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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06 21:09 수정 : 2013.03.06 21:09

정선 화암면 북동리로 넘어가는 문치재.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사금 산지
정선 북동리
사금 채취체험마을로 변신

산나물 채취·감자캐기 등
산골마을 체험에
화가와 함께 하는
미술체험까지 가족 여행지로

전통 사금 채취 도구들.
문치재(무치재·732m). 화암동굴·소금강 등으로 이름난 강원도 정선의 화암면(옛 동면) 424번 지방도에서 북동리로 넘어가는 가파른 고개다. 6년 전에야 아스팔트로 포장된 열두 굽이 고갯길 아래, ‘막다른 마을’ 북동리가 있다. 북쪽으로 고양산(1152m), 동쪽의 문래산(1081m), 남쪽의 각희산(1082m) 등 1000m를 넘는 고봉들로 둘러싸인 곳이다. 찻길은 이 마을에서 끝나고 물길·산길만 가늘고 길게 남는다. 서쪽으로 트인, 한여름에 연초록 물빛이 매우 아름다운 덕산기계곡 쪽만 훤하게 열려, 오지 트레킹족들만이 간혹 마른 계곡을 따라 찾아들어오는 마을이다.

먼 산은 흰 눈에 덮여 눈 시리고, 마을 산비탈과 음지쪽 굽잇길에도 아직 눈과 얼음이 두껍게 쌓여 있다. 봄이 되려면 4월은 지나야 한다는 이 산골마을에도 다가오는 봄기운은 어쩔 수 없다. 평소 물이 드문 계곡 함바위골에도 눈 녹은 물이 불어나 물소리가 요란하고, 양지바른 물가의 버들강아지는 이미 포슬포슬한 새 움을 밀어올렸다.

조선시대부터 이름난 사금 산지, 일제 땐 곳곳에 금광 개발 36가구 50여명 주민이 논 한 뼘 없는 산비탈에서 밭을 일구며 사는 북동리. 그러나 일제강점기엔 주민 1500여명이 북적이며 살던 큰 마을이었다. “왜정 때 진작에 전깃불이 들어왔으니깐. 여기가 정선 읍내보담두 전기가 먼저 들어온 데래요.”(주민 장철지·73) 일제강점기 북동리는 이웃한 몰운리 한치마을 등과 함께 금광마을로 유명했다.

북동분교장 옆 골짜기에 방치된 옛채광 장비
화암면 일대의 금 채취 기록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00년대 이미 화암리·몰운리·한치리 등이 유명한 사금 산지로 알려져 있었다. 특히 1887년 정선군수로 부임한 오횡묵은 당시 사금 채취자 수와, 불법 채취 사실 등 현황을 파악해 자신의 집무일기인 <정선총쇄록>에 기록하고 있다.

금광 본격 개발은 1920년대 중반부터다. 골짜기마다 굴을 뚫고, 캐낸 금을 말이나 트럭에 실어 내갔다고 한다. 북동광산과 천포광산이 이름난 광업사들이었다. 고개 너머 화암리의 유명한 석회동굴 화암굴도 금광 채굴작업 중에 발견된 천연동굴이다. 당시 동면(현 화암면) 일대엔 마을마다 술집이 들어서 있었고, 북동리에도 양조장이 생겨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채광은 광복 이후 50년대 후반까지도 이어졌다. 주민 장윤지(68)씨는 “어른들은 금광에서 금 캐고 아이들과 노인네들은 냇가에서 흙을 일어 사금을 찾았다”고 말했다. 금광 개발은 90년대 후반에도 다시 추진하다가 중단됐다고 한다. 이때 쓰던 채굴장비 일부가 폐교된 북동분교장 뒤 골짜기에 남아 있다.

이 일대 금맥은 이제 수명을 다한 것일까. 장윤지씨가 말했다. “옛 어르신들 말로는, 이 주변에 묻힌 금이 소 한 마리라면 지금까지 캔 금은 소 뒷다리 한짝에 불과할 거라고 합디다.”

70년대 후반까지 골짜기마다 밀집해 있던 옛집들은 79년 들이닥친 대홍수 때 다 휩쓸려 내려갔다. 좁았던 물골은 두세배나 넓어졌고, 금광으로 붐비던 마을의 흔적들도 거의 사라졌다. ‘지(G)갤러리’ 그림 전시장·작업장으로 쓰이는, 폐교된 북동분교장 앞쪽 산기슭에 일제강점기에 뚫은 북동광산 갱도 입구가 있다. 금 캐던 열기로 뜨거웠을 금광 터엔, 찬 바람 뿜어져나오는 검은 구멍만 휑하니 뚫려 있다. 갱도 입구 바닥엔 작은 얼음기둥이 무수히 솟아나 깊고 어두운 세월의 한켠을 비춰준다.

