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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화장
대학교 1학년 때, 고향에서 학교를 다니던 초등학교 동창인 남자친구가 서울에 와 학교 구경을 시켜 달랬다. 두근거렸다. 그는 키 크고, 유머감각도 있는 인기 많은 친구였기 때문이다. 당장 선배에게 원피스와 화장품 도구를 빌렸다. 화장품 회사의 사보를 펼쳐놓고 ‘올봄 유행 메이크업’을 열심히 따라 그렸다. 그 책에는 낮은 코도 오뚝하게 보이게 하는 메이크업 비법이 담겨 있었다. 양쪽 콧대에 진한 색 파운데이션 바르기! 콧대는 있는 둥 없는 둥, 콧구멍만 있는 듯한 낮은 코가 고민이었던 나에겐 구원과도 같았다.
짙은 색 파운데이션이 보이지 않아 임시로 갈색 아이섀도를 코 옆에 슥슥 발랐다. 약속 장소에 먼저 와 있던 친구는 내 얼굴을 본 순간 실룩실룩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거울을 꺼내 비춰봤더니, 오 마이 갓! 콧대가 높아진 듯한 착각에 섀도를 심하게 덧발랐던 것이다. 코 양옆으로 길고 두껍게 갈색 줄이 그어져 있는 얼굴은 마치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구미호 분장처럼 보였다. 더구나 황금색 반짝이까지 섞여 있었던 것이다. 코는 여전히 낮지만, 그 뒤 코 화장은 포기했다. 구미호 화장보다는 낮은 코가 백배 낫다.
황민순/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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