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29 20:30
수정 : 2013.05.30 21:40
|
저염 김치찌개와 일반 김치찌개의 소금량 비교. 박미향 기자
|
[esc]요즘 뜨는 저염식단 맛있게 먹기
일상식 속의 소금양을 줄이자는 취지의 저염식단 열풍이 직장인들에까지 전파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케이비국민카드 구내식당에서 만난 한 직원은 “석달만에 8㎏를 감량했다고” 저염식 예찬을 했다.
소금은 ‘하얀 금’, ‘작은 금’, ‘하얀 보석’으로 불릴 만큼 예부터 귀한 먹거리였다. 오죽하면 로마시대에는 소금을 병사들에게 월급으로 주었겠는가! 2013년 소금은 천덕꾸러기다. 생활습관병인 고혈압, 심장병, 신장질환, 비만 등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소금(NaCl)의 주성분인 나트륨(Na)이 주목의 대상이다. 소금에는 나트륨 이외에도 미네랄 등도 포함돼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서울시, 각종 친환경단체들은 부쩍 나트륨 줄이기 캠페인에 힘을 쓰고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나트륨 2000㎎)이다.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646㎎으로 2배가 넘는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지만 ‘먹어도 너무 먹는’ 것이다. 과잉섭취 후 남은 나트륨은 소변이나 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출을 모색한다. 만약 실패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고혈압, 심장병 등의 발병이나 이른바 ‘식탐호르몬’이라 불리는 식욕중추호르몬 그렐린(ghrelin)을 자극한다.
건강검진 후나 3월 신청자 많아
열흘 정도 적응기간이 필요
최소 한달에서 석달은
꾸준히 먹어야 효과 있다
케이비(KB)국민카드 이정훈(38) 제휴사업부 과장은 요즘 하루 한끼 저염식을 먹는다. 이 과장은 넉달 전 충격에 빠졌다. 부장이 살을 꼬집기까지 하면서 “옆구리와 목에 살이 많네”라는 소리를 했다. 아끼는 마음에 웃으면서 던진 말이었지만 이 과장의 뇌는 바로 각성모드로 전환됐다. 그는 178㎝에 제법 탄탄한 몸매를 가진 이였다. 몸무게를 재보니 75㎏이었다. “보통 64㎏ 정도를 유지했거든요.” 그는 대책을 세웠다. 선택한 비책은 저염식이었다. 운동만 했던 작년의 경험 때문이다. “감량에 효과가 없었어요.” 체중 증가 이유는 우리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야근 때마다 먹은 ‘치맥’(치킨과 맥주), 업무 스트레스 등. 우리가 일상에서 끼고 사는 것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구내식당에 저염식단이 추가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총열량은 500㎉를 넘지 않고, 소금의 양은 3g으로 제한한 식단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풀이구나 생각이 들어 못 먹겠더라구요.” 2주가 지나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엄청난 감량? 아니다. “맛있어서 즐겁게 먹게 된 겁니다.” 혀의 맛 봉우리(미뢰)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태양을 품은 듯한 싱그러운 오이와 배추의 아삭한 식감, 식판을 유유히 주유하는 깻잎의 향, 삶은 돼지고기 등심의 쫀득한 맛이 느껴졌다. 식재료 본연의 맛이 점막을 쓰다듬었다. “속쓰림도 없어지고 몸이 가벼워졌어요.” 햄, 김치찌개, 부대찌개 등은 그의 밥상에서 퇴출됐다. 지금 그는 68㎏이다.
생각지도 못한 동료애도 찾아왔다. 하루 저염식을 먹는 직원은 구내식당 이용자 700여명 중 50여명 정도. “처음에 혼자 먹다가 서로 눈인사를 하게 됐어요.” 동질감이 부풀어 올랐다. 함께 싹싹 식판을 긁어 먹다 보면 재미있는 사내 정보도 얻는다. 물론 그가 운동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과한 운동을 하면 업무 중에 졸 수 있기 때문에” 빨리 걷기 15분, 자전거 타기 15분, 근력운동 30분을 매일 했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애프터 앤 비포’ 사진이 담겨 있다. 사진을 본 동료들은 깜짝 놀란다. 부러움의 시선이 박힌다.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는 곧 마라톤대회에 나갈 예정이다.
|
케이비국민카드 이정훈 과장. 저염식 다이어트를 하기 전과 후.
|
절실한 이유로 저염식단을 찾는 이도 있다. 케이비국민카드 회원심사부 심사운영1팀 정동선(47) 팀장은 3년 전 건강이 악화돼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미 저염식이 일상화된 터였다. 귀신처럼 인공조미료의 맛을 감지한다. 그런 그에게 회사 점심시간은 곤혹스러웠다. 가수 박진영이 <케이팝스타>에서 “공기 반 소리 반”을 외쳤지만 짜고 매운 대중음식점의 맛이야말로 양념 반, 재료 반이다. 구내식당의 저염식단 등장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매사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게 큰 소득이죠.”
