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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6일 경기도 양평의 한 하천 지류에서 사금을 탐색하는 동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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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사금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숨어 있을까. 또 어떤 장비와 방식으로 채취하는 것일까. 사금 채취는 일반인이 주말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일’일까. 다년간 국내 하천을 더듬어 무동력 손작업으로 사금을 채취해온 ‘사금잡이’ 고수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사금과 사금 채취에 대한 궁금증들을 정리했다.
비중 높아 먼저 가라앉는
금의 성질로 인해
굵은 알금은 상류쪽
미세사금은 중하류에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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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 채취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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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금이란 하천 바닥이나 물가 땅속에 작은 알갱이 상태로 존재하는 자연금을 말한다. 암석 속에 다른 광물질과 섞여 있던 자연금이 오랜 세월에 걸쳐 떨어져나와 흘러내리며 마모된 조각들이다. 산과 바위에서 나오는 금은 따로 산금이라 부른다.
▣ 어떤 지역·지형에서 나오나 우리나라엔 곳곳에 금맥이 존재해, 대부분의 하천에서 사금이 발견된다고 한다. 1930년대 우리나라는 세계 5위권의 금 생산국이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금광풍이 불면서 일제에 의해 한반도에도 무수한 금광이 개발됐다. 따라서 금을 캐내던 지역의 하천들에서 사금이 많이 발견될 확률이 높다. 금맥이 존재하거나 금광이 있던 지역엔 ‘금’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사금잡이들이 탐사 대상으로 삼는 지역도 이런 곳들이다.
금은 비중이 높아 돌이나 모래에 비해 물에 덜 휩쓸리고 먼저 가라앉는다. 따라서 입자가 다소 굵은 알금은 상류 쪽에서, 미세사금은 중하류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사금이 모이는 곳은 하천이 굽이를 이루는 지역의 안쪽 퇴적층, 두 물길이 만나는 지역, 하천 바닥이 바위로 이뤄진 곳의 바위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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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닝접시에 사금만 남으면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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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은 “척 보면 포인트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산세와 물줄기 모양, 바위 형태와 색깔, 퇴적층의 위치 등을 보고 사금이 있을 만한 포인트를 짚어낸다. 이들은 물길 안팎의 바위틈과 함께 바위 고랑에 뿌리내린 잡초 뿌리 부분의 흙도 공략한다. 사금을 머금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세한 금 입자를 빨아들이는 특정 식물들의 군락을 보고 포인트를 찾거나, 산출되는 사금의 형태와 빛깔 등을 파악해 상·하류로 이동하며 사금을 찾기도 한다.
▣ 사금 채취 무엇으로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이 되는 장비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패닝접시(사금이 포함된 흙을 물과 함께 일어 사금을 분리해 내는 접시)다. 꽃삽 등으로 흙을 퍼 접시에 담고 물 흐름이 잔잔한 곳에서 이 접시를 적절히 흔들고 움직여 주면, 흙이나 모래를 흘려보내고 사금을 남길 수 있다. 금이 흙·모래보다 무거운 성질을 이용해 사금을 분리한다. 바가지로 쌀을 일어 돌을 골라내는 방식과 비슷하다. 미세사금일 경우엔 매우 정밀하고 조심스러운 패닝 기술이 필요하다.
수동 흡입펌프(수동 석션)는 사금이 포함된(것으로 여겨지는) 물속의 흙을 빨아들이는 도구다. 흔히 막힌 하수구를 뚫는 수동 피스톤 펌프를 개조해 사용한다. 이것으로 흙을 모아 패닝접시에 담는다. 분리한 사금은 스포이트로 빨아들여 보관한다. 좀더 많은 양의 사금 채취를 위해, 물이 흐르는 얕은 바닥에 설치해 놓고 흙·모래·자갈을 퍼올려 흘려보내는 슬라이스 판을 쓰기도 한다.
물속 지형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선 탐사경(수경)이 필요하다. 탐사경을 통해 바위틈의 흙과 이물질을 제거하고 틈에 낀 사금 조각을 핀셋으로 집어내기도 한다. 이밖에 물속 작업을 위한 목이 긴 장화, 자갈 거름용 철망, 사금을 보관하는 유리병, 사금·광석 관찰용 확대경(루페)도 요긴한 장비다.
