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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1 09:51 수정 : 2013.03.21 09:51

[esc 매거진] 셰프의 단골집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언덕에는 빨간 벽돌집이 있었다. ‘언덕’에는 역시 ‘빨간 벽돌집’이다. 문을 밀자 짧은 스커트에 청재킷을 입고 나풀나풀 파마머리 날리는, 소녀 같은 이가 달려왔다. 진한 포옹이 이어졌다.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요리연구가인 홍신애(37)씨는 밝고 발랄하다.

그가 안내한 단골집은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 ‘브루투스’(BRUTUS)였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월길 언저리에 있다. 13년 경력의 오너 셰프 유성남(43)씨가 운영한다. 홍씨가 척척 주문한다. 이곳의 브런치 구성은 다채롭다. ‘투뿔한우햄버그스테이크, 소시지, 베이컨, 소월파이, 가든샐러드.’ 창틈을 빠져나온 정오의 태양이 가늘고 길게 ‘소월파이’(사진)에 앉았다. 광선검처럼 강렬한 빛이 맛과 향을 모두 집어삼킬 듯했다. 기름종이만큼이나 얇은 겹이 층층이 싸인 페이스트리는 손바닥 반만하다. 그 안에 물컹한 것이 있다. 달걀흰자는 살짝 익고 노른자는 줄줄 흐른다. 마치 수란 같다. 노른자는 잘 익힌 베이컨에 싸여 있다. 베이컨은 그릇이다. “전 이게 정말 좋아요.” 명랑소녀의 톤 높은 소리가 울린다. 그가 페이스트리를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뜯어 노란 노른자에 찍어 먹는다. <가위손> 주인공의 시식 장면 같다.

홍신애씨는 레시피가 꼼꼼히 박힌 요리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지만 푸드스타일리스트로 더 유명하다. 음악을 전공한 탓에 뭔가를 그윽하게 표현하는 데는 소질이 있다. 2006년 케이블채널 티브이엔의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파티 음식을 스타일링해서 소개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길에 들어섰다. 반응은 ‘굿’! 한국방송(KBS)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교육방송(EBS)의 <최고의 요리비결> 등 지상파에도 진출했다. 음식이 필요한 방송, 잡지, 영화, 드라마에서 그를 1순위로 불렀다. 그저 재미있기만 했다. 영화 <푸른소금> 촬영 때는 감독님과 상의해서 콩고기를 조리했다. “어느 날 허무했어요. 제가 만든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품이구나, 쓸데없는 일을 하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생로병사의 비밀>, 에스비에스 스페셜 <옥수수의 습격> 등을 작업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식재료가 어떻게 우리 몸에서 대사되는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음식의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인기 직종이다. 요리학교나 아카데미의 양성 강좌는 늘 북적댄다. “화려한 면만 보면 안 됩니다. 요리사와 심리적인 대결, 체력, 순발력, 문제해결능력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가 요즘 방송에 소개하는 음식은 건강한 가정식이다.

“다음에는 범스 가요.” ‘범스’(강남구 청담동)도 가지볶음밥, 범스간장비빔밥 등 가정식이 주메뉴인 맛집이다. “집밥들이에요. 편안해요. 정직해요.” 그가 범스를 사랑하는 이유다. “이 동네 사람들 급할 때 이 집 음식 주문해서 파티하기도 해요” 하며 까르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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