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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3 17:59 수정 : 2013.03.13 17:59

[매거진 esc] 나의 점집문화답사기
관상집편 ②

불온한 점집 답사자를 경계하듯 쏟아지던 폭우와 교통체증을 뚫고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한 관상술자 ×선생의 하우스가 있다는 서울 최북단 대규모 아파트단지 내의 이면도로 어딘가. 철갑을 두른 듯 솟은 도봉산의 압도적 위용, 그리고 그것이 뿜어내는 배산임수적(아니, 임수는 빼고 배산만) 지세를 망연히 바라보던 필자의 뇌리를 불현듯 스치는 깨달음 하나가 있었으니, 아아, 이곳은 바로 그곳, 그러니까 과거 1세대 점술자들이 한 집 건너 한 하우스를 이루었던 수도권 점집문화의 발흥지, 도봉산 점집군락지 터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 내리는 폭우의 저변에 깔린 작두만신적 함의도 가히 짐작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 이는 불온한 점집 답사자의 내습을 맞아 온 도로를 강물로 만듦으로써 배산(背山)에 이은 임수(臨水) 지형까지도 완성해 수도권 점집문화 발흥지에 걸맞은 위엄을 떨쳐 보이고자 하는 지엄한 뜻 아니면 무엇이랴. 암튼.

똑같은 모양의 블록형 아파트들이 끝없이 늘어선 단지 내 안내표지판마저 보이지 않아 미로 속 햄스터처럼 길을 헤매고 또 헤매던 필자 일행은, 이곳이야말로 과연 관상집이 들어설 최적의 지세임을 체감치 않을 수 없었으니, 그렇다, ×선생은 찍어낸 듯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건물들의 미세한 차이점을 읽어 집을 찾아가는 정묘한 과정을 통해, 피점술자의 이목구비의 미세한 차이를 읽는 나노공학적 관찰력을 일상적으로 단련하여왔던 것이었으리. 아아, 바로 그때, 도봉산 내비장군님의 보살피심인가, 눈썰미 좋은 조교 ○씨의 환호성과 함께 ×선생의 하우스가 입주해 있는 동(棟)이 발견되는구나. 과연 숙달된 조교는 있고 볼 일이다.

하나, 천신만고 끝에 당도한 답사처의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필자 일행을 덮쳐온 것은 점집문화 발원지의 위엄 대신 초강력한 생활의 향취였다.

물론 주거와 하우스가 결합된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신점편 ○보살의 다세대 주택의 경우 보살 부부의 웨딩사진 걸린 벽을 뺀 나머지는 손님용, ○○할머니집의 경우 현관-거실-화장실 라인은 손님용, 나머지는 우리집, 뭐 이런 식으로 생활공간과 점술공간을 분리시켜놓고 있던 반면, ×선생의 하우스는 일백프로 배타적 생활구역이라는 느낌뿐이었으니, 어찌 아니 당황스러울쏜가.

게다가 하우스 진입을 허하는 ×선생의 칼칼한 음성 역시 배타적 향취 가득하여, 필자는 혹 선생이 관상을 통해 필자의 답사자로서의 정체성을 간파해낸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여기에, 각종 신발과 우산, 신문뭉치, 재활용 쓰레기봉지 등등이 뒤얽혀 혼란의 도가니탕을 이루던 현관은 가뜩이나 날씨에 부적합한 하이힐을 신고 온 ○씨의 진입을 더욱 곤란케 하고 있었으니, 출발부터 도착까지 답사는 실로 난관의 연속이었다 할 것이다.

그렇게 간신히 점술공간인 문간방으로 안내(라기보다는 거의 수납 또는 야적)된 필자. 안도의 한숨 내쉬는가 했거늘, 웬걸, 고난은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한동원 소설가 @HahnDong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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