일제강점기에
다량 채취하느라 뿌렸던
수은 아직도 발견돼
드물게 보석 원석 찾기도
▣ 어떤 형태의 사금이 얼마나 나오나 매우 가는 입자의 미세사금과 납작하게 눌린 고추씨 모양(엽상), 좁쌀 모양, 이빨 모양에서부터 간혹 작은 밤톨이나 손톱 크기의 큼직한 ‘금덩어리’(너깃 형태)까지 우리나라 하천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은 미세사금이나 매우 작은 납작한 금조각들이다. 납작한 조각들은 오랜 세월 물에 쓸리고 돌에 부딪치고 눌려 만들어진 것들이다. 순도는 50~60%에서 80~90%까지 다양한데, 덩어리 사금의 경우는 대개 석영 등과 섞인 모습으로 나와 순도는 떨어진다.
지난해 여름 강원도의 한 하천에서 36g짜리 ‘너깃’(손톱 크기)을 찾아냈다는 ‘e맑은세상’(38)은 “스나이핑(탐사경을 이용한 물속 탐사)으로 바위틈에 박힌 사금덩이를 핀셋으로 집어냈다”고 말했다.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데도, 초보자와 숙련자들이 잡아내는 사금의 양엔 큰 차이가 있다. 고수들은 한나절 작업으로 2g 안팎의 사금을 잡는다고 한다. 입문 1년이 지나도록 미세한 알금 몇 톨 구경하고 마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0.1㎜ 크기의 사금 몇 알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초보자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매우 크다고 한다. 자기 손으로 직접 자연 속에서 찾아낸 자연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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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나오는 큼직한 사금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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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금 채취는 불법 아닐까 하천은 본디 국가 재산이어서 하천에서 나오는 것들도 본질적으로 국가 재산에 속한다. 하지만 하천이 가진 자원인 물고기 등 생물과 돌들이 그렇듯이 일상적인 생활이나 취미 형태로 이뤄지는 소규모 채취는 용인된다고 한다. 대형 장비를 동원해 대규모 채취를 노리는 전문업자들은 법적 규제를 받는다. ‘태양중심’은 “미국·호주·일본 등에서도 취미생활로서의 수작업 사금 채취를 용인한다”며 “대만에선 사금 채취를 취미생활로 인정하는 판례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취미생활로서의 사금 채취는 패닝접시 등을 이용한 소규모 수작업 채취 활동을 말한다.
▣ 사금 채취 때 따라 나오는 것들 하천 바닥이나 바위틈, 물가 언저리 등엔 각양각색의 광석들이 널려 있다. 이들 중엔 납조각, 철사 토막, 엽전, 녹슨 총알, 수은 같은 인간이 남긴 흔적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5년간 전국 하천 곳곳을 탐사했다는 ‘마노’(43)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납 종류”라며 “간혹 수은 방울이 떼굴떼굴 굴러다녀 긴장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은의 경우 사금을 품어 뭉치게 하는 성질이 있어, 일제 때부터 사금을 다량으로 모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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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에는 수은도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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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써왔다. 이때 사용된 수은들이 일부 하천에 남아 있다고 한다.
사금잡이들은 수류탄·포탄 등 불발탄을 발견해 군부대 등에 신고하기도 한다. 하천 환경 지킴이 구실도 한다. ‘도연명’(49)은 “납·수은·불발탄 등 위험물질이 생각보다 많이 발견된다”며 “오폐수 불법 방류, 불법 토사 채취 등의 현장을 찾아내 지자체 등에 신고하는 것도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사금과 함께 루비·석류석 등 보석의 원석 조각들도 발견된다고 한다. 이런 원석이나 특이한 광물류 들을 찾아내면 각각 유리병에 담아 출처·날짜·이름 등을 표기해 보관해 두는 이가 많다.
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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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 사금 채취 취미활동 10계명 욕심내지 않기. 돈 벌려 하지 않기. 자연에 개입하지 않기. 환경 지키기. 혼자 다니지 않기. 떼로 몰려가지 않기. 쓰레기 되가져오기. 안전장비 갖추기. 공부하고 식견 높이기. 가족 먼저 생각하기.
▣ 사금 채취 정보 얻기 인터넷 카페 ‘금을 줍자’(cafe.naver.com/pangold), 사금 채취 도구와 사용방법(www.pangold.co.kr), 사금 채취 안내서 <주말 취미생활 사금 채취>(상상과열정).
▣ 사금 채취 체험 행사 강원 정선군 화암면 북동리(5~10월)와 전북 김제시 금구면 산성메마을(4~10월)에서 농촌체험 행사와 사금 채취 체험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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