴게소 화장실.
일반 가정의 화장실은 배변 행위를 하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섰다. 공공화장실에 문화가 덧입혀지는 사이, 일반 가정의 화장실은 건강과 치유의 공간으로 변신중이다. 온갖 입욕제와 아이디어 욕실용품은 화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을 연장시킨다. 한 온라인쇼핑몰 관계자는 “일반 생활용품 가운데 화장지부터 방향제, 입욕제까지 화장실 관련 용품은 날로 고급화하고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1990년대 말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비데도 일반 가정의 화장실 풍경과 그 기능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요즘은 비데뿐 아니라 소변기 놓는 것을 고려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2006년 한 아파트 건설업체에서 남성 소변기 설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뒤 소변기를 설치한다는 아파트는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한번의 이벤트로 그치는가 싶었다. 그런데 오는 4월 입주하는 한 아파트 단지에 소변기가 다시 설치됐다. 이곳에 소변기를 납품하는 업체의 한 영업사원은 “아직은 일반 가정에서 소변기를 설치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소변기 설치를 망설이는 이유는 바로 ‘악취’ 때문이다. 위생을 따지자면 남성용 소변기와 좌변기를 따로 놓는 것이 좋지만, 소변기의 냄새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럼에도 새로 집을 지으려는 이명화씨는 소변기를 설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악취는 제거할 방법을 강구하면 된다. 위생을 위해서는 소변기 설치가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남편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권유했지만, 평생 습관이 잘 고쳐지지 않더라.”

비데, 소변기 설치 등 화장실의 첨단 시설은 늘고 있다. 이 반대편에는 자연과 가까운 생태 화장실 만들기로 되돌아간 사람들이 있다. 생태 화장실은 시골에서 인분을 퇴비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뒷간과 그 쓰임과 모양새가 같다. 돌고 돌아 다시 옛 뒷간 문화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도시 농부들은 따로 뒷간을 만들지는 못해도 소변을 활용해 퇴비를 만들곤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소변을 밀폐된 용기에 넣어 2주 넘게 숙성시키면 된다. ‘오줌 거름’을 만들어본 도시 농부 백선우씨는 “지금은 도시에 살아 오줌 거름밖에 못 만드는데 귀촌이나 귀농을 하게 되면 옛날 뒷간을 꼭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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