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매거진]
해독주스 마시자
열흘 동안 방귀가
야식습관 사라지며
3주 만에 3kg 감량
두려웠다. 약 2년 전 새해에도 큰 결심을 했다. 이른바 10㎏ 감량 다이어트 대작전! 작전명은 ‘현미로 배부른 돼지를 탈출하자’. 세끼를 현미밥과 시금치무침, 우엉조림 등만 먹는 것이었다. 참혹한 실패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혔다. 주범은 술자리. ‘사회생활은 해야지’에 기대 거나한 저녁식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해독주스를 하루에 두 잔씩 마시는 계획에 돌입하면서 마음 한구석에 고뇌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아침에 까치지붕 머리를 휘젓고, ‘들들’ 믹서를 돌렸다. 거의 포탄소리처럼 들려 요즘 공포의 대상인 ‘층간 소음’의 주범이 되는 게 아닌가, 공포에 젖기도 했다. 양배추 250g, 당근 100g, 브로콜리 240g, 토마토 1개를 삶은 뒤에 사과 반개, 바나나 1개, 요구르트 3개를 섞고 갈았다. 끓이고 남은 물도 부었다. 맥주 컵으로 약 4잔이 나온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동그란 콧구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비릿한 맛이 코털을 잔뜩 긴장시켰다. 혀까지 타박했다. ‘비려, 이걸 먹겠다고.’ 건강해진다면 나무껍질이라도 갈아 먹겠다는 패기는 어디로 갔나. 채소 특유의 비린 맛의 주범은 양배추와 브로콜리다. 요구르트의 인공적인 단맛도 거슬렸다. 과감하게 배율을 바꿨다. 아무리 건강해진다고 해도 맛없는 것을 먹을 수는 없다. 혀에게 못할 짓이다. 양배추 100g, 당근 100g, 브로콜리 20g, 토마토 1개, 사과 반개, 바나나 1과 1/2개. 채소 끓인 물도 버렸다. 대신 생수를 약 400㎖ 정도만 부었다. 아삭아삭 씹는 식감을 위해서다.
똑딱똑딱, 시곗바늘은 잘도 돌아갔다. 스컹크로 변하는 데는 하루도 안 걸렸다. 뿡뿡 방귀들이 터져 나왔다. ‘그 대단하다는 효과 거짓말 아니야?’ 불신이 커졌다.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온 방귀 냄새는 고약했다. 인터뷰 중에도 ‘뿡’! 쌍심지를 켜고 기사 마감 중에도 ‘뿡’! 팀장과의 대화 중에도 ‘뿡’! 비만은 차도가 없었다. 열흘이 지났다. 마치 사막에서 길을 잃은 낙오자처럼 낙담의 시간이었다. 바로 그날, 방귀쟁이에서 탈출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며칠 동안 장에 갇혀 있는 노폐물들이 쑥 빠져나왔나 보다. 방귀 탈출이다. 방귀는 원활한 배변을 알리는 나팔수였던 것이다.
술자리가 걱정이었다. 신체는 간사하다. 어느 틈에 해독주스에 길들여진 몸은 예전처럼 허겁지겁 술과 밥에 달려들지 않았다. 해독주스가 ‘에헴!’ 하고 식도에서 삼지창을 들고 경계근무를 섰다. 양이 약 2분의 1로 줄었다. 야근을 끝낸 날 밤에는 위가 뭔가를 달라고 보챈다. 각종 야식의 유혹은 스토커처럼 집요하다. 냉장고를 뒤져 김치전 부쳐 먹는 일이 많았다. 해독주스는 이 비루한 일상에 단호한 선을 긋게 했다. 밤에 한 잔 마시고 나면 더이상 음식 생각이 안 났다. 3주 만에 몸무게가 드디어 3㎏ 줄었다. 최소 3~6개월은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술 마신 다음날에 해독주스는 더 기특했다. 예전 같으면 숙취 때문에 머리통을 잘라 한강에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두통에서 해방됐다. <서재걸의 해독주스>에는 ‘술 마시기 전에 해독주스를 마시면 알코올 해독과 간과 장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다. 남은 해독주스는 냉장고에 보관을 하지만 마실 때는 따스한 상태로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다. 물론 해독주스만으로는 엄청난 감량에 성공한 개그우먼 권미진이 될 수는 없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이 병행돼야 한다. 그 세계로 첫발을 떼게 하는 친구가 해독주스다. 육순이 넘어서도 활발하게 그림을 그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토마토, 올리브 등 신선한 지중해식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뭘 먹을 것이냐, 우리의 선택이 남은 생의 풍경을 결정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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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 프로젝트로 시작
십여년간 수면제 장복하던
어머니 잠 푹 자게 돼
다이어트 실패했지만
광채 피부 칭찬 들었네 함께 사는 친정어머니는 만성 소화불량, 옆에 사는 언니는 면역장애인 류머티즘, 남편은 컨디션 좋은 날이 없는 건강염려증 환자, 그리고 허리 디스크에 운동 제로, 마흔 넘어가며 뱃살이 확 퍼진 나까지 식구들 모두가 크고 작은 병을 달고 산다. 해독주스 체험에 동참하기로 한 이유다. 함께 하기로 한 세 기자 중에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이게 다 온 가족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체험기를 쓰기로 했다니 어머니가 재료들을 준비해놓으셨던 것. 지난달 23일 커다란 냄비에 재료를 넣고 20분간 끓인 다음 식혀서 믹서기에 갈아 온 가족이 시음을 했다. 벌써부터 채소라면 싫어라 하는 36개월짜리 아이도 곧잘 마셨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한잔 마셨다. 저녁때도 가급적 식사 전에 마시려고 노력했다. 안 되면 밤에라도 한잔 마셨다. 밤늦게 마시는 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싶었다. 매일 만들어 먹으려면 귀찮아 건너뛰게 될까봐 일부러 사흘치를 만들어 냉장보관하며 마셨다. 2주 뒤. 새로 발령받아 온 부장이 말했다. “물광화장 했니? 얼굴에 광이 난다.” 나는 파운데이션을 바르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화장품 광고의 모델 임수정을 흉내내며 말했다. “비비크림만 발랐을 뿐인데요.” 인사치레인지 모르겠지만 해독주스의 효과라고 굳게 믿기로 했다. 하지만 피부보다 중요한 몸무게는 차이가 없었다. 당연하다. 일주일에 한두번 삼겹살에 소주나 치킨에 맥주를 먹는 술자리를 모질게 끊지 못했는데 변화가 있을 리 없었다. 아니, 변화는 있었다. 뒤집어지는 속을 부여잡고 일어난 새벽 3시. 백신을 찾아 헤매는 영화 <연가시>의 주인공이 된 심정으로 해독주스를 찾아 벌컥벌컥 마셨더니 그 다음날 속이 한결 개운했다. 아, 나는 이렇게 해독주스로 간 해독만 하게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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