케이비국민카드는 구내식당을 씨제이(CJ)프레시웨이에 위탁해 운영한다. 일명 ‘503식단’(총열량 500㎉ 이내, 소금 양 3g 이하)이다. 저염식이라고 해서 병원 환자식을 떠올리면 안 된다.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는 하나 맛이 없다면 먹기 괴로운 게 밥이다. 저염식단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 타니타의 구내식당 메뉴도 ‘저칼로리와 저염분의 원칙은 지키되, 맛있고 배불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킬 음식과 조리법’이 조건이다. 씨제이프레시웨이 메뉴엔지니어링팀 송영재 팀장은 “입에 안 맞으면 포기해”버리기에 “씹는 맛, 식재료 고유의 맛은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식재료에 든 염분 양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메뉴 짜기는 간단하지 않았다. 케이비국민카드 구내식당을 맡고 있는 정태정 영양사는 “무, 양파, 시금치, 양배추 등의 야채를 많이 쓰고, 주로 오븐에 굽거나 찌지만, 볶을 수밖에 없는 음식은 중식처럼 고온에서 짧게 튀겨 불 맛을 넣는 요리법을 쓴다”고 말했다.
허브나 마늘, 생강, 후추 등은 맛내기 선수들이었다. 사과, 현미, 발사믹식초는 요긴하다. 송씨는 “싱겁게 느껴지는 맛을 상쇄시켜준다”고 한다. 나물 무침에는 콩가루가 구원투수로 나서고, 샐러드에는 유자청과 여러 가지 맛을 섞은 소스가 투입된다. 국, 밥, 반찬 3가지가 기본 구성이다. 면 요리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면에 든 나트륨 때문이다. 정씨는 “알록달록 색감을 화려하게, 예쁘게 구성하면 더 많이 먹는다”며 색, 향, 식감, 온도에 온 신경을 쓴다. 나물햄버그스테이크, 캄보디아식 오징어볶음, 허브비빔밥, 독특한 음식도 더 많은 이들을 저염식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다. 현재 100여가지가 개발된 상태. 정씨는 “건강검진 후나 3월에 신청하는 이들이 많은데 열흘 정도의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최소 한달에서 석달은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단체운영급식업체 현대그린푸드, 삼성에버랜드, 아워홈 등도 저염식단 보급에 나선 상태다.
무조건 ‘소금을 먹지 말자’고 몰아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연요리 전문가 임지호씨는 “정제염(바닷물을 전기분해해 미네랄 등은 제거하고 얻은 순도 높은 염화나트륨 결정체)이 독인 거지, 미네랄이 있는 천일염 같은 좋은 소금은 적당히 먹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편한 몸의원’의 의사 윤두화씨는 “장기를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세포활동에 나트륨은 반드시 필요하고 우리 몸은 그 양을 조절하는 자동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고혈압 등의 발병은 긴밀한 유기적 관계가 깨지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에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몸의 균형과 조절능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
>>> 나트륨 줄이고 맛난 음식 만들기
① 다시마나 멸치 등을 우린 육수를 쓴다.국물은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② 국, 찌개에 넣는 채소 양을 늘린다.잎채소, 뿌리채소 등 채소를 많이 사용한다.
③ 마늘, 양파, 허브, 청양고추 등의 향미채소와 향신료로 맛을 낸다.
④ 생선은 미리 소금에 재지 않고 굽기 직전 뿌린다. 소금물에 절이거나 레몬즙을 사용한다.
⑤ 마요네즈 등의 드레싱보다는 간장, 식초, 플레인 요구르트로 소스를 만든다.
⑥ 정제염보다는 천일염이나 구운 소금 등을 쓴다.
⑦ 프라이팬 대신 오븐이나 석쇠를 사용한다. 찌거나 굽는 등의 요리법을 쓴다.
⑧ 삼겹살, 불고기 등은 쌈장, 소금기름 대신 구운 마늘, 양파, 풋고추 등을 넣어 싸먹는다.
⑨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풍부한 해조류, 채소, 과일, 견과류 등을 자주 먹는다.
⑩ 식욕을 돋우도록 다양한 색감의 음식을 만든다.
⑪ 외식과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인다. 장바구니의 90%를 자연식품으로 채운다.
⑫ 식품 성분표의 나트륨 함량을 살핀다.
⑬ 나트륨이 높은 식품명을 적어 냉장고에 붙여둔다.
⑭ 레스토랑, 음식점에서 소스나 장을 따로 달라고 한다.
⑮ 나트륨 함량이 높은 배달음식은 피하고 고구마, 군밤, 견과류 위주의 간식을 준비한다.
참고문헌 <타니타직원식당>, <저염밥상>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