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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은씨가 주짓수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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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매거진] 커버스토리
밤거리가 무섭지 않아 이 기술만 있으면
격투기의 한 종류브라질리안 주짓수
다이어트·호신술 효과로
체육관 찾는 여성 늘어 남녀 구분 없이
상대방과 대련하며
기술 연마
가족 스포츠로도 추천할만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짓수 체육관에는 브라질리안 주짓수(브라질 유술. 이하 주짓수)에 심취한 이들이 바닥에 누운 채 몸을 밀착하고, 양팔과 다리를 감고 엉겨붙어 있다. 사막 풍경만큼이나 생소하다. 주짓수는 상대를 바닥으로 유도해 점유, 압박, 조르기, 누르기, 꺾기, 비틀기, 뒤집기 등의 다양한 기술로 제압하는 무술이다. 기술 연마는 맞겨루기로 한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젊은 남자들의 무술로만 생각하기 쉽다.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주짓수에 달려드는 여성도 늘고 있다. 체구가 작거나 힘이 약한 여성들의 호신술로 최고라는 평가 때문이다. 상대의 힘과 체중을 역으로 이용해 기술을 사용하는 무술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목과 겨드랑이를 껴안고 압박하고, 배에 올라타 허벅지를 누르는 등의 동작은 남녀가 맞겨루기하기에 낯뜨겁게도 보인다. “그건 안 해본 사람들 생각이에요.” 직장인 김지영(30)씨는 “해보면 운동이라는 생각만 들어요.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아주 커요.” 그는 스쿼시, 헬스 등 안 해본 게 없다. 하지만 살빼기는 둘째 치고 도무지 지루했다. 주짓수는 달랐다. “너무 재미있어요. 전신운동이에요. 잘 안 쓰는 근육까지 총동원돼요.” 존프랭클 주짓수 압구정 아카데미의 이수용(43) 관장은 “현재 150여명의 수강생 중 20~30여명이 여성”이라고 말한다. ‘엠에이알시’(MARC)를 운영하는 이승재(39) 관장의 설명도 같다. “수련생이 80~90명 정도인데 여성이 7~10여명 정돕니다.” ‘이희성 주짓수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수련생 100여명 중 10명 정도가 여성이다. 대략 10%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이수용 관장은 “검색하면 ‘여자도 남자를 이길 수 있는 무술’이라고 뜹니다. 아마도 강력범죄가 늘다 보니 관심이 커진 거 같아요”라고 추측한다. 직장맘인 박은경(39)씨는 온 가족이 함께 배운다. “작년에 ‘오원춘 사건’의 시시티브이 장면을 (티브이에서) 봤어요. 두 딸을 키우는데 걱정되죠. 학교폭력도 무섭고.” 주말이면 온 가족이 체육관 나들이에 나선다. 맞겨루기 상대는 덩치 큰 남편이나 큰딸이다.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간 큰딸 우수빈양은 엄마에게 섭섭하면 바로 기술을 건다. “기술만 걸어도 기분이 나아져요. 하하.” 박씨는 “사춘기 애와 부모가 같이 땀 흘리는 게 좋아요. 말로 해결이 안 될 것도 금세 풀려요. 아이가 끈기도 늘었어요”라고 한다. 체육관 바닥에서 수빈이에게 다리가 잡혀 버둥거리는 아빠 우동진(42)씨가 보인다. 딸의 실력이 더 출중하다. 이들 부부는 보너스도 얻었다. “부부싸움을 주짓수로 해요.” 침대가 체육관이다. ‘으라차차’, 다리를 걸고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기술 대 기술로 한판 붙는다. “기술을 걸어 틀을 만들면 못 일어나요. 부부 사이는 더 좋아졌어요.” 박씨는 이제 혼자 출장을 갈 때도 무섭지 않다. 이수용 관장은 “내가 깔려 있으면 엄청 불리하다고 생각하죠. 상대의 힘을 이용해 기술로 제압하고 탈출하면 돼요. 상대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면밀히 움직임을 살펴 기술을 걸면 됩니다. 대련하다 보면 상대방의 움직임이 보이죠”라고 말한다. 호신술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이 최고죠. 기술을 걸다 보면 도망할 시간을 벌고 마음이 침착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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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는 수련 정도에 따라 색이 다른 띠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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