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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1 09:54 수정 : 2013.03.21 15:33

[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숙취로 고생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 아무리 소맥 짬뽕을 해도 멀쩡했다. 요즘은 해가 가면 갈수록 다음날이 두려워지고 나이를 못 속인다는 것을 실감한다. 한번은 친구 결혼식 때문에 대구에 갔다가 결혼식 전날에 친구들과 한잔했다. 처음 만난 친구들 앞에서 승부욕에 불타 소주를 계속 들이켰다. 다음날 곧 후회가 밀려왔다. 결혼식 사진에 나는 귀신처럼 하얗고 퉁퉁 부은 얼굴이었다. 그 후로 최대한 즐겁게, 잘 마시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

술을 마시면 에탄올이 신경세포들을 자극해 중추신경계가 ‘난리가 나서’ 술에 취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말이 꼬이고, 동작이 느려지고 자제력을 잃는 이유는 신경세포들 간의 의사소통이 알코올로 방해받기 때문이다. 숙취는 한마디로 중추신경계의 과잉 자극 상태다.

그렇다면 어떤 술을 마셔도 다음날 똑같이 괴로울까? 그렇지 않다. 15년에 걸친 개인적인 임상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와인 같은 과실주는 숙취가 굉장히 심할 수 있는, 특히 두통이 심하게 오는 술이다. 예전에 핀란드에서 친동생과 클럽에 가기 전에 집에서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술값이 비싸서 클럽이나 바에 가기 전에 집에서 마신 후 가는 경우가 많다. 동생은 와인을 좋아해서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계속 마셨는데 클럽에 갈 즈음에 정신이 이미 온전하지 못했다. 클럽에서 돌아와 생전 처음으로 구토를 했다. 정말 최악이었다. 엄마는 우스갯소리로 하나님이 주신 벌이라고 나를 놀렸다.

과학적으로 볼 때는 적포도주에 들어 있는 타닌산이 두통을 부르고, 백포도주를 만들 때 주입되는 보존제인 이산화황도 두통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당도가 높은 백포도주일수록 이산화황이 많이 함유된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생긴 화학물질인 ‘생물발생적 아민’이 두통을 만들기도 한다.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도 생성된다.

와인은 과음하는 술이 아니다. 맛있는 음식과 한두 잔씩 마시는 술이다. 핀란드나 한국처럼 술을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문화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와인이라고 해도 숙취 폭탄이 될 위험이 크다. 재미있는 것은 숙취에 관련한 연구의 상당수는 핀란드 학자들이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핀란드는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다. 숙취 예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술 마시기 1~2시간 전에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름이 알코올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둘째,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간이 1시간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10㎏당 1g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70㎏ 남자가 맥주 한 병(330㎖, 알코올 12도)을 분해하려면 약 2시간이 걸린다.

셋째, 과음을 피한다. 아침에 괴로우면 우유, 특히 무지방 우유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얼마 전에 나왔다고 한다. 헛개나무가 숙취 예방에 탁월하다는 것은 핀란드까지 알려져 있다. 나는 봄에는 영양 덩어리인 고로쇠 수액(사진)을 즐겨 마시는 방법으로 숙취를 피한다.

하지만 진정한 술꾼은 숙취를 생각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가끔 술이 술을 마실 때가 있다. 핀란드도 한국도 다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한국을 이토록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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