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15 18:16
수정 : 2013.05.15 18:16
[매거진 esc] 독자사연 맛 선물
결혼 3년차. 신랑이 일년에 한번은 꼭 나를 곤란하게 한다. 어느 날 신랑이 갑작스레 “여보. 나 짱뚱어탕이 먹고 싶네”라며 날 당황시켰다. 이름마저 생소한 그것이 굳이 먹고 싶다며 고집 아닌 고집을 피우는 신랑을 보며 난 살짝 투덜거렸다. “아니 꼭 먹고 싶다는 건 아니고 생각이 나네”라며 신랑은 내 눈치를 보고 말끝을 흐렸다. 생전 하지 않던 반찬투정을 하니 “그래 해보자” 다짐했다. 부랴부랴 갓난쟁이를 남편에게 맡겨놓고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짱뚱어를 사러 마트로 향했다. 수산물 코너를 거짓말 조금 보태 백번은 둘러봤다. 없었다.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했을 때 마트 직원이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다가와 “손님 뭐 찾으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이때다 싶어 “짱뚱어 없어요?” 하자 마트 직원은 내가 신랑에게 지었던 표정을 다시 지었다. 무안한 나는 성난 표정으로 마트를 나왔다.
근처 재래시장엘 갔다. 신선한 어류와 갖가지 해산물들이 즐비했다. 기대에 차 물었다. 어라? 그런데 주인은 그 마트 직원의 표정을 또 짓는 게 아닌가! “없어요, 없어”라고 해 무안했다. 화가 난 나는 핸드폰을 켜서 도대체 짱뚱어가 어떻게 생긴 고기인지 검색했다. 내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 시장 곳곳을 찾아다녔다. 시장 끝에서 어느 할머니가 빨간 고무대야에 짱뚱어 몇마리를 대충 담아놓고 꾸벅꾸벅 졸고 계셨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랄까! 할머니의 단잠을 깨웠다. “새댁인가, 아가씨가 짱뚱어를 어찌 아는고?” 첫 손님이라며 서너마리를 덤으로 넣어주셨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또 생겼다. 요리법을 몰랐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에미야, 된장, 고추장 조금 넣고 고춧가루랑 마늘, 대파 넣고 끓이면 된다. 간장 조금 넣고. 그거 네 시아버지 살아생전에 애비한테 통발에 잡아서 잘 만들어주던 거다. 애비가 오늘 아버지가 그리운가 보다. 소주 한병 사들고 가서 말동무 좀 해주거라.”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서둘러 봉지를 움켜쥐고 집으로 갔다. 맛은 예전에 아버님이 해준 것에 비할 수 없었겠지만 마음만은 넉넉하게 특별 만찬을 만들었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신랑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남았다. “정말 맛있다. 소원이 없네.”
정혜진/충남 서천군 서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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