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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성팜랜드의 호밀밭. 드라마 등 촬영지로 자주 쓰이는 곳이다. 지난 3월28일 한 걸그룹이 호밀밭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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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목장 안성팜랜드
동물 구경에
드넓은 호밀밭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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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고기 직접 구워드세요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안성나들목. 38번 국도 따라 안성 쪽으로 가다 평택-충주고속도로 고가 밑에서 우회전해 안성팜랜드로 간다. 중부고속도로는 일죽나들목 이용.
▣ 먹을 곳 안성팜랜드 안에 목원(고급 한우전문식당), 팜팜(일반식당) 등 식당 2곳, 간식코너 1곳이 있다. 팜팜에선 앞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다 상차림 비용(1인 4000원)을 내고 구워먹을 수 있다. 친환경 저농약 재배 안성쌀만 쓰는 안성시 지정 안성쌀밥 식당이 5곳 있다. 금광호수변 안성마춤쌀밥집(031-671-1009), 안성CC 부근 걸미골(사진·031-674-1843), 중앙대 부근 해석정(031-675-1116) 등. 도기동 안성장터국밥(031-674-9494)의 장터국밥, 일죽면 화봉리 서일농원(031-673-3171)의 된장찌개·청국장.
▣ 묵을 곳 금광면 금광저수지변 안성호텔 수(031-671-0147), 원곡면 칠곡저수지변 프라다관광호텔(031-653-4000) 등 호수변과 관광지 주변에 깨끗한 호텔·모텔들이 있다. 주중 4만원부터.
▣ 안성 여행정보 안성시 문화체육관광과 (031)678-2495, NH안성팜랜드 (031)8053-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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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선 꽃잔치가 한창이다. 햇살 따스한 봄날, 온가족 주말여행 떠나고 싶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남녘 꽃잔치가 손짓하고 유혹해도, 갈 길 멀고 올 길은 더 아득해 선뜻 차에 시동 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수도권에 사는 독자, 그리고 어린 자녀를 둔 독자들이라면 이맘때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딱 좋은 곳이 있다.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인 안성이다. 광활한 호밀밭 풍경이 어른들의 닫힌 가슴을 열어주고, 황소·칡소·염소·당나귀 들이 모여 노는 체험목장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4월 중순부턴 지천으로 깔린 배밭에서 배꽃 향기에 흠뻑 젖다 올 수도 있어 봄 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농축산의 모든 것 갖춘 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목장 안성팜랜드 지난 3월28일 낮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신두리, 농협이 운영하는 대규모 체험목장인 안성팜랜드 ‘무무공연장’. 울긋불긋 예쁘게 차려입은 유치원생들 20여명이 모여 앉아 ‘도그 쇼’를 기다리고 있다. “자, 어린이 여러분. 개가 멋지게 재주 부리면 박수치는 거 알죠?” “네~” 목이 터져라 대답한 어린이들 목소리는 쇼가 시작되면서 탄성으로 바뀌었다. “우와, 진짜 짱이다.” 진행자가 던지고 날린 원반을 강아지가 날쌔게 뛰어오르고 달리며 잡아채 입에 물고 돌아오자 아이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쇼 관람을 마친 어린이들은 인솔 선생님과 함께 소와 면양에게 먹이 주기, 한국의 소 종류 알아보고 직접 만져보기, 말·당나귀·타조 구경에 널뛰기·투호놀이 등 전통놀이까지 체험하며 한나절을 즐겼다.
“자녀와 함께 즐기는 하루 가족여행지로 여기만한 데가 없을 겁니다. 일단 들어오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농협 안성팜랜드 정종의 개발영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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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성팜랜드의 ‘도그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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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문을 연 안성팜랜드는 우리 농축산업과 가축 문화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체험하며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놀이공원이다. 본디 1964년 한국·독일 합작으로 건설했던 낙농 목장을 39만평 넓이의 체험목장으로 가꿔 선보인 것이다. 광활한 호밀밭과 오처드그라스 등 다양한 목초지, 그리고 6개 구역으로 나뉜 체험·휴식시설을 갖췄다. 승마체험을 하는 호스빌, 독일식 건물로 꾸민 마을에서 영화도 보고 동화도 만날 수 있는 도이치빌, 직접 가축들을 만지고 먹이도 줄 수 있는 무무빌, 식당 두세 곳에서 국내 농축산물로 마련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푸드빌까지 들어서 있다. 간이 승마체험장에선 어린이들도 승마를 배울 수 있고, 체험박물관에선 안성의 옛 장터와 전통문화들을 체험할 수 있다.
