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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4.17 18:23 수정 : 2013.04.17 18:23

왼쪽부터 1. 순록고기. 버섯과 어우러져 맛을 낸다. 2. 후스만스코스트. 3. 사비스시의 연어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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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레스토랑 홀멘콜렌은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찾는 곳이다. 우리로 치자면 남산 엔(N)서울타워쯤 된다. 창가는 마치 오슬로 풍경화를 따다 붙여놓은 것 같다.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걸린 박제된 순록머리가 ‘어서 옵쇼’ 한다. 역시나 차림표에 순록고기가 있다. 노르웨이 원주민 사미족이 먹었던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쇠고기의 고소함도, 돼지고기의 묵직함도, 양고기의 생경함도, 닭고기의 쫀득함도 거리가 먼 맛이다. 부드럽게 혀를 꾄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청어절임이나 훈제연어도 김치만큼이나 자주 먹는 전통음식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1년에 평균 7㎏ 정도의 연어를 먹는다고 한다.

요즘 청어절임은 식초와 설탕에만 절이지 않는다. 겨자소스나 토마토소스, 와인소스를 사용한다. 우리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평범한 식사는 후스만스코스트다. 건대구와 푹 삶은 당근, 익힌 달걀이 한 접시에 나온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심심한 맛이 위를 편하게 만든다. 여기에 ‘절친’처럼 따라오는 게 있다. 삶은 감자다. 노르웨이 감자는 맛과 종류가 매우 다양해 북유럽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음식이 혀를 즐겁게 한다면 술은 뇌를 흥겹게 한다. 감자나 곡류를 증류해 만든 보드카 아크바비트는 노르웨이의 대표 술이다. 슈퍼든 식당이든 어디든 있다. 약 45도의 위력은 상당하다.

요즘 노르웨이인들이 열광하는 음식은 스시다. 스타방에르에 있는 ‘사비스시’(SABI SUSHI)에는 4명의 요리사가 정신없이 초밥을 만다. 초밥왕이 노르웨이에 납시셨다. 연어초밥은 기본, 고래고기초밥도 있다. 우리네 육사시미초밥을 닮았다. 녹차도 된장국도 없지만 고추냉이와 아보카도의 신선함은 수준급이고 초밥의 맛도 군침이 돌게 한다. 일식 스시와 다른 점은 간장이 초밥에 발려 나온다는 점. 업장 매니저는 “20년 전만 해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대형마트에서 흔하다. 사비스시에서는 개당 2유로(약 3000원) 한다.

노르웨이 정찬은 스타방에르의 고급 레스토랑 ‘레노’의 셰프 스벤 에리크 레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는 25년 경력의 요리사이자 2007년 ‘보퀴즈 도르’(프랑스 최고 셰프 폴 보퀴즈의 이름을 딴 요리대회. 요리계의 올림픽이라고 불릴 만큼 권위 있는 대회)에서 ‘최고 생선요리’상을 수상했다. “수산물 요리에 진한 소스나 향료를 사용하지 않아요. 간도 진하지 않게 하고, 과하게 익히지도 않죠.” 그는 팔딱팔딱 뛰는 노르웨이산 넙치(광어), 킹크랩 등을 애용한다. 신선한 재료 사용,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짧은 조리시간이 특징. 레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오늘의 생선요리’다. “북유럽 전통을 따르면서도 클래식한 프렌치 스타일을 가미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려 합니다.” 그에게 북유럽 음식의 특징을 묻자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면서 “요리사는 더 좋은 식재료를 찾는 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사라진 씨종자의 재탄생을 학수고대한다.

그의 철학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식문화를 이끈 ‘노르딕 퀴진’의 자취가 엿보인다. 노르딕 퀴진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레스토랑 ‘노마’가 선두주자다. 노마는 영국 잡지 <레스토랑>이 뽑는 ‘산펠레그리노 세계 레스토랑 베스트 50’에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사라진 재료를 찾아 발굴하고 자연에서 깊은 맛을 찾는다. 요리법은 전위적이라고 할 정도로 독특하고 접시에 담은 방식은 미학적이다. 에리크 레노는 몇 년 전 한국에서의 추억을 털어놓는다. “바닥에 앉는 문화와 밥과 반찬이 따로 나오는 것, 김치가 메인요리가 아닌 점”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음식은 소통의 장이다.

노르웨이=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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