‘G갤러리’(북동분교장) 안내판

봄부터 본격 사금 채취체험 진행 ‘노다지 마을’ 맥 잇기 ‘노다지 캐던 마을’ 북동리는 이제 한가한 산골마을로 돌아와 다시 새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옛 명성에 걸맞은 체험마을을 준비하며 기다린다.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해온 사금 채취 재현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가족단위 관광객을 끌어들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폐교 운동장 한쪽에 마련한 사금 채취 시설에서, 오는 5월 말부터 사금 채취 체험행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물가 주변의 흙을 퍼다가, 요즘 개발된 패닝접시·슬라이스 장비 등을 사용해 사금을 분리해 내는 체험이다. 마을 사무장(북동리사랑 영농조합 법인) 김형구(53)씨는 “지난해 몇번 시범 운영을 해본 결과 미량의 사금이 걸러져 나왔다”며 “체험객들이 늘어나면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사금 채취 체험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채취 체험과 함께 사금 형성 과정, 마을 금광 개발 역사, 그리고 나무함지와 싸리나무 발을 엮어 만든 옛 채취도구 등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사금 채취 체험은 북동리 주민들이 참여하는 두부 만들기, 인절미 만들기(떡메치기), 산나물 뜯기, 감자 캐기 등 갖가지 농촌 체험과 함께 진행된다. 김형구씨는 2년 전 부부가 귀농해 북동분교장 건물에 무료 그림 전시장·작업장(지갤러리)을 마련한 화가다. 김씨는 사금 채취 체험 행사의 한 과정으로 데생·드로잉 배우기, 가족 얼굴 그리기 등 미술 체험도 진행한다. 두부·인절미 만들기, 미술 체험 등은 5월 이전이라도 미리 신청하면 가능하다.

함바위골 최재규씨가 ‘파대치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새 쫓는 전통 도구 파대, 옻물내기 약수, 황기막걸리도 눈길 늦겨울 산골마을 풍경이 썰렁하게만 느껴진다면, 경로당을 찾아가 북동리 토박이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훈훈한 마을 이야기에 빠져들어 볼 만하다. 막걸리 한통 사들고 들어선다면, 심심풀이 화투 치던 남녀 어르신들이 방석 내주며 반겨줄 것이다. 80년대 후반 문치재 고갯길이 뚫리기 전까지 산길 넘어 정선장·임계장 오가며 고생한 이야기, 옻물내기 약수로 부스럼 고친 이야기, 무내리(수출동)·뒷골·월애곡·용골·고양산·가마바위·흰바위 등 골마다 언덕마다 전해오는 옛 지명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진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풍물들도 흥미롭다. 함바위골(흰바위골)에 사는 최재규(76)씨는 ‘파대치기’의 달인이다. 파대란 옛날부터 새나 짐승을 쫓기 위해 사용하던 도구로, 볏짚이나 귀릿짚, 나무껍질 등을 꼬아 만든 줄이다. 길이 3m가량으로 끝부분이 가늘다. 최씨가 파대를 잡고 몇 번 휘두르다 갑자기 반대편으로 꺾으며 허공을 후려치자 “딱!” 하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요게 끄터리가 너무 닳아 인제 소리가 즉게 나지만, 지대루 맹길어 냅다 치면 총소리보담두 커요. 까마구구 뭐이구 기냥 다 쬐껴가지.” 최씨는 함바위골에 사는 6가구 주민 중 유일한 토박이다.

장윤지씨의 부인 함영순(60)씨는 황기막걸리의 달인이다. 집에서 담가온 대로 약초 황기를 넣어 숙성시키는 옥수수막걸리로, 여름에 오래 보관해도 맛이 변하지 않고 숙취도 없다고 한다. 방문 1~2주일 전에 주문하면 된다.

북동리엔 오래 변하지 않는 맛을 지닌 것이 또 있다. 함바위골 산기슭 바위틈에서 솟는 옻물내기 약수다. 옛날부터 옻 오른 이들이 이 약수를 마시고 바르면 효과를 봤다고 전해온다. 철분이 섞이지 않은 무색·무취·무미의 약수다. 최재규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부스럼투성이 어르신들이 주루막을 지고 와서, 마시고 바르고 물을 받아 지고 가는 걸 수도 없이 봐왔다”고 했다. “고게 진짜 약물이래요. 병에 담아 몇달을 놔둬도 물맛도 빛깔도 고대로라니까.” 청정 산골마을 북동리 남녀 어르신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옻물내기 약수 자랑이다.

정선=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

직접 만드는 두부 맛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38번 국도~정선 남면소재지 나들목 59번 국도 좌회전~쇄재터널~덕우삼거리 424번 지방도 우회전~오산리 좌회전(다리 앞)~문치재~북동리.

먹을 곳 북동리의 유일한 식당 정선골(010-6388-2124)이 있다. 겨울엔 영업하지 않지만, 예약하면 요즘도 닭백숙·두부요리·산채비빔밥 등을 먹을 수 있다. 특히 두부는 예약하면 주인이 손님과 함께 직접 두부를 만들어 먹도록 한다. 북동리 마을회관에도 예약하면 간단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묵을 곳 겨울엔 마을 단체숙박시설이 문을 닫는다. 화암면소재지 주변의 여관·모텔이나 민둥산 들머리 남면 민둥산역(옛 증산역) 부근의 모텔·호텔을 이용한다.

주변 볼거리 화암동굴·화암약수·정선소금강·몰운대·광대곡·정선오일장·에코랜드(집와이어) 등.

여행 문의 북동리 마을 사무장 김형구씨 010-8766-9550, 화암면사무소 (033)562-2301,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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