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06 18:52
수정 : 2013.03.06 18:52
[매거진 esc] 나의 첫 화장
고등학교 자율학습 시간, 난 그 칠흑같은 적막이 너무 싫었다. 그럴 때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죄 없는 손톱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나의 심심하기 짝이 없는 얼굴에 선명한 한 줄의 빛을 심어주고 싶었다. 지금은 의느님(?)의 손길로 바뀌었지만 가인의 눈을 닮았던 나의 눈은 당시 평가로는 말 그대로 ‘못난 눈’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동양인의 아름다움으로 극찬을 받고 있지만 선견지명이 없는 나는 파리가 앉았다가 다리 껴서 날아가지 못할 만큼 진한 쌍꺼풀이 탐났다. 사인펜으로 쌍꺼풀 라인을 그려보았다. 그러다가 침을 묻혀 문질러서 다시 아이라인이란 걸 그려보았다. 굵고 진하게 그려진 검은 라인의 힘이란 대단했다. 멍하니 거울 속 내 모습을 봤다. 나에게 희망이? 너무 커진 내 눈에 매료되어 며칠을 그 짓을 하고 다녔다. 땀만 나면 지워지고 꾸질꾸질한 땟국물이 흘러 상거지 되기 십상이었지만 수업시간 몰래 먹던 도시락만큼 너무나 스릴 넘치는 자율학습 시간의 막간 재미였다. 생애 처음 서툴렀던 나의 화장기술을 20년 후 세상 온 천지가 하고 다닐 줄이야!
김윤미/ 부산시 사상구 덕포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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