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5.22 20:03 수정 : 2013.05.23 09:47

일간베스트저장소 화면 갈무리.

[esc]커버스토리
진화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밍아웃’이 될지 모르겠지만 근 한 달 일베와 함께 웃고 울었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해야겠다. 시작은 이렇다. 일베의 공적, 팝아티스트 낸시 랭과 함께한 <박정희와 팝아트투어>가 논란에 휩싸이면서 덩달아 ‘듣보잡’ 기획자인 본인의 신상까지 털린 것이다. 내가 홍대를 졸업 못한 얘기, 시카고에 유학 갔다가 그냥 돌아온 얘기, 갤러리와의 갈등관계, 술 먹다 한 음담패설, 여자관계까지! 자기 얘기가 나오는데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있나.

그곳에 있는 강×민이란 인물은 뭐랄까, 참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외모는 별로지만 화려한 언변술로 좌중을 휘어잡으며, 만나는 여성마다 자신의 욕망대로 취한 후 가차없이 버리고 마는, 중2병에 불과한 사이비 혁명가적 제스처와 개똥철학을 예술가적 카리스마로 솜씨 좋게 포장하며, 성공을 위해 꼼수를 쓰는 가증스런 인물이다.

날마다 바지런히 업데이트 되는 본인의 신상털이 포스팅을 보며 유익한 자각도 있었다. 자신을 초라한 자의식과 야만의 거울로 비춰 보는 것. 그것은 인간으로서 긍지와 존엄을 위한 도약에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일베가 창궐하는 야만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진정으로 인간다운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60년 전 이북 청년단체연합은 권총으로 정적을 겨누었다면 21세기 디지털 서북 청년단은 집단 민원으로 정적을 저격한다. 가공할 만한 잉여력으로 정치, 시사, 경제, 역사를 넘나드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급기야 내 하트 캐릭터가 어떤 해외 패션 브랜드의 심벌을 베꼈다는 주장을 하며 팝아트에 대한 미술비평까지 생산하기 이르렀다. 팝아트신과 내 작품에 대한 관심이 고맙다.(그런데 하트 작업은 내가 먼저 했거든!)

신상을 탈탈 털린 뒤 ‘못다 한 혁명을 완수하기 위해 볼리비아로 떠난다’는 드립을 친 일이 있었다. ‘관심병자는 어쩔 수 없구나, 그곳은 고산병이 심하니 몸조리 잘하길 바란다’며 걱정해주는 한 일베충을 보며 묘한 동료애마저 느꼈다. 스톡홀름 신드롬인가.

잉여력이란 측면에서 예술가와 일베는 닮아 있다. 예술이 먹고사니즘을 넘어서는 인간의 형이상학적 행위라면 일베는 형이하학을 담당한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 미학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제정일치의 사회에 살고 있다. 드라마에서 나쁜 놈이 현실에서도 나쁘니 때려줘야 된다는 식이다. 그들은 자신을 반성하는 능력, 시대와 소통하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

나는 일베의 공격을 받고 일베에 중독될 뻔했다. 그러나 이내 일베를 사랑하기엔 내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술가는 야만이 아니라 인류의 편에 서 있는 것이다.

강영민 팝아티스트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