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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31 19:41 수정 : 2013.08.01 10:05

왼쪽부터 <나는 너를 마카롱해>, <잼 한 병의 행복>, <미식가의 도서관>,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sc] 요리
전세계 요리 기행에서 잼과 마카롱 만들기까지…정보와 읽을거리 알찬 ‘음식책 5’

‘미식가의 도서관’
동서양 음식 상식 가득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여행 안내서로도 그만

“요즘 서점에 가면 음식책 참 많이 나와 있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읽어봤습니다.” 이‘엉’돈 피디라면 이렇게 운을 뗄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요리책, 음식 에세이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장르의 전통적 강자는 자고로 새색시를 위한 요리책들이었다. 그다음에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타깃이 되었고, 이내 일본이나 이탈리아를 비롯해 이국의 식탁을 집안에 들이려는 사람들을 위한 책들이 쏟아졌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음식 에세이와 달달한 디저트라는, 마지막 남은 음식책의 영토가 정복당하는 중이다. 휴가지에서 유유자적 읽기에도 달콤하고 활용도도 그만인 음식책 베스트5.

잼이라고 하면 토스트에 발라 먹는 딸기잼과 살구잼 정도를 떠올리는 사람에게 일본의 요리연구가 이시자와 기요미의 <잼 한 병의 행복>(앨리스)은 난생처음 보는 놀이공원 같아 보인다. 다양한 잼과 그 잼의 활용법이 아름다운 색채의 사진들과 함께 소개된다. 가장 손쉽게 만들 수 있을뿐더러 온 가족을 위해 활용도가 높을 과실은 매실. 청매실잼과 완숙 매실잼 레시피와 더불어, 매실잼을 곁들인 말랑말랑한 두유푸딩 만드는 법이 소개된다. 매실 특유의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매실잼은 만들어 먹지 않으면 시중에서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매력. 잼을 만들고 남은 매실 씨는 작은 병에 담아 간장이나 맛술을 부으면 매실맛 간장이나 매실맛술이 된다고. 최근 한국산 무화과가 많이 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화과잼 역시 도전해볼 만하고, 식사를 끝내고 디저트로 먹기 좋은 밤조림을 비롯해 밤페이스트, 고구마밤잼 등 과일이 아닌 호박, 토마토 등을 활용한 디저트 만들기 레시피가 한가득이라 이색적인 잼 책이다. 플레인요구르트에 레몬바나나잼을 넣어 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카페가 따로 없다.

강지영의 <미식가의 도서관>(21세기북스)은 동서양 음식 소사전이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인 게 한끼 식사라지만 때로는 ‘아는 만큼 맛있다’. 스페인 음식점 메뉴판의 칼라마레가 무슨 뜻인지(스페인어로 오징어), 인도 요리점의 추천메뉴라는 사모사는 어떻게 먹는 음식인지(간식이자 전채 요리로 커리에 감자, 완두콩을 채워 튀긴 페이스트리)를 비롯해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주고받을 세계 음식에 관한 상식을 얻기에 그만인 책이다. 중국 차 중에서 우롱차가 단 한가지 종류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중국의 차’ 부분을 잘 읽어보시길. 백호은침, 안계철관음, 무이암차 등 차의 이름과 그 특징이 알기 쉽게 적혀 있다. 그런 섬세함은 맥주 용어 편에도 적용되는데, 마트의 외국맥주 코너에서 헤페, 둥켈, 크리크, 헬 등 처음 보는 용어에 당황한 적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소설책처럼 한번에 다 읽는 게 아니라 거실에 갖춰놓고 가족들이 돌려 읽기 딱 좋은 책인 셈이다. 그렇게 한 꼭지씩 글을 읽는 동안 입에 침이 고인다.

십대의 여름에는 쫄면을 사랑했고, 사십대의 혹서에는 평양냉면에 빠져 지낸다. 좋아하는 음식의 변화를 보면 나이듦이 보인다. 간이 세지 않은 맑은 국물의 미학과, 흐물거리고 늘어지는 익힌 가지의 달콤함, 잘 만든 떡의 행복을 알아가는 게 잘 나이 들어가는 인생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8일째 매미> <대안의 그녀>를 쓴 일본의 소설가 가쿠타 미쓰요가 쓴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디자인하우스)를 읽어볼 것. 달콤함은 음식에서 오는 게 아니라 연륜에서 온다! 편식쟁이 소설가가 서른 이후 만난 음식들에 대한 사소하고도 풍미 넘치는 이 에세이집은 특별한 요리의 레시피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연이 준 천연재료의 특별함을 설파한다. 예컨대 이 책은 소금에도 한 장을 쏟아붓는데, ‘맛소금’뿐이던 소금의 세계에 천연소금이 등장하면서 요리의 색깔도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갈비나 안창살에 양념 대신 소금을, 튀김에 튀김간장 대신 소금을, 야키소바에 소스 대신 소금을!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이야기를 무작정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장점이다. 그만큼 흔한 음식재료들에 이야기를 할애하고 있다. 닭, 달걀, 꽁치, 굴, 양배추…. 소설가가 쓰는 에세이답게 글 읽는 재미 역시 최고다. 책 말미에는 가쿠타 미쓰요의 몇 가지 특별 레시피도 소개되고 있다.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
정보와 읽는 맛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종내는 일상을 박차고 짐을 꾸리게 만들고 싶어지는 책도 있다. 스페인에서 스페인 남자와 살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유혜영의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디자인하우스)는 궁극의 식도락 안내서다. 타파스는 스페인의 한입 음식을 일컫는데, 원래는 아침과 점심 사이 빈속을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의미한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유학생으로 시작해 현지인이 된 한국 여자가 바르셀로나의 구석구석을 그림과 사진, 그리고 맛깔나는 글로 안내한다. 세상에서 축제가 가장 많은 나라 사람들의 먹을거리 이야기에서는 어쩐지 먼 북소리가 들리고 바다 내음이 묻어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이 책 한권만으로 충분할 정도로, 주요 건축물을 비롯해 스페인의 문화 이야기, 그리고 그에 따른 맛집 소개가 알차다. 분자요리(분자 미식학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음식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분자라고 주장하며 생겨난 요리법으로, 조리법에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결과물)로 유명한 엘부이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고, 미래의 요리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스페인의 누벨퀴진 역시 도마에 오른다.

여러 요리를 두루 섭렵했으니 이제 입가심을 위해 마카롱을 집어들 때가 되었다. 최근 프랑스의 유명 마카롱 가게가 서울에 분점을 내면서 마카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밥보다 비싼 커피, 커피보다 비싼 마카롱이라는 생각에 질려버렸다면 월드 초콜릿 마스터스 대회에서 6위에 입상한 경력이 있는 쇼콜라티에 정영택의 <나는 너를 마카롱해>(그리고책)를 만나보시라. 마카롱 레시피를 한가득 담은 이 책은, 마카롱 만들기의 기초에서 시작해 자꾸 실패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다양한 맛 레시피와 마카롱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장식물(결혼식이나 생일파티에 세울 만한 색 고운 마카롱 타워, 트리, 케이크), 나아가 선물포장법까지 담고 있다. 보기에 좋은 음식이 먹기에도 좋다.

우리는 모두 맛있는 것에 위로받는다. 여기 소개한 책들은 그 맛있는 것들, 달콤한 순간으로 향하는 문이다. 암호와 같은 외국요리점의 메뉴판에서 손 닿는 대로 주문해버리기엔, 음식은 많고 인생은 짧다. 좋은 지도를 가진 자만이 보물을 찾는 법이다. 맛으로 가는 여정도 다르지 않다.

이다혜/<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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