봄빛을 만끽할 수 있는 볼거리는 뭐니뭐니 해도 드넓게 펼쳐지며 굽이치는 호밀밭 풍경이다. 50만㎡에 이르는 초원이 방목과 건초 생산을 위한 호밀밭으로 가꿔지고 있다. 지금 한뼘 남짓 자란 호밀은 4월 중순이면 어른 무릎길이로 자라올라, 바람 불 때마다 일렁이며 눈부신 진초록 세상을 펼쳐 보일 전망이다. 호밀밭 언덕에 선 네 그루의 아름드리 미루나무가 호밀밭 풍경을 키워준다.
11월까지 매주말
남사당놀이 공연
전통사찰 탐방과
봄맞이 드라이브로
하루코스 여행 완성
이 광활한 초록 들판은 수시로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이용된다. 이날도 한 걸그룹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벌어졌다. 이 푸른 초원 위에 돗자리 깔고 파라솔 친 다음 바구니 든 봄처녀들이 깔깔거리며 내달리자 봄 풍경이 아주 제대로 그려졌다.
초원이 좌우로 펼쳐진 언덕길을 따라 거닐며 봄빛에 휩싸여볼 만하다. 걷기 싫다면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트랙터마차를 이용하면 된다. 1·2·3·6인용 자전거를 빌려 타고 둘러볼 수도 있다. 입장료 평일 어른 6000원(휴일 7000원, 승마·트랙터마차 등은 별도). 월요일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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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성 아양동 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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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별로 골라 둘러보는 안성의 볼거리·체험거리들 팜랜드야 최근 선보인 체험시설이지만, 안성은 본디 보고 체험하고 즐길 거리가 푸짐한 전통문화 체험의 본고장이다. 안성시청 진영숙 문화관광해설사는 “안성시는 어느 지역보다도 전통문화 관련 체험시설들이 잘 갖춰진 도시”라며 “테마별, 지역별로 일정을 잘 짠다면 수도권에서 당일 또는 1박 일정만으로도 전통문화와 유산들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안성은 전통 유기(놋쇠)의 고장이자, 남사당놀이의 고장이다. 안성맞춤이란 말도 제대로 제작된 안성 유기에서 비롯했다. 전통문화 탐방을 테마로 잡는다면 안성시내의 ‘안성마춤 유기공방’, 4대째 전통 가마솥 제작 방식을 이어오는 서운면의 가마솥 주물공장, 보개면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장 등을 찾을 만하다. 남사당놀이 공연장에선 3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줄타기와 풍물놀이 등 남사당 공연이 벌어진다. 대덕면 중앙대학교 교문 안의 안성맞춤박물관은 안성 유기의 모든 것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전통사찰 테마의 일정도 짜볼 만하다. 남사당패 근거지로 알려진 서운면의 고찰 청룡사, 경기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절로 꼽히는 죽산면의 칠장사, 숲과 계곡이 아름다운 금광면의 석남사 등이 이름 높다.
특히 칠장사는 조선시대 의적 임거정(임꺽정)이 봉안한 불상(극락전), 일곱 도적을 교화했다는 고려초 혜소국사(나한전과 혜소국사비), 나한전에서 기도한 뒤 장원급제했다는 어사 박문수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전해오는 고찰이다. 국보 1점(오불회괘불탱화)과 보물 4점 등 문화재도 많다. 대웅전·사천왕문·원통전·명부전 등 4동의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어진 건물로 고색창연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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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성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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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엔 90년 전에 지어진 안성성당(구포동성당)도 있다. 한옥과 프랑스식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독특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여행길에 민간신앙 대상이던 미륵불을 만나보는 것도 흥미롭다. 조각 기술은 떨어지지만 소박하면서도 해학적인 표정이 친근한 석불들이 20여곳에 널려 있다. 높이 5m를 넘는 커다란 쌍미륵에 소박하고 단조로운 소형 미륵, 목이 잘리거나 얼굴이 훼손된 미륵, 포도밭 비닐집 안에 방치된 미륵도 있다. 삼죽면의 기솔리 석불입상(쌍미륵)과 국사암석조여래입상(궁예미륵), 안성시 아양동 석불입상(쌍미륵), 매산리 석불입상(태평미륵) 등이 볼만하다.
안성은 호수의 고장이기도 하다. 낚시터로 이름난 고삼면의 고삼저수지나, 시내에서 가까운 금광저수지, 서운면의 청룡호수 드라이브도 여행길에 곁들일 만한 일정이다. 다양한 문화·예술·과학 체험을 할 수 있는 보개면의 너리굴 문화마을, 2000개 가까운 항아리를 모아놓은 장독대로 이름난 전통 장류업체이자 식당인 서일농원도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안성=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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