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6.05 21:14 수정 : 2013.06.06 17:35

아틀리에(작업실)에서 포스트 디셈버 이예슬 주임이 자세를 잡았다. 작업실 앞엔 바로 매장이 있어 고객과의 접촉면을 넓혔다

[esc]커버스토리 맞춤옷 체험기
맞춤옷 장인들에게 듣는 옷 제대로 맞추는 법

1970~80년대 섬유산업 활황기엔 동네 양장점이 큰 인기를 끌었다. 값싼 기성옷의 포화 속에서도 지금까지 맞춤옷의 명맥을 이어가는 장인들은 대체로 그 시절부터 옷 만들기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 요즘 들어선 그런 마지막 장인들과 함께, 색다른 시도를 하고 나선 젊은 세대의 틈새시장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고급 맞춤복인 ‘오트쿠튀르’와 고급 기성복인 ‘프레타포르테’(레디투웨어) 사이 중간 개념인 ‘드미쿠튀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급 일상복 디자인에 공정이 간편해진 맞춤옷을 가리킨다.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독특한 자기세계를 열어가고 있는 이름난 맞춤옷집 몇곳을 방문해봤다.

‘포스트 디셈버’ 디자이너 박소현(35) 대표
고급 맞춤 여성복 포스트 디셈버

서울 경복궁 쪽에서 자하문 터널을 지나자마자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면 ‘포스트 디셈버’라는 작은 선간판이 나온다. 패스트패션의 홍수 속에서 ‘13월’이란 이름처럼 천천히 오래가는 디자인을 추구하며 장인들의 팀워크를 중시하는 것으로 동종업계에서도 인정하는 곳이다. 디자이너가 시즌마다 컬렉션을 내놓으면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맞춤옷을 해주는 일종의 ‘드미쿠튀르’라고 할 수 있다.

옷은 전반적으로 곱고 여성적이다. 디자이너 박소현(35) 대표는 “시와 문장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영국에서 석사를 마치고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일을 하다가 귀국한 뒤 2009년 숍과 아틀리에(작업실)를 결합한 이 브랜드를 만들었다. 서울패션위크와 외국 전시회 등에서도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박 대표는 “궁극적으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고 싶지만 내 옷을 좋아하는 소매 고객들과 함께 가는 길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은 “복장으로 사람들을 대면할 일이 많은” 교사·강사 등 직장인 중심이다. 숍에는 기성복(레디투웨어)인 ‘리넨 라인’과 맞춤옷인 ‘컬렉션 라인’ 두가지가 있다. 기성복들은 저지류로서 아방가르드한 자연스러움을 풍기는 카디건·티셔츠가 많고 가격은 10만원대 안쪽으로 맞춤복보다 저렴한 편이다. 맞춤인 컬렉션 라인은 좋은 자리에 입고 갈 만한 정장류로, 백화점 브랜드 가격대와 비슷하다. 제작은 봉제전문가 정일성씨가 주로 맡는데, 그 계통 장인으로서는 거의 마지막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정말 장인 정신을 갖고 하시는 훌륭한 분”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박 대표는 국내 섬유산업 전체에 큰 타격을 안긴 외국 에스피에이(SPA) 브랜드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저렴하고 적절한 옷을 제공한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라면서도 “패스트패션의 유행으로 손쉽게 입고 버리는 옷은 환경에도 바람직하지 않으니 괜찮은 소재의 정갈한 옷을 맞춰 트렌디한 옷과 섞어 입으면 좋다”고 조언했다.

“맞춤 업체들이 좀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랍니다. 맞춤옷에 대한 로망이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는 분들도 자유롭게 오셔서 입어보고 맞춰보면서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02-732-1213)


‘새빌로우’ 최호성(38·오른쪽) 대표, ‘브라운 오씨’ 신오철(31·왼쪽) 대표
와이셔츠·데님 맞춤 새빌로우·브라운 오씨

맞춤 와이셔츠 브랜드 ‘새빌로우’ 최호성(38·오른쪽) 대표는 200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양복·데님 맞춤 브랜드 ‘브라운 오씨’ 신오철(31·왼쪽) 대표와 협업을 시작했다. 양복과 셔츠를 함께 맞출 수 있는 젊은 감각의 맞춤 편집숍을 낸 것이다. 새빌로우는 6만~15만원대 가격으로 명품 셔츠와 에스피에이 브랜드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찾았다. 덕분에 기성복보다 값져보이고, 명품 브랜드보다는 싼 와이셔츠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다. 인터넷 카페 회원은 8000명 정도. 이용객들이 블로그에 맞춤 후기를 올리면서 입소문을 탔다. 최 대표는 “여자친구를 데려와 ‘셔츠 맞춰 입는 남자’임을 보여주려는 젊은 남성들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요즘은 직접 제작한 자수 원단이나 ‘지지미’로 알려진 시어서커 원단의 인기가 좋다. 주의사항을 묻자 최 대표는 “우선 칼라와 커프스 스타일에 대한 공부를 조금 하고 오는 것이 필요하고, 셔츠는 땀을 흡수하는 개념의 옷이니 무조건 면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답했다.

