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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3 22:14 수정 : 2013.03.22 16:21

인도네시아 발리섬 내륙 자틸루위 마을의 계단식 논. 발리에서 가장 넓은 계단식 논 지역이다.

[매거진 esc] 여행
발리의 ‘색다른’ 풍경 여행

신혼여행지 대명사
인도네시아 발리
전통과 예술 즐길 수 있는
미술관 즐비

야자나무 어우러진
계단식 논 경관엔
힌두교 철학 담겨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혼여행, 럭셔리 풀빌라, 영화·드라마 촬영지…. 인도네시아 발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신혼부부들은 대개 둘만을 위한 안락한 공간에 머물다가, 한두번쯤 거리로 나서 덴파사르 도심 주변의 유명 관광지들을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기에도 바쁜 신혼부부들이야 그렇다 치고, 일반 여행객들이 작심하고 둘러보고 즐길 만한 것들은 어떤 것일까. 풀빌라에서의 편안한 휴식이 주는 만족감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느낄거리·볼거리들이 즐비하다. ‘휴양 섬’ 발리에서 걷고 생각하며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들이다.

우붓 네카미술관 5관에 전시된 ‘뮤추얼 어트랙션’(끌림·소년소녀그림, 압둘 아지즈 작)을 보고 있는 관람객
발리 레공 댄서를 사랑한 서양 화가들 먼저, 잠깐 발리의 전통춤 공부 한 토막. 발리 섬엔 레공, 바롱, 케착 댄스 등 다양한 형식의 전통춤들이 전해온다. 레공 춤은 주로 힌두교 사원의 행사 때 행해져온 춤으로 새·동물의 동작을 본떠 우아한 손짓·눈짓 등을 보여준다. 스토리를 갖고 진행되는 복합예술 형식의 바롱 춤이나 주로 밤에 남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케착 춤과는 다르다. 발리에는 마을마다 전통춤이 전수돼오고 있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춤에 입문하게 된다고 한다.

1932년 여름, 발리 섬 사누르 지역으로 50대 초반의 화가 한 사람이 찾아온다. 인도·타이 등 여러 나라를 떠돌다 운명처럼 발리 섬을 찾은 벨기에 출신 화가 르 마이외르(1880~1958)다. 1924년부터 네덜란드 선박회사가 발리행 정기 여객선을 운항하기 시작하며 유럽의 관광객과 예술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화가가 반한 것은 섬 풍경보다도 발리의 춤이었다. 그중에서도 ‘레공 춤을 추는 발리 소녀’ 한명이 그의 눈을 사로잡는다. 15살 발리 소녀 니 뇨만 폴록(1917~1985). 이때부터 폴록은 르 마이외르의 거의 모든 그림에 등장하는 모델이 된다. 레공 춤을 추는 소녀 그림들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전시회 때 큰 관심을
발리에선 힌두교음력 설(3월12일·녀피)을 앞두고 마을마다 나쁜 귀신을 쫓기 위해 갖가지 험상궂은 인형을 만들며 축제를 준비한다. 마지막 날(섣달그믐) 밤에 인형을 불태워버린 뒤 새해 첫날엔 외출도, 식사도, 일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한다. 비행기 이착륙도 금지돼 공항도 폐쇄된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악귀를 속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끌면서 르 마이외르는 발리에 정착해 섬의 풍속과 풍경 들을 화폭에 담는다. 중년의 화가와 어린 모델은 어떻게 됐나. 만난 지 3년 만에 37살 나이를 극복하고 결혼해 사누르 해변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사누르 해변의 낡고 허름한 르 마이외르 미술관이 바로 그들이 살던 집이다. 폴록은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춤꾼이었다.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발리의 별장을 찾았을 때도 폴록의 레공 춤을 감상했다고 한다.

