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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2 20:00 수정 : 2013.09.0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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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매거진 ‘디어’ 편집장이 둘러본 세계 패션 중심의 알짜명소들

최고의 매력은 다양성이다
세계 최고·유일을 뽐내는
온갖 브랜드를 한곳에서 만난다
손님은 최적화된 서비스를 받고
세계의 디자이너와 학생들은
이곳에서 영감을 얻고 간다

세계 패션의 중심, 뉴욕이 갖는 매력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다양성’이다. 간단한 예로, 매주 목요일 소호의 슈프림 매장은 신상품을 사려는 젊은이들로 붐빈다. 그들에게서 스트리트 패션의 정수를 감지할 수 있지만, 모퉁이만 돌면 렘 콜하스가 디자인한 프라다 플래그십 스토어가 보인다. 40달러에 스냅백(앞 챙이 짧고 일자인 모자, 뒤쪽에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스냅이 있다) 쇼핑을 즐기다가도, 40달러로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하이패션 매장들이 도처에 등장한다. 차고 넘치는 것이 유명한 브랜드요 핫플레이스지만,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뉴욕의 패션 명소들을 찾았다.

명품 브랜드 입점 경쟁하는 편집매장

본래 도살장과 정육점이 모여 있었던 미트패킹 디스트릭트는 유명 디자이너 매장과 명품 편집매장, 부티크 호텔, 클럽 등이 밀집한 곳으로 바뀌었다. 1999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제프리는 디자이너 편집매장의 시초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버그도프굿맨과 바니스에서 경력을 쌓은 제프리 칼린스키는 애틀랜타에 이어 뉴욕에 자신의 이름을 딴 가게를 열었다. 여기서는 샤넬, 프라다, 디오르, 랑방, 생 로랑과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 즉 레디투웨어(기성복) 패션쇼를 치르는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한곳에서 쇼핑할 수 있다. 제프리는 백화점이 아닌 독자적인 편집매장에서 샤넬을 판매하는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인데, 그만큼 편집매장으로서 최고의 위상을 구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럭셔리 백화점과 제프리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매니저 존 시리는 ‘큐레이팅’과 ‘서비스’라고 말한다. 제품을 고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또한 직원들은 고객 개인에 최적화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엄마부터 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제프리의 고객인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가게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다. 매일 디제이가 힙합이나 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틀며, 유머러스한 매장 직원들의 태도는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편집매장의 후발주자 오언(Owen)은 작년 문을 열었다. 26살의 젊은 대표는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남성복에 비해 여성복 브랜드의 목록이 더욱 생소한데, 에프아이티(FIT,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여성복을 전공하고 있는 김동현씨는 “오언의 여성 디자이너 목록을 보면, 지금 누가 뉴욕에서 뜨고 있는지 알 수 있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오언은 이미 유명한 가게”라고 한다.

“생큐, 무드!”를 외쳐주세요

맨해튼의 5번가에서 9번가 그리고 34에서 42가에 이르는 지역은 패션 디스트릭트 혹은 가먼트 디스트릭트로 불린다. 많은 패션 브랜드의 사무실, 원단과 부자재 가게, 샘플공장, 봉제공장, 파슨스와 피트 같은 패션학교, 쇼핑 공간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뉴욕 패션의 심장부로 기능해 왔다.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잡지 가게 어라운드 더 월드는 뉴욕의 패션 종사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 말한다. 위치한 장소 때문인지 주고객은 디자이너와 학생이다. 뉴욕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패션잡지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그>와 <지큐> 같은 대중잡지부터 <판타스틱 맨>과 <아크네 페이퍼>(Acne Paper)와 같은 중규모 잡지, 또는 1000부 정도의 규모를 가진 독립잡지까지 방대하다.

어라운드 더 월드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엔 원단 가게 중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무드’가 있다. 미국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에서는 매회 제한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원단 구입을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치열한 원단 구입 전쟁을 치른 뒤 도전자들은 “생큐, 무드!”라고 외치며 가게를 나선다. 무드의 고객은 랠프 로런, 마크 제이컵스, 오스카 드 라렌타와 같은 대규모 브랜드부터 중간 규모의 회사, 학생, 인턴, 그리고 방송의 유명세로 인한 관광객들까지 포함한다. 한국의 동대문 원단시장과 비교했을 때의 장점은 원단이나 부자재가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어 찾기 쉽다는 것과 스와치(원단 샘플)에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남성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모회사 네펜시스(Nepenthes)가 소호나 로어이스트사이드가 아닌 이곳 가먼트 디스트릭트에 매장을 낸 것은 네펜시스의 미국 사무실이 2층에, 그리고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제작 공장이 불과 네 블록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작은 매장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뮤지션들과 음반회사들을 소개하는 코너, 신진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팝업스토어와 갤러리도 있다. 뉴욕 남성패션에서 제이크루, 브룩스 브러더스와 같은 대형 브랜드가 있다면 그 대척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는 네펜시스가 있다. 지난 몇 시즌간 남성패션에서는 소위 ‘아메리칸 캐주얼’이 강세다. 네펜시스의 대표 다이키 스즈키는 트렌드에 상관없이 오랜 시간 이 장르를 고수해 왔다.

지금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독립매장들

트렌드에 얽매인 편집매장보다는 자신들의 브랜드 혹은 자신들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브랜드를 취급하는 가게들은 다음과 같다. 3년 전 빈티지 바이어였던 코지 쿠사카베가 연 엑스트라(Extra)에서는 그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모은 빈티지 소품과 그리고 포스트 오버롤스의 옷만을 취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 오버롤스의 디자이너와 절친한 사이이자 몇십년 동안의 팬이라는 주인은, 미국의 어떤 가게들보다 다양한 포스트 오버롤스의 컬렉션을 갖춰 놓았다. 바로 그 옆에는 잡지 <인벤토리>(Inventory)의 매장이 몇달 전 문을 열었다. 컨버스(Converse), 이베츠필드 플란넬(Ebbets Field Flannels), 유케텐(Yuketen) 등의 브랜드들과 인벤토리가 협업해서 만든 제품들 그리고 인벤토리의 지난 호에서 다룬 브랜드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둘 다 매장의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는 컬렉션과 브랜드에 정통한 직원들의 설명은 가게를 방문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맨해튼을 벗어나, 조금 한적한 브루클린으로 가보자. 그래픽디자이너였던 위지 시어도어가 2006년에 시작한 패션브랜드, ‘브루클린 서커스’의 매장이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2개나 있다. 브랜드가 유명한 이유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대표가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패스트패션이 거부할 수 없는 소비문화인 지금, 지역의 오래된 공장들과 협업하는 브루클린 서커스가 잘 만든 제품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뉴욕/글 남현지 <디어> 매거진 편집장, 사진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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