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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7 20:46 수정 : 2013.08.08 16:03

문화방송 <무한도전> 캡처

[esc] 커버스토리
‘싸움의 고수’들이 알려주는 주변 골칫덩어리 응대법

서울의 한 중견 기업에 다니고 있는 김아무개(30) 대리. 회사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지만 매일 그의 뇌관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으니, 같은 부서 과장이다. 그는 회사 일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출근과 동시에 회사 곳곳을 기웃거리며 간섭하고 큰 소리로 떠든다. 윗선엔 ‘딸랑이’지만, 회의나 회식에서 자기 말만 늘어놓으며 부장도 은근히 무시하고 2인자 노릇 한다. 남한테 무신경하게 대하면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본다 싶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회사란 곳엔 늘 이런 사람이 있겠거니, ‘잉여’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포기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어바인) 철학과 에런 제임스 교수는 지난해 ‘골칫거리 이론’을 만들어냈다. ‘골칫거리’들은 살인범, 강간범, 독재자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불쾌감을 준다. 예컨대 습관적인 새치기, 대화의 흐름을 끊는 사람, 자신의 무신경한 태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여겨질 때 극도로 예민하게 구는 사람 등이다. ‘저질 중의 저질’은 아니지만 바로 그래서 문제다. 강제로 몰아낼 수도 없고, 어디서나 출몰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교수는 그들이 애매한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이런 ‘피곤한 문화전쟁’에 맞서 ‘단결해야 사회가 더 공정하고 덜 부정해질 수 있다’고 결론내린다.

하지만 ‘단결’해 무찌르기 전에 개인적으로 ‘단죄’하고 싶은 생각이 왜 없으랴.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좀비 같은 그들에 대항해 속시원한 어퍼컷 먹이고픈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물론 자기계발을 부추기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구조적인 분석 없이 상품화된 대화법이나 처세술을 소비만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에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실제로 골칫덩이들에게 무한도전하지만 무한패배하는 일이 거듭될 때, 분통을 참지 못하고 밤새 뒤척이다 ‘이 말을 하면 됐을걸!’ 하고 뒤늦게 땅을 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결국 직장의 지질한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찾아 헤매게 된다.

방법론이야 많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텅후>(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란 책을 써서 이름을 알린 샘 혼은 싸우지 않되 이기는 법을 조언한다. 문제가 있을 때, 혼자라도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혀로 하는 쿵후’의 기법을 사용해 ‘버럭’하지 말고 말하기 전에 생각하며,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분노를 가라앉히라고 권한다. 목적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내가 입은 감정의 상처를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는 충고다. 하지만 이런 일은 성숙한 자아로서 인격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적당하지만, ‘초심자’들이 처음부터 따라하긴 힘들다.

인간관계의 ‘고수’들은 기싸움에 밀리지 않기 위한 간단한 방법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예로 든다. 포커 세계에서 천재 승부사로 알려진 이태혁씨는 주도권 싸움이 약하고 자신감이 결여되거나 상대에 맞서는 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멘털 리허설’을 하라고 권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하듯 몸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해보는