침실과 서재 등을 손질해 마련한 전시관 벽에 그림들을 빼곡히 걸었다. 여성을 소재로 한 어둡고 강렬한 원색의 그림에서부터 밝고 화사한 풍경화, 무채색에 가까운 풍속도까지 다양한 화풍을 보여준다. 그림들 대부분엔 폴록과 그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림들 중 일부는 빛이 바랬거나 손상된 모습이고, 잘못된 조명과 외부 빛의 간섭으로 제 모습 그대로를 감상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미술관을 관리하는, 폴록의 친척의 후손 와얀 아리니(50)는 “햇빛과 소금기 등으로 손상된 그림들도 있다”며 “일부 그림은 원본을 미술관 뒤 별도 공간에 보관하고 복사본을 전시한다”고 말했다. 미술관 정원의 연못 옆엔 르 마이외르와 폴록의 흉상이 나란히 서서 방문자들을 맞아준다. 덴파사르 도심 동쪽 차로 10분 거리, 사누르 해변의 ‘세가라 사원’ 옆에 있다. 사진 촬영 가능.

‘레공 댄서’를 사랑한 화가는 ‘발리의 예술인촌’ 우붓에도 있었다. 안토니오 블랑코(1926 ~1999).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미술을 공부한 스페인 화가다. 1952년 우붓 왕의 배려로 우붓에 정착한 뒤 죽을 때까지 발리 원주민 여성들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이 바로 발리 출신 여성 레공 댄서 니 론지다.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론지와 결혼하면서 힌두교로 개종까지 하며 철저히 발리인으로 살고자 한 화가였다.

블랑코가 세상을 뜬 뒤 론지는 미술관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레공 춤을 가르치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화가인 그의 아들 마리오 블랑코가 미술관을 지키고 있다. 블랑코와 론지가 살던 저택을 개조해 꾸민 블랑코 미술관은 들머리부터 울창한 숲과 석재로 단장한 출입문, 다양한 조각품으로 장식된 정원이 어우러져 화려한 느낌을 준다. 앞서의 르 마이외르 미술관이 허름하고 소박한 시골 미술관이라면, 블랑코 미술관은 부자들이 사는 도시 골목의 세련된 대형 미술관을 떠올리게 한다.

르 마이외르 박물관에 세워진, 르 마이외르와 니 폴록의 흉상.
여성의 신체를 ‘신이 만든 최대 걸작’으로 평가했다는 블랑코는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영향을 받아 몽환적인 분위기의 여성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림 중엔 가슴을 드러낸 여성, 레공 춤을 추는 여성들이 많다. 니 론지와 다른 발리 여성들 그리고 자신의 딸도 모델로 썼다.

우붓 왕궁에서 서쪽으로 가다 언덕길 왼쪽에 입구가 있다. 입구 간판에도 그가 론지를 모델로 그린 그림이 들어 있다. 미술관엔 론지의 이름을 딴 ‘론지 레스토랑’도 있다. 사진 촬영 불가.

‘발리 미술의 핵심’ ‘발리의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우붓엔 블랑코 미술관 말고도 둘러볼 만한 미술관과 개인 갤러리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미술관이 네카미술관, 아르마미술관, 푸리루키산 미술관이다.

발리의 사업가이자 조각가, 미술품 수집가인 수테자 네카가 설립한 네카 미술관이 대표 격이다. 발리의 화가, 인도네시아 화가, 발리에서 활동한 외국인 화가들의 그림들이 시기별로 7개의 전시관에 걸려 있다. 제4관에 전시된 발리 출신 화가 뇨만 렘팟의 그림들과 6관에 전시된, 자바에서 태어나 우붓에서 작품활동을 한 아파디의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가장 많이 알려지기로는 5관에 있는, 자바 출신 화가 압둘 아지즈의 ‘끌림’(뮤추얼 어트랙션, 소년 소녀 그림)이다. 본디 두 그림은 따로 그려졌으나, 합쳐서 전시하고 있다.

