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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무릉계곡의 쌍폭포. 두타산 자락 박달골에서 내려온 물길(왼쪽)과 청옥산 자락에서 내려온 두 물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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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여행
강원 동해시 무릉계곡과 삼화사 참선·명상 체험, 묵호항 논골담길 탐방
계곡 트레킹, 용추폭포 앞 참선촛대바위 해돋이 명상 등은
다른 템플스테이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일정이다 짙푸르러지는 신록, 걷잡을 수 없는 때다. 전국의 높은 산 깊은 골 울창한 숲들이 앞다퉈 어두컴컴해지는 이때, 숲길 사랑하고 걷기 좋아하는 분들 또한 신선한 숲터널 걷고 싶은 마음 걷잡을 수 없을 터이다. 물소리 짙은 계곡길과 바람소리 세찬 능선길 두루 돌며, 몸과 마음을 신록에 푸욱 담갔다 건져올 수 있는 숲길로 가보자. 강원도 동해시 경치 좋기로 이름난 두타산(1352.7m)과 청옥산(1403.7m) 사이에 내뻗친 수려한 바위골짜기 무릉계곡이다. 선선한 오전에 신선이 살 듯한 숲길을 걷고, 오후엔 전망 좋고 그림 좋은 묵호항 비탈마을, 논골의 비좁은 골목길을 걸어볼 만하다. 소와 폭포 즐비한 명승, 선인 발자취도 촘촘 ‘국민관광지 1호’ ‘명승 37호’ ‘아름다운 하천 100선’. 무릉계곡을 꾸며주는 표현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표현은 골짜기 이름 자체다. ‘신선이 살 만한 계곡’이란 뜻의 무릉계곡이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향 무릉도원에서 따온 이름이다. 골짜기 들머리 금란정 앞 물길의 널찍한 암반에 새겨진 대형 글씨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도 신선들이 사는 이상향을 드러낸 글이다. 이 웅장한 글씨는 강릉부사를 지낸 봉래 양사언이 썼다(1571년)고도 하고 삼척부사를 지낸 옥호자 정하언 글씨(1751년)라는 얘기도 있다. 숲길 명상 템플스테이로 이름난 삼화사를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물길 따라 용추폭포로 가는 완만한 길과, 관음암으로 오르는 계단길이다. 무릉계곡 숲길 탐방 코스는 대체로 셋으로 나뉜다. 물길 따라 쌍폭포·용추폭포까지만 다녀오는 왕복 1시간30분 코스와 용추폭포 보고 내려와 문간재 들른 뒤 하늘문·신선바위·관음암 거쳐 내려오는 코스, 반대로 관음암으로 올라 하늘문·문간재·용추폭포 거쳐 물길 따라 내려오는 2시간30분~3시간짜리 코스다. 개인적으로 세번째 탐방길이지만, 내려다보고 올려다볼 경치가 많아 소요시간 가늠은 매번 어렵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아저씨는 “어디로 가든 한 바퀴 돌아오면 2시간30분”이라 했고, 관음암 주변에서 만난 어르신은 “발 빠른 사람은 2시간도 안 걸린다”고 했지만, 사진 찍고 구경하다 보니 4시간 가까이 걸렸다. 관음암 샘터에서 목을 축이고 오솔길 걸어 신선바위에 오르니 실낱같은 무릉계곡 물줄기가 산그늘에 잠겨 까마득하다. 거대한 바위 끝에 걸린, 물살에 파인 듯한 작은 웅덩이가 신선이 계곡 경치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는 자리다. ‘신선 엉덩이 자국’이란다. 절벽의 거대한 바위 틈새엔 대개 소나무가 뿌리를 내려 자라고 있다. 뿌리의 힘으로, 쪼개지고 있거나 언젠가는 쪼개질 바위들이다. 탐방길에서 가장 아찔한 지점은 피마름골의 하늘문 계단이다.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이 절벽 중간에 뚫린 바위구멍을 통해 이어진다. 비 올 땐 하늘문 쪽 코스는 피하는 게 좋다. 3단으로 이뤄진 용추폭포는 아래쪽 하단 폭포보다 물길 위로 올라 만나는 중간 폭포의 자태가 더 웅장하다. 용추폭포(하단) 바위 밑엔 ‘용추’라는 글씨가, 소 앞 널찍한 암반엔 ‘별유천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별유천지(비인간)’는 이태백의 이상향이요, ‘무릉도원’은 도연명의 이상향이니, 선인들은 이 골짜기에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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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 묵호진동 논골마을 골목길(논골담길)을 탐방하는 대학생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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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사 템플스테이는 동해안 해돋이 명상, 폭포 참선 등 흥미로운 일정으로 짜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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