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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26 20:19 수정 : 2013.06.27 09:42

1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미노티의 공동대표인 레나토 미노티(오른쪽)와 로베르토 미노티가 한국 첫 쇼룸을 설명하고 있다.

[esc] 스타일
이탈리아 종합가구 브랜드 미노티 대표 레나토·로베르토 미노티 형제 인터뷰

2000년대 초 유로화의 강세와
중국, 동유럽 짝퉁 공세 밀려
이탈리아 가구산업 위기 왔으나
고급 재료, 장인정신으로
부유층 잡아끌며 대성공

2 미노티의 대표작인 파웰 소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제품이다.

콧대 높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중에서도 최고급 소재와 전통적인 수작업을 고집하며 ‘100% 이탈리아산’이라는 자부심으로 유명한 종합가구 브랜드 미노티(Minotti)가 지난 3월 한국에 첫 단독 쇼룸을 열었다. 공동대표 레나토 미노티와 로베르토 미노티 형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일 첫 공식 방한한 뒤 그랜드 오픈 행사에서 고객들에게 제품을 직접 프레젠테이션하기도 했다. 그들은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여러번 말했다.

이 회사의 가구는 생산품의 85%를 미국·유럽·아시아 6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세계 28번째 단독 매장인 한국 쇼룸을 장식하고 있는 커튼이나 패브릭 하나하나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노티 형제는 “세계에 있는 우리의 쇼룸은 모두 우리 집이나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노티는 가구라는 물건 그 자체보다 연출하는 ‘스타일’에 민감한 가구다. 건축 강국인 이탈리아의 고집스러운 구조미학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스타일링한 매장의 인테리어는 회색을 주로 한 모노톤이지만, 탁자 위 소품은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커다란 소파는 장식적일 뿐만 아니라 앉았을 때 쿠션감이 남다르다. 국내 독점 수입판매업체 디옴니의 허지원 실장은 “폴리우레탄 폼을 주입하고 최고급 거위 가슴털만 사용해 장인들이 고가 브랜드 가방 만들듯 한땀 한땀 작업한다. 고가 가구도 뒤집어 보면 스테이플러 자국이 남아 있기 마련이고, 수입해 조립하면 아귀가 맞지 않는 수도 많은데 미노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3 표면 광택감을 강조한 모리슨 캐비닛.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브랜드는 이미 15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의자 하나가 국내산 경차 한대 값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비싼 탓에 지금까지 대기업 재벌가 등 소수의 부유층이 주로 구매 대열에 동참해왔다. 특히 ‘프린스’라고 이름 붙은 팔걸이 있는 1인용 의자(암체어)와 천으로 만든 ‘파웰 소파’에 대한 선호가 높다. 고가 가구이기 때문에 소파 위에서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는 ‘소박한’ 거실 생활은 엄두도 낼 수 없겠지만, 큰 평수의 공간을 장식할 때 대놓고 화려함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은은한 품격을 드높이기에는 알맞아 보인다. 세계 최고의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동생 로베르토 미노티는 “럭셔리라는 단어로 불리는 걸 원치 않는다. 다만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며 시대를 초월한 파워풀한 글로벌 브랜드로 인정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노티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이탈리아 특유의 ‘가족경영’ 체제를 들 수 있다. 1950년대 이 회사를 처음 론칭한 아버지 알베르토 미노티는 매트리스 제작·판매를 시작으로 가구 사업을 일으켰다. 형인 레나토는 건축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동생 로베르토는 디자인을 전공하며 제품 개발을 주로 맡고 있다. 가족 간에 경합이나 단점은 없는지 묻자 레나토는 “경영진이 100% 가족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미노티 형제에 이어 형 레나토의 쌍둥이 아들 또한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3대째 가구기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노티 형제들은 “우리는 패밀리와 패밀리 간의 사업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단독판매처들도 마찬가지로 가족경영 기업이다.

4 뉴욕과 서울에서 새로 동시에 선보이는 화이트 시리즈.
가족경영을 고집하는 것은 제품의 이미지와 유전자를 잘 계승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형 레나토는 “우리는 아버지가 처음 만든 ‘미노티 스타일’을 바탕으로 현대 기술과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지금에 이르러 확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이제는 미국 베벌리힐스나 유명 영화에 가구들이 소개되는 등 선전하고 있다”고 했다. ‘미노티 스타일’이 뭐냐고 묻자 그는 벌떡 일어나 식탁 의자를 거꾸로 들어 보이며 “다리 끝까지 통가죽으로 만들어 모서리에 눈에 띄지 않는 지퍼를 달았다. 이런 바느질의 섬세한 디테일은 구조를 알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오랜 경험과 감각이 축적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 팔걸이 없는 쿠션의자 데이비스 드럼 푸프.
그들이 자랑하는 패턴과 바느질 장인들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 몬차에브리안차현 메다 지역에 있는 공장에서 일한다. 직원은 모두 150여명. “대를 이어가며 봉제나 재단의 전문성을 계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실 2000년대 초반 유로화의 강세와 잇따라 등장한 글로벌 경제위기, 그리고 중국과 동유럽 쪽의 ‘짝퉁’ 공세에 밀려 이탈리아 가구산업은 한때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노티를 비롯한 고가 업체들은 장인이 만드는 고급 재료의 ‘100% 이탈리아산’을 강조하는 글로벌한 가구 명품 브랜드 시장을 만들어 상황 타개에 나섰고, 그 전략은 세계적인 양극화 물결 속에서 부유층들의 눈길을 잡아끌며 성공한 셈이다.

프린스 암체어
세계에 유행을 불러일으킨 스칸디나비아 가구의 경향에 대해 묻자 동생 로베르토는 “서로 디자인이 달라 토론의 주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스칸디나비아의 경우 1950~60년대의 쉽고 실용적이며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을 만들었고, 미국 또한 이런 데서 영감을 받아 미국 현대 디자인(아메리칸 컨템퍼러리 디자인)을 만들었지만 우리는 어디에서도 영감을 받은 게 아니라 단지 우리의 스타일을 스스로 구축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일반적 가구와도 다르다. 1950년대 처음으로 만든 의자 하나라고 할지라도 미노티의 기술과 스타일은 옛날과 다르다. 우리는 컬러, 형태, 구조적인 것에 해답이 있다. 우리만의 강력한 두뇌집단과 훌륭한 장인들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로베르토 미노티)

그들은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들이 보여준 ‘화이트’ 시리즈 소파는 작은 구조로 분리돼 무려 80가지 모양의 조립이 가능하다. 건축적인 모티브를 활용한 과학적인 접근법인 셈이다.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이 작품에 대해 그들은 “건축적으로 풀기에 매우 쉬운 디자인이지만 구조적으로는 매우 과학적”이라고 자평했다. 글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제품 사진 미노티(디옴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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