브라운 오씨 신오철 대표는 지난해 처음 맞춤 데님 라인을 내놨다. 슈트가 전공이기는 하지만 본인이 청바지를 워낙 좋아해 개발한 것이다. 멋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셀비지 원단(구식 방직기로 직조하며 마감이 스티치로 돼 있음)을 사용하는데, 밀도가 떨어져 만들었을 때 고전적인 감성이 묻어난다. 신 대표는 “헤리티지한 품격을 찾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 것 같다”고 했다. 밑위길이, 엉덩이 사이즈, 밑단, 길이 등 사소하지만 옷 입을 사람을 신중하게 고려해 맞춤을 하고 아랫단도 부츠컷, 스트레이트, 레귤러 등 스타일에 따라 맞출 수 있으며 스티치 실 색깔까지 고를 수 있다. 단추와 리벳에도 ‘브라운 오씨’라는 돋을새김을 해 넣었다. 기획부터 사이즈 조견표 완성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6개월 만에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고단했지만 반응은 좋은 편. 여성복은 제작하지 않는다. 신 대표는 “데님을 할 때는 슈트에 맞춰 입을 것인지, 캐주얼하게 입을 것인지 고려해서 신중하게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02-543-6248)


‘대현수선’ 이영희(62) 대표
명품 수선·생활한복 맞춤 대현수선

이화여대 앞 ‘대현수선’은 옷 좀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 특히 유명인들이 남몰래 다녀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남대문에서 시작해 40년 이상 옷 만들기를 해온 이영희(62) 대표는 기성복 샘플실, 한복 브랜드 등 여러 곳에서 일하다 10년 전 이곳에 수선집을 냈다. 간판이 ‘수선’이지만 사실 이곳에선 재수선, 패턴, 제작, 맞춤 등 모든 것을 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연세대 등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의 졸업작품을 도맡아 ‘샘플숍’으로 명성을 쌓았다. 젊었을 때부터 궁중 전례복, 침례복, 깨끼(안팎 솔기를 얇게 곱솔로 박은 것) 한복, 생활한복, 일반적인 양장 맞춤을 두루 해와 못하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자신있는 것은 수선과 생활한복”이라고 하지만 예술 감성 풍부한 학생들의 창의적인 졸업작품까지 거침없이 완성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기로 이름 높다.

이 대표는 “원단에 따라 두께와 질감 등 고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옷을 완성하려면 천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하고, 굴곡진 사람 몸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했다. 워싱 청바지 기장을 줄일 땐 그냥 잘라내고 박는 것이 아니라 맨 밑단을 잘라붙여 자연스런 질감을 이어준다. 고객이 아끼는 ‘명품’을 수선할 땐 비슷한 실이 없으면 일일이 올을 풀어 다시 그 실로 박음질할 정도다. 세부적인 완성도를 높이려고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대개는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맞추지만 힘들게 하는 손님도 많다. 이 대표는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 정말 장인 정신으로 옷을 짓는다”고 했다.

맞춤옷은 시침질(가봉)을 포함해 완성까지 열흘 정도, 1980년대 유행하던 ‘고구마 소매’ 재킷 수선은 4~5일, 모피 수선은 열흘 정도 걸린다. 이 대표는 “어떤 옷이든 ‘개성화’시켜 줄 수 있으니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옷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갖고 오면 된다”고 말했다. 취재를 몇번이나 고사하던 그는 “언론에 나가면 너무 전화만 쏟아질까 걱정된다”고 했다. 전화받을 시간도 없이 일에 몰두해야 하는 탓이다. (02-364-1007)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궁합’ 맞는 제작자를 찾아라

생각과 실제는 다르기 때문에 옷을 입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한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원단과 부자재에 따라 옷의 형태는 매우 달라진다. 따라서 원단은 옷에 대해 잘 아는 디자이너와 직접 상의하는 것이 좋다. 본인이 원하는 것과 옷 짓는 사람이 바라는 상이 일치하도록 될 수 있으면 자세하게 서로 경청하며 협업하는 마음으로 시접이나 단춧구멍 등 세밀한 부분까지 깊게 상의하는 것이 좋다. 본인과 ‘궁합’이 잘 맞는 제작자를 찾는 것이 맞춤옷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이든 고급 부티크든 반드시 적용되는 원칙이다.

처음 맞춤옷에 도전해보는 초보라면 맞춤옷을 해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따라가는 것도 괜찮다. 그러나 인터넷 후기나 입소문이 본인에게 꼭 맞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해당 브랜드의 가격과 구입하는 이들의 특성 같은 사전 조사를 정성 들여 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다. 일단 옷을 짓기 전에 매장에 들러 둘러보기만 해도 되겠냐며 미리 방문 목적을 전달하는 것도 좋다.

맘에 드는 숍에서 치수 재기(채촌)만 가능한지도 한번 물어보자.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몸에 대한 비밀을 알게 돼 스타일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평생 옷을 사면서 수없이 실패했던 것처럼, 옷을 맞출 때도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귀한 옷을 소중하게 다루고 잘 입기 위한 과정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