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5.01 18:23 수정 : 2013.05.01 18:23

따루 제공

[esc 매거진] 따루주모의 술타령

한국 사람들은 안주를 일정한 공식에 따라 고르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소주에는 삼겹살, 맥주에는 치킨, 회에는 소주, 막걸리에는 파전이나 두부김치와 도토리묵을 고른다. 바로 이런 공식 때문에 ‘따루주막’을 열면서 메뉴를 선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 새롭고 독특한 막걸리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과연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개인적으로 생선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 이유로 메뉴를 제철 해산물 위주로 짰다. 매일 노량진수산시장을 이른 아침에 가서 싱싱한 재료를 사와 요리를 만들고 있다. 요즘은 특히 두툼한 홍해삼, 귀여운 봄철 간재미(노랑가오리·사진), 키조개, 알배기 주꾸미와 도다리가 군침을 돌게 한다. 간재미회무침의 쫀득쫀득한 식감과 새콤한 맛은 막걸리와 아주 잘 어울린다.

나의 고정관념일지도 모르지만 막걸리는 어떤 안주하고도 평균 이상의 궁합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막걸리는 회하고도 아주 훌륭한 궁합이라고 생각해서 손님께 추천을 하면 퇴짜를 90% 이상 맞는다. ‘회에는 소주’란 공식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막걸리는 회와 같이 먹었을 때 소화흡수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막걸리 속의 좋은 균이 배탈이 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바닷가에서는 생선회를 막걸리에 씻어 먹기도 한다. 물론 생선으로 전을 부치기도 한다. 생물 대구와 때로는 농어나 광어가 재료가 된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살을 발라서 부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은 안주가 왜 빨리 안 나오느냐고 재촉하기도 한다. 그때 나는 “나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조금만 참으시라”고 농담을 쳐서 이해를 구한다.

당일 팔 것만 사오기 때문에 손님이 몰린 날은 생선류의 안주는 빨리 떨어진다. 난감해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다 나갔습니다.” 어제도 늦게 오신 손님이 안주 세 가지를 주문하셨는데 매우 미안했다. 세 가지를 차례로 주문할 때마다 “다 나갔습니다”를 반복했다. 초창기에는 “없으면 메뉴판에 쓰지 말든가!”라며 살짝 짜증을 내는 손님도 있었지만 요즘은 우리 가게의 법칙을 알고 적응해서인지 그런 말을 하는 이는 적다.

같은 이유 때문에 메뉴판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 저번에 맛있게 먹었던 메뉴가 다음번에 올 때 없을 수도 있다. 단골손님 중에 광어전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 있다. 그분이 오실 때마다 광어전을 찾으시는데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다. 그런 날에는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다른 안주를 드시지만 꼭 다시 오시더라. 마음이 통했을까! 한번은 정말 맛있는 광어가 들어온 적이 있다. 자동으로 나는 그분을 생각했다. 마침 그때 그분이 오셨다. 사람의 진심은 통하는 것 같다. 계단을 내려오시는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가 “오늘 광어전 있어요!”라고 외쳤다. 그 손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떻게 보면 우리 집은 손님 입장에서는 짜증나는 가게다. 차림표에 적혀 있어도 없을 때가 많고, 지난번에는 맛있게 먹었던 것이 없을 때도 있고, 안주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꽤 오래 걸려 식욕을 참고 있어야 할 때도 많다.

주당들이 어떤 술과 안주를 선택하는지는 본인 스스로 결정할 일이지만 이제부터는 나, 따루주모는 도전정신을 설파하고 싶다. 나의 제2의 조국인 한국의 주당들도 따라할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오늘도 간재미와 멸치회를 막걸리에 씻는다.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따루주모의 술타령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