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3.13 18:47 수정 : 2013.03.13 22:32

동탄 새도시에 열어 실패한 한 카페의 실내 벽장식. 감각 없는 벽돌로 된 장식이 실패 요인 중 하나였다.

[매거진 esc] 김태정의 카페창업 미스터리

이번 글은 카페 오픈에 관한 슬픈 이야기입니다. 저는 카페 오픈을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배우러 오셨습니다. 저는 그분들께 입지 분석 방법, 트렌드와 기호, 커피와 메뉴 개발 및 레시피 등 여러가지 카페창업과 관련된 에이비시(ABC)를 알려드렸습니다. 사실 제가 교육을 하고 나면 많은 분들이 카페창업을 포기합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카페창업 교육이 카페창업을 포기시키는 사회적 순기능을 담당했다고 자부합니다. 교육기간 내내 저는 카페창업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사례를 들어 꼼꼼하고 자세하게 말씀드립니다. 무분별하게 카페창업을 했다가 문을 닫게 되면 그 손실이 어마어마하기에 철저한 준비 없는 카페창업은 최대한 말리곤 합니다.

그런데 한 분이 덜컥 오픈을 준비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제가 봤을 때 아직 마음 자세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카페 오픈을 위한 준비가 덜 되었음에도, 강한 의지로 밀고 나가셨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 새도시의 카페가 많이 생기는 거리에 카페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고 계셔서 몇차례 방문해서 조언도 해드렸습니다.

A급 카페입지는 이미 다 다른 이들의 손으로 넘어간 상태였습니다. 시기를 벌써 놓친 거죠. 다른 이들보다 감이 없었던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주요 거리에서 더 들어간 안쪽에 입지를 정해야 했습니다. 시작부터 남들보다 뒤처진 상태라면 무조건 카페 자체의 힘으로 고객을 유인해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통할 수 있는 스타일과 콘셉트 설명을 자세히 해드렸습니다. 되도록 창업을 접을 것을 권유했습니다. 어언 두어달이 지났을 때입니다. 그 이후로는 연락이 통 없어 저는 카페를 포기했나 싶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그 자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카페는 새도시 젊은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밝고 환한 빈티지 카페가 아니었습니다. 신도시 부동산중개업을 운영하는 아저씨들이나 좋아할 만한 번들거리는 한옥 대문과 붉은 벽돌로 만든 어두침침한 카페가 오픈해 있었습니다. 너무 많이 슬펐습니다.

나중에 속사정을 알고 보니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카페 자본을 대준 60대 시아버지의 감각이 그대로 투영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실제 운영을 하는 며느리인 사장님의 발언은 자본의 논리에 밀려 묵살되고, 시아버님의 감각적인(?) 디자인 취향은 인테리어와 가구에 반영되어 카페 곳곳에 살아 숨쉬게 되었답니다.

카페는 주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다고 제가 그토록 강조하던 말이 적중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주인은 결국 시아버지였던 거죠. 며느리인 사장님께서 메뉴를 가지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오픈한 지 몇달 되지 않아 문을 닫았습니다. 손실 금액만도 몇억원은 족히 넘었을 거라 추정됩니다. 이야기의 전말을 듣게 된 저는 시아버님께 누구를 위한 참여와 조언이었는지 카톡을 보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여러분, 먹으러 가는 곳은 식당이라고 하고, 쉬기 위해 가는 곳은 카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 고객들이 쉬러 오는 곳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고객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카페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메뉴보다는 일단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합니다. 동탄 새도시에 50~60대 부동산중개업 아저씨들만 많았어도, 그 카페는 문을 닫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동탄 새도시는 젊은 주부들의 천국이 되어 버렸기에 안타까운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분이 이 글을 안 보기만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김태정 <카페 잘할 수 있을까?> 저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