우붓엔 세계 각국에서 화가들이 몰려와 그림 작업을 한다. 뒷골목에도 다양한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자틸루위의 계단식 논과 관개시설 체계 발리는 주민의 60%가 논농사에 종사하는 농업사회다. 섬의 서쪽엔 평지 논이 대부분이지만, 중부와 동부 산악지역엔 비탈진 산자락을 개간한 계단식 논이 즐비하다. 산비탈에 굽이치며 이어지는 좁고 긴 논들이 수십개씩의 층을 이루며 야자나무들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볼거리로 다가온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계단식 논 경치가 섬 중부 산악지대의 ‘발리의 쌀 창고’로 불리는 타바난 지역 자틸루위 마을에 있다. 해발 2276m의 바투카루 산 동남쪽 자락에 펼쳐진 논들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논두렁들이 심하게 굽이치는 모습은 아니지만, 마을의 여러 골짜기들을 뒤덮으며 펼쳐진 논들이 매혹적인 경관을 이룬다(‘자틸루위’는 발리 말로 ‘정말 좋다’는 뜻이라고 한다).

힌두교 음력 설 ‘녀피’를 앞두고 각 가정에선 음식과 꽃·장식품 등을 장만해 사원을 찾아 바치며 건강과 안녕을 기도한다. 지난 3월8일, 발리 덴파사르 부근의 한 사원에서 아낙네들이 기도를 마친 뒤 제물을 머리에 이고 밝은 표정으로 사원을 나서고 있다.
언덕길에서 계단식 논들을 굽어보고 사진 찍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서양인들이다. 가이드 케둣 부디아사(40)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우붓 북부 트갈랄랑 지역의 소규모 계단식 논을 보러 간다”며 “계단식 논들은 곳곳에 있지만 이곳이 발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계단식 논 전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1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논에서 삼모작의 벼농사를 짓는다. 전통 방식으로 재배하고 수확한다. 북쪽 산자락의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경사진 논들에 물을 배분한다. 계단식 논들을 지탱해 온 것은 ‘수박’(Subak)이라 불리는 관개시설과 거기 깃든 철학 체계 덕분이다. 영적 세상(사원), 인간 세상(주민) 그리고 자연(숲과 경작지)을 하나로 통합하는 힌두교 철학을 담은 수박 체계와 경관은 201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멩위 왕조의 수상 사원인 바둥 지역의 타만 아윤 사원, 바투르호, 파케리산 분수계의 수박 문화경관 등 5곳의 유적들로 이뤄진 문화유산이다.

발리=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

웨딩채플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인도네시아 가루다항공인천~발리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7시간 소요. 환율은 1만루피아가 1210원. 지금 발리는 우기(11월~4월)에 속해, 간헐적으로 비가 내린다. 현지 이동‘블루 버드 택시’나 대여 차량을 이용한다. 가이드를 포함한 차량 1일 이용 가격은 60달러 선.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인 가이드(400여명)를 택하면 편리하다.

물리아 리조트&빌라스
발리 누사두아 지역 해변에 지난해 12월, 발리 최상급으로 평가되는 대규모 ‘6성급 복합 휴양시설’ 물리아 발리(www.themulia.com, 더 물리아, 물리아 리조트&빌라스·사진)가 문을 열었다. 30헥타르 넓이의 광활한 터에 ‘올 스위트’ 호텔인 ‘더 물리아’(스위트룸 111실), 침실 1~6개의 독채 빌라와 전용 풀, 자쿠지 시설을 갖춘 풀 빌라 ‘물리아 빌라’(108채), 그리고 일반객실·스위트객실·프리미엄스위트객실 등 526실을 갖춘 리조트 ‘물리아 리조트’ 등 3가지 독립적 형태의 고급 숙박시설이 들어서 하나의 작은 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바다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대형 수영장, 뷔페식당과 지중해식 식당, 일식당, 카페, 라운지, 라이브 바, 야외 바, 여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고급 스파시설 등도 갖췄다. 그랜드볼룸과 15개의 독립적 콘퍼런스룸을 가진, 5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회의시설도 있다. 호숫가에 마련된 3개의 웨딩 채플에선 취향에 따라 분위기를 골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1박 이용가격은 물리아 리조트 380달러(미국)부터, 더 물리아는 825달러부터, 물리아 빌라스는 1030달러부터. 물리아 리조트 한국사무소 (02)2010-8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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