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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보고서’는 성격·성향 검사 등 5가지 검사를 통해 그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스트레스와 갈등의 원인을 짚는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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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의 일대일 심리분석 프로그램 체험기
검사지 작성을 마치고 2주 뒤한 권의 보고서가 도착했다
내 마음은 여전히 완전한
해석을 허락하지 않지만
단서는 풍부해졌다
이 책은 나의 문제작이다 41살 여자 사람, 너는 누구냐. 나라는 사람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다. 내 삶에 대한 어떤 사실관계도 없이 내 정신상태에 대해서만 읊어대는 이 보고서를 읽어줄 독자는 세상에 나 하나뿐이다. 그런데 “남은주님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려는 반추성향이 높은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보고서를 읽노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남에겐 진부한 에세이요 당사자에겐 엑스파일인 이 작은 책은 심리치유 기업 마인드프리즘에서 보낸 ‘내마음보고서’다. 마인드프리즘 누리집에서 8만원을 내고 신청하면 우편으로 심리검사지를 받고 검사지에 표기해서 보내면 2주일쯤 뒤에 심리검사 결과가 담긴 112쪽짜리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내마음 보고서’를 받게 된다. 히스토리, 그림, 스트레스, 문장 완성, 성격·성향 검사 등 ‘내마음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다섯 종류의 검사는 크게 낯설지 않았다. 회사나 학교에서 단체로 받는 인·적성 검사에 익숙해진데다 6개월 전 한 상담기관을 통해 심리검사를 받아본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장 완성 검사는 거의 동일했고 567개 문항의 성격·성향 검사는 문항수와 질문 내용에서 다면적 인성 검사 2(MMPI 2)와 크게 비슷했다. 마인드프리즘에서는 검사지를 받으면 1시간30분 정도 집중해서 답할 것을 권한다. 그러나 결국 나란 사람의 속마음이 표준 분포에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보는 상대평가를 통해서 나에 대해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병원이나 기관에서 하는 심리검사는 주로 병리적 증상을 선별하거나 심리적 영역을 수치화해서 나타낸다. 나는 심리검사를 단서 삼아 6개월 동안 정신분석을 해왔다. ‘내마음보고서’는 검사 결과를 가지고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 이야기는 지난 6개월 동안 나 자신에 대해 분석한 내용과 놀랄 정도로 닮아 있다. 나는 누구인지 항상 알고 싶어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마인드프리즘 정혜신 대표는 “내가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기 성찰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자신을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많이 하며 살아가게 되거나 본의 아니게 옆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을 몰라서 치러야 하는 심리적 대가가 너무 크다”고 했다. 내 마음은 여전히 완전한 해석을 허락하지 않지만 단서는 풍부해졌다. 비슷한 질문에 대한 내 답은 6개월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전에 썼던 문장 완성 검사지를 보니 나는 아버지를 “좋은 분”으로 묘사하면서도 “아버지들이란 자식보다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개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했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불행한 사람이었다”고 썼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버지의 목말에서 내려올 줄 모르던 어린아이는 6개월 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좀 자랐다. 배우가 되고 싶었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죽은 아버지를 측은하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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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정서적, 사고적, 행동 특성을 나무 그림으로 드러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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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프리즘 대표인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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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대표 인터뷰 마인드프리즘에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8년 동안 에스이(Self-Encounter: 자기 조우) 프로그램을 해왔다. ‘내마음보고서’는 그것을 대중용으로 추린 것이다. 마인드프리즘 대표인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를 만나보았다. -보고서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그동안 에스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사람들이 1000명이 넘었다. 그중엔 정치인, 법조인에 대선 후보들도 있었다. 마인드프리즘 입장에선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이 사람이 일상에서 자기 성찰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심리적 특성을 해석하는 노하우를 8년 동안 쌓은 셈이다. 15가지 검사와 일대일 분석, 상담을 포함하는 값비싼 에스이 프로그램을 일부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내마음보고서’다.” -기존 심리검사 방법과 다른 점은? “기존 검사 문항이 녹아든 것도 있고 달리하는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병원에서는 주로 정신질환을 진단할 목적으로만 심리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병리적 증상이 없는 사람들의 진단 결과는 수십년 동안 폐기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내마음보고서’를 안 쓰던 근육을 새롭게 쓰는 작업이라고 부른다. 심리검사를 통해 공격성이 70점이라는 결과를 받아도 그것이 내 삶에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 알기 어렵다. 이것은 의학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 접근이다. 정신질환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 갈등, 심리적 곤란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는 것이 우리 목표다.” -신청자의 정신적인 문제를 발견한다면? “정신질환이 발견되면 신청자에게 알린다. 우울증은 좀 다른 문제다. 어디까지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으로 볼 것인지는 논란이 있다. 심리학적으로 더 들여다보면 증상을 약으로 처리하는 것은 옳지 않겠다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정신과에서 우울증에 쉽게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울증이라고 알리기 조심스럽다. 자살충동이 심하거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면 고지하지만 그외엔 본인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를 특정한 심리적 프레임에 가둘 우려는 없나? “‘내마음보고서’는 한 사람을 주관적으로 접근해서 나온 개별적인 보고서다. 이건 유형론이 아니다. 사람은 예측하고 싶어 유형론에 기댄다. 혈액형이든 에니어그램이든 불안해서 받아들인 거지 타당해서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은 그런 식으로 단순화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내마음보고서’는 1년 정도 지나면 다시 해볼 수 있다. 지금과 1년 뒤의 나 사이의 차이를 두고 여러 가지를 해석해볼 수 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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