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29 20:08
수정 : 2013.05.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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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맛물, <평화가 깃든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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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커버스토리 저염식단
자연요리가 문성희(63)씨의 양념통은 특별하다. 소금은 눈에 안 띈다. 대신 약초맛물(사진), 생들깨, 생들기름, 직접 담근 된장과 발효액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 약초맛물은 만능선수다. 국에도 쓰고 김치를 담글 때도 뿌린다. 국수 요리를 할 때나 밥을 지을 때도 요긴하다. 굳이 소금을 꾸역꾸역 넣지 않아도, 문씨의 양념통 맛내기 선수들은 맛깔스러운 음식을 충분히 차려낸다. 약초맛물은 만드는 법이 쉽다. 재료 구하기가 번거로워 보이나 완성된 맛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다용도이기 때문이다. 칡뿌리, 맥문동, 구기자, 오가피, 감초, 당귀, 황귀 등의 재료들과 물(10컵)을 섞고 20여분 끓인 뒤, 재료들을 건져내면 완성이다. 버섯샤브샤브, 약초맛물온국수 등의 재료로 쓰면 형형색색의 향과 맛이 은은하게 퍼진다.
달곰삼삼한 맛은 산야초 효소로 낸다. “설탕 대신 효소를 넣으면 깊은 맛이 나죠.” 그가 알려주는 산야초 효소 만들기는 다음과 같다. 솔잎, 백합뿌리, 쑥, 박하, 오가피, 연뿌리 등에 설탕 시럽(재료의 7~8배)을 넣고 젓는데, 처음에는 매일 젓다가 2주 후부터는 4~5일에 한 번씩 저어준다. 서늘한 곳에 100일 숙성시킨 다음에 발효액을 거르면 끝이다. 요리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산야초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문씨는 오미자를 추천한다. 만드는 법은 같다. 그가 만드는 발효액은 사계절 산등성이를 고스란히 부엌 찬장에 옮겨온 듯하다. 매실과 아카시아꽃 발효액은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인다. 새큼하다.
단맛내기의 친구는 또 있다. 과일잼이나 유자청, 곡물가루에 엿기름을 섞어 오랜 시간 숙성시킨 조청이다. 탐날 만한 양념들이 수북하지만 소금을 전혀 안 쓰는 것은 아니다. 1300도가 넘는 장작 가마에서 구워서 독을 뺀 도자기소금이나 천일염을 1000도 이상에서 가열해 얻는 용융소금 등을 쓴다. 자연의 맛을 끌어낸 양념은 건강식의 기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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