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5.15 18:11 수정 : 2013.05.15 18:11

1. 태안 이원반도 서쪽 꾸지나무해변에서 바라본 해넘이.

[esc]여행

태안반도 북쪽 끝 이원반도
아담하고 색다른
해수욕장들 이어져

꾸지나무해변~만대항
해안과 소나무숲 가로지르는
솔향기길 걷기코스 인기

한반도 중부 서해안에 태안반도가 있고, 태안반도 북쪽 끝에 이원반도가 있다. 태안군 이원면, 이원반도 주민들은 20여년 전까지 출신 지역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거기는 워디서 왔디야?” “난 이북서 왔시유.” 이원면은 1987년까지 ‘이북면’이었다. 일제강점기 행정구역 개편(1914년) 때 이원면과 북일면을 통합해 이북면이라 했고, 그 뒤 주민들은 모두 ‘이북 출신’이 되었다. ‘면 이름이 생활에 불편하다’는 주민 요청을 받아들여 1987년 이원면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어쨌든 그 전까지 주민들은 이북국민학교를 다녔고, 이북양조장에서 빚은 막걸리를 마셨다. 포지리엔 2년 전까지 막걸리를 생산했던, 100년 됐다는 이북양조장 건물이 남아 있다.

사실 이원반도를 설명할 때는 지리·환경적으로 ‘북’ 자를 자주 들먹여야 한다.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읍과 마주하며 북으로 길게 튀어나온 반도가 이원반도다. 주민 생활권은 남쪽 내륙이 아닌, 바다 건너 북쪽이었다. 70년대까지도 내륙인 남쪽으론 도로가 제대로 뚫리지 않아, 북쪽 바닷길을 이용해 인천을 오가며 일하고 생활하고 자녀 교육을 시켰다.

“쌀장수·소금장수·생선장수도 다 연락선 타구 인천으로 댕겼어. 애들도 크면 인천으루 학교 보내구. 아, 그러니께 저번 인천시장만 해도 여기 이북 출신이었잖여.” 이북면장·이원면장·태안읍장을 두루 거친 이재필(79)씨 말씀이다. 이씨는 “그때 여기 노인들 중엔 태안읍내 구경 못한 사람은 많아도, 인천·서울 안 가본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원반도 끝엔 만대포구가 있다. 옛날 읍내에서 이원반도로 가려면 하도 길이 험하고 멀어, ‘가다 가다 만 데’라 해서 만대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포구다. 이 만대항으로 이제 여행객들이 줄을 잇는다. 멋진 해안을 따라 소나무숲길을 산책하거나 다채로운 농어촌 체험을 한 뒤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즐기기 위해서다.

2. 태안 이원반도 끝 만대포구.
굽이마다 솔숲 너머 아담한 포구·해수욕장 즐비 이원면 소재지인 포지리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북으로 달리면서 구석구석 이원반도 탐방을 해볼 만하다. 이원반도는 면소재지에서 반도 끝까지 직선거리로 약 12㎞, 차를 몰면 반도 끝 포구인 만대항까지 약 15㎞다. 큰길에서 잠시 좌우 샛길로 들어서면,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기다린다. 반도의 왼쪽(서쪽)은 멋진 바위해안과 아담한 모래해변을 거느린 울창한 소나무숲이 대세이고, 오른쪽(가로림만 쪽)엔 너른 갯벌과 천일염을 생산해내는 염전들이 깔렸다.

농촌체험마을로 이름난 ‘볏가리마을’이 있는 관리에서 왼쪽으로 차를 몰면 이원면과 학암포 쪽을 잇는 이원방조제에 이른다. 방조제(1999년 축조)엔 약 3㎞ 길이의 장대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2007년 서해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때 기름 제거작업에 헌신한 120만 자원봉사자들의 노고를 기리는 ‘희망벽화’다. 생명의 바다 등을 표현한 그림 말고도, 자원봉사자들과 주민, 관광객들이 한마음으로 찍어넣은 손바닥 도장(핸드페인팅) 행렬도 볼거리다. 관리 해안엔, 소원을 빌며 통과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구멍바위가 있다. 구멍바위를 통해 바라보는 해넘이가 아름답다.

3. 문화생태체험장 나오리의 도예가 양승호씨가 도예체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반도 서쪽 해안을 따라 숨은포해변·피꾸지해변·사목해변·꾸지나무해변·용난굴해변·중막골해변 등 아담하면서도 저마다 색다른 매력을 지닌 해변들이 이어진다. 숨은포·사목·꾸지나무해변은 모래 해변이지만 용난굴·중막골해변 등은 바위 해변이다. ‘깊숙이 숨은 해안’이란 뜻을 지닌 숨은포(음포) 주변엔 청일전쟁 때 해전에서 패해 조난한 청나라 군인들이 머물렀던 흔적이 전해온다. 청 패잔병들이 머물던 막사 터, 샘터인 떼놈샘, 죽어 떠밀려온 군인들을 한데 묻었다는 떼놈총 등이 그것이다.

