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27 19:41
수정 : 2013.02.2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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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음향기기. 문화예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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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화장실에 흐르는 음악에 귀 기울여 본 적 있는가? 때로는 클래식이, 때로는 물소리와 새소리가 함께 흘러나온 화장실에 들어선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장실 음악을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1999년 화장실 음악은 첫선을 보였다. 지난 14년 동안 화장실 문화 관련 사업을 해오고 있는 정종배 문화예감 대표에게 화장실 음악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1999년 그가 화장실 음향기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화장실 문화 캠페인이 시작되던 때와 맞물린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둔 시점, 드나들던 동사무소와 구청 등의 화장실 캠페인 문구를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당시 깨끗한 화장실을 선보이자는 내용의 캠페인이 시작됐어요. 그러면서 함께 내건 문구가 ‘음악과 향기가 흐르는 화장실’이었죠. 그래서 생각했죠. 진짜로 화장실에 음악이 흐르면 어떻게 될까?” 정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구상하던 차였다.
당시는 시디가 음원으로 많이 활용되던 시기였다. 엠피3와 같은 디지털 음원은 생소하고 보편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쪽 일을 해왔던 정 대표에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석달 이상 틀면 수명이 다하는 시디를 버리고 메모리 반도체에 음원을 넣었다. 사람이 없는 화장실에서 음악이 흐를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인체 감지 센서를 다는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나왔다. 이렇게 음악이 흐르는 화장실은 태어났다.
화장실 음악은 정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만들기도 한다. 소리를 채집하거나, 직접 악기로 연주하기도 한다. 특히 박물관이나 동물원에 납품하는 음원을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다. “가사가 없는, 소리만 나오는 음향이 그런 곳에 어울리거든요.” 정 대표는 말했다. 그가 직접 연주를 할 때도 있다. 직원들도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을 하는 회사라고 해서 입사한 직원들도 꽤 되거든요. 수준급의 연주 실력을 갖춘 직원들이 그래서 많아요.”
화장실 음악을 막무가내로 트는 것은 아니다. 장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계절이다. “물소리는 여름이면 시원하게 들릴 텐데, 요즘 같은 겨울에는 춥게 느껴져요. 마찬가지 원리로 피아노 소리도 한겨울에는 날카롭게 들리죠. 그래서 겨울에는 같은 음악이라도 첼로 같은 부드러운 음색의 악기로 연주된 음악을 틀지요.” 연령대도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드나드는 곳은 동요를, 고학년은 어렵지 않은 퓨전 클래식, 중학생 이상은 많이 알려진 일반 클래식 음악을 듣게 하죠. 직장인들은 클래식 듣기를 지루해해서, 뉴에이지나 명상 음악을 선호해요.”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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