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7.31 20:42
수정 : 2013.08.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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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핀란드 남부 눅시오 국립공원의 ‘화이트피시 호수’ 풍경. 호숫가에 통나무집 사우나 시설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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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핀란드 백야 트레킹
공장촌에서 예술인 마을 거듭난 피스카르스와 소도시 포르보, 눅시오 국립공원 트레킹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는 우리나라와 닮은 데가 있다. 스웨덴·러시아 등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휘둘리고 침략받으며 나름의 실용문화를 발전시켜온 나라다. 핀란드 남부지역의 필수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아름다운 소도시들에도 이런 배경과 실용정신이 깃들어 있다. 핀란드의 역사·문화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이 조화롭게 보전된 대표적인 예술가 마을 피스카르스 등 고색창연한 소도시들을 둘러본 뒤 자작나무 숲과 호수, 통나무집 사우나가 어우러진 눅시오 국립공원 숲길 트레킹을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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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술인 마을 피스카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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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카르스 예술인 마을과 ‘무민 가족’ 캐릭터 탄생한 소도시 포르보
“마을 주민 600여명 가운데 150여명이 목공예·도자공예·철공예 등을 하는 예술가들입니다.” 피스카르스 마을 가이드 툴라는 “한때 쇠락해가던 마을이지만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디자인·예술의 고장이 됐다”고 말했다.
헬싱키에서 차로 1시간30여분 거리, 지난 7월21일 찾아간 피스카르스 마을은 울창한 숲과 강, 아담한 호수와 고색창연한 집들이 어우러져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피스카르스는 본디 17세기 스웨덴과 네덜란드 등 강대국 자본가들에 의해 운영되던 철광석 제련공장으로 형성된 마을이었다. 18세기엔 구리가 발견되며 구리산업이 활기를 띠었고, 1822년엔 핀란드 최초의 증기기관차 회사가 이곳에 들어서며 제련산업은 더욱 번창했다. 피스카르스가 하나의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된 건 1967년 주황색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가위를 선보이면서다.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이 가위는 지금도 도끼·야전삽·칼·쟁기류 등과 함께 피스카르스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기업 피스카르스가 몸집을 키워 떠난 뒤 쇠락해가던 마을은 90년대 들어 예술가들이 하나둘 들어와 작업을 하면서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된다. 이들은 빈 공장과 창고를 작업공간으로 활용하며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가들이 수시로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피스카르스는 이제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예술의 도시로 발돋움했다.
피스카르스엔 19세기에 지어진 방앗간, 공장, 노동자 숙소 등 옛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지금도 예술인들의 작업장·전시공간·숙소 등으로 쓰인다. 도예품·섬유제품 등 한국인 작가들이 디자인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각 분야 장인들의 공방과 전시장, 쇼핑센터 등을 둘러본 뒤엔, 숲과 물길을 따라 피스카르스 호수까지 40여분 정도의 산책을 즐겨볼 만하다. 옛 건물들과 울창한 숲, 만발한 야생화들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피스카르스 마을에서 출발한 기업 피스카르스는 이제 이탈라·아라비아·해크먼 등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생활용품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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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풍스런 소도시 포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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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동쪽 근교에 자리잡은 소도시 포르보 역시 산책하며 둘러볼 곳이 많은 곳이다. 1346년 건설된, 핀란드에서 두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포르보 강을 중심으로 옛 거리와 신시가지가 나뉘어 있는데, 강변과 골목에 늘어선 붉고 노랗게 채색된 옛 목조건물들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더해준다. 대개의 건물들은 카페·식당이나 기념품점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걷고 구경하다 그림같이 아기자기한 거리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노라면, 어느새 그림 속 구성물이 된 느낌을 받게 된다.