잘록한 지형으로 좌우의 바다가 모두 보이는 지역에 자리잡은 사목해변과, 옛날 꾸지뽕나무가 많았다는 꾸지나무해변은 여름철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해수욕장이다. 내리 중막골 펜션단지 부근 바위해안엔 용이 나와 승천했다는 용난굴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용난굴 옆 해안 언덕에 오르면 북동쪽 소나무숲 사이로, 썰물 때 걸어들어갈 수 있는 여섬 쪽 풍경이 펼쳐진다.

반도의 동쪽 해안으론 널찍한 갯벌과 장구를 닮은 장구도, 독살(돌그물) 고기잡이 체험 등을 진행하는 내3리 삼동어촌체험마을, 양식장과 크고 작은 염전들이 이어진다. 손수운전 여행자들의 종착점은 반도의 마지막 포구인 만대항이다. 어선 30여척과 소형 낚싯배들이 드나들며 붕장어·꽃게·간재미·숭어·놀래미를 잡아들이는 작은 포구다. 만대항엔 식당이 4곳(1곳은 휴업중) 있다. 식당 주인들은 한목소리로 “조개류 등 일부를 빼고는 모두 자연산 어종들을 낸다”고 했다. 물량이 딸려 양식 해산물을 낼 경우엔 반드시 손님에게 밝힌다고 한다. 꽃게·주꾸미 통발 산더미처럼 쌓인 포구에서 가로림만을 바라보니 굴양식장 깔린 물 가운데 삼형제섬이 박혀 있고, 건너편으론 누런 절벽을 드러낸 황금산, 연무에 휩싸인 대산공업단지 굴뚝들이 아득하게 눈에 잡힌다.

4. 이원반도 서쪽 바위해안의 용난굴.
태안에서 만대항까지 하루 7회 운행하는 태안여객 버스는 보기 드물게 안내양을 태운 버스를 운행한다. 운전기사 강봉규(50)씨는 “하루 세 차례(태안에서 11시40분, 14시, 16시30분 출발) 안내양이 탑승해 여행객에겐 여행지 설명을 해주고, 지역 어르신들 승하차도 도와드린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마침 안내양이 쉬는 날(매주 수요일), 이원반도 관광 첨병을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아기자기한 솔향기길 걷고 해산물채취·염전·도예체험 해볼만 만대항은 태안 이원반도와 가로림만 해안 주변에 조성된 솔향기길 제1코스(꾸지나무해변~만대항)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솔향기길 1코스를 직접 닦았다는 차윤천씨는 “다섯 코스의 솔향기길 코스 중 가장 멋지고 아기자기한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1코스”라며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때 기름 제거작업을 위해 뚫었던 통행로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1코스는 울창한 소나무숲길과 바위해안길을 넘나드는 10.2㎞ 길이의 해안둘레길이다. 3시간30분 소요. 만대항 식당들에선 꾸지나무해변에 차를 대고 걸어와 식사하는 손님들에게 꾸지나무해변까지 무료 차량을 제공한다. 꾸지나무해변의 식당도 마찬가지로 손님을 만대항까지 태워다준다.

시간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미리 예약해 이원반도 주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농어촌 체험들을 즐겨볼 만하다. 관리 볏가리마을에선 볏짚단을 묶어세우는 볏가릿대 놀이, 농사일 체험, 손두부·인절미 만들기, 염전 체험 등을 진행하고, 내리 삼동어촌체험마을에선 바닷가에 설치한 독살(돌그물) 고기잡이, 갯벌 설게(쏙)잡이, 낙지잡이, 굴까기 등 어촌 체험행사가 벌어진다. 내리의 문화·생태체험 공간인 ‘나오리’에선 도예·무용 전문가와 함께하는 도예 체험, 무용·명상 체험, 고사리 채취, 갯벌 해산물 채취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서해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 흔적을 말끔히 씻어내고, 이원반도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풍성한 체험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태안=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travel tip

박속밀국낙지탕 별미

가는 길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나가 32번 국도~서산시~태안읍~603번 지방도~이원반도. 남부지역에선 서해안고속도로 해미나들목~서산~태안~이원반도.

먹을 곳 만대포구 만대회수산(041-675-0108), 운영수산(041-675-3048), 어촌계횟집(041-675-7976)의 자연산 회와 매운탕(3만원부터), 붕장어구이(1㎏ 4만원 안팎) 등. 태안읍 바다꽃게장횟집(041-674-5197)의 꽃게장정식(1인 2만2000원·사진), 우럭젓국(1만5000원). 이원면 소재지인 포지리엔 이원식당(041-672-8024) 등 박속밀국낙지탕 전문식당들이 있다. 1인 1만5000원.

묵을 곳 이원반도 도로변에 전망 좋은 펜션이 많다. 중막골에도 펜션이 모여 있다. 앤니로리(041-675-0123), 블루라군(041-675-0045), 메종드메르(041-675-8444), 해맘(041-675-9220), 씨엔블루(041-675-9220) 등 주중 2~4인실 10만원 안팎부터.

여행문의 태안군청 문화관광과 (041)670-2691, 관2리 볏가리마을 (041)672-7296, 만대어촌체험마을 010-4755-4222, 문화생태체험공간 나오리 (041)675-7720.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