포르보는 핀란드 국가를 작사한 19세기 국민시인 루네베리와 그의 가족이 살던 마을이다. 그가 살던 집이 보존돼 있다. 또 핀란드 동화작가 토베 얀손의 ‘무민 가족’ 캐릭터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포르보를 안내한 가이드는 “무민 가족 캐릭터는 토베 얀손이 초등생 시절 포르보를 방문했을 때 구상하고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방학 때 이곳을 찾아와 동생과 심심풀이로 ‘가장 못난 얼굴을 그려보자’며 담벽에 그렸던 그림들에서 무민 캐릭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자작나무·소나무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눅시오 국립공원 탐방
헬싱키 서북쪽으로 30㎞가량 떨어진 곳에, 울창한 소나무·자작나무 숲과 크고 작은 호수들을 거느린 눅시오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37개에 이르는 핀란드의 국립공원 가운데 남부지역에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공원이다. 국립공원에 신청하면 생태해설가의 안내로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식생과 동물 등을 관찰한 뒤 호숫가에 지어진 통나무 사우나에서 사우나를 즐기고 간단한 뷔페식사로 마무리하는 ‘숲길 탐방 3종 세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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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난탈리의 무민 캐릭터 테마공원 ‘무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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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안내한 숲해설가 에포는 “이 지역은 과거 거대한 빙하에 눌렸던 땅이 융기해 형성된 지형”이라며 “바위지대와 습지, 호수 등 빙식 지형과 그 주변에 형성된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소나무와 낙엽송, 자작나무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었고, 낙엽송 밑 낙엽더미로 이뤄진 거대한 개미집(목수개미의 집), 갖가지 야생화들과 나무 밑동에 깔린 이끼류도 아름다웠다. 해설가 에포가 하얀 이끼가 두텁게 덮인 소나무 밑동을 가리켰다. “이 이끼들은 나무를 보호하는 구실을 하면서 한편으론 무스(엘크)와 순록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도 한다.” 동물들의 먹이가 되면서 한편으론 탐방객들의 훌륭한 간식거리가 된 것이 길섶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 블루베리였다. “마음껏 따 먹어라. 하지만 색깔이 검은색 열매가 있다면 피하라. 독초의 열매일 수도 있다.” 잡초 무성한 습지대까지 다녀오는 왕복 3㎞의 숲길 탐방에서 일행은 손과 입이 보라색으로 물들 때까지 달콤한 블루베리를 따 먹었다.
고요한 ‘화이트피시(송어) 호수’ 곁 울창한 숲에 들어선 통나무집 사우나도 매력적이다. 달궈진 돌더미에 물을 부어가며 후끈한 핀란드식 사우나로 피로를 풀 수 있다. 호수에 잠긴 하늘과 숲을 들여다보며 간단하면서도 맛난 식사를 마치자, 하늘 한쪽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길고 긴 북유럽의 저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헬싱키/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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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스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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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여행정보
● 핀에어가 인천~헬싱키 직항편을 하루 1회 운항한다. 일본항공(JAL)은 7월1일 최신 기종(B787)을 투입해 나리타~헬싱키 노선에 취항(나리타 매일 오전 10시30분 출발)하면서, 한국 출발 고객을 겨냥해 경유지인 일본 무료 1박 등 혜택을 제공해 눈여겨볼 만하다. 직항편에 비해 운임도 저렴하다. 9월말까지 이용객이 헬싱키를 거쳐 북·중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더라도 헬싱키까지 요금만 받는다. 인천에서 아침에 떠나면 최대 12시간 나리타 주변 관광을 즐긴 뒤 무료 숙박할 수 있어 2개국 여행 기회를 갖는다는 것도 장점. 기내에선 터치 패널 스크린을 통해 한국어 자막·음성이 지원되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창문 색깔을 자동조절해 햇빛을 가려주는 전자 커튼식 창문(전자 셰이드)도 이채롭다. 8월31일까지 이용객에겐 마일리지를 2배로 적립해준다. 나리타~헬싱키 10시간25분, 헬싱키~나리타 9시간40분 소요. 일본항공(www.kr.jal.com) 한국지점 (02)757-1711.
● 한국과의 시차는 6시간. 통화는 유로. 전원은 한국과 같은 220V. 여름철에도 아침저녁엔 쌀쌀해지므로 긴팔옷·겉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 라플란드 백야 사파리 ‘미드나이트 선 페스티벌’은 5월~7월말 여름철만 운영한다. 핀란드 북부 북극권 마을의 오로라 관광 시기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 헬싱키 시내에선 아르텍 등 디자인 명소 탐방이나 건축물 탐방에 나서볼 만하다. 투르쿠 등 옛 건축물이 잘 보전돼 있는 소도시 탐방도 추천한다. 투르쿠는 헬싱키 서쪽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핀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1812년까지 핀란드의 수도였다. 13세기에 지어진 투르쿠 성과 대성당 등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즐비하다. 대통령 여름 관저가 있는 휴양도시로 이름난 난탈리는 투르쿠와 20분 거리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어 투르쿠 여행길에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동화작가 토베 얀손의 무민 동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무민 가족’을 주제로 한 어린이 테마공원 무민월드가 난탈리에 있다.
● 연어 스테이크(사진)나 연어 수프, 순록 스테이크 등을 맛볼 만하다. 헬싱키 에스플라나디 공원에 있는 유서 깊은 식당 카펠리는 양치기가 우유를 팔던 데서 출발해 1865년부터 식당으로 운영돼온 곳이다. 연어 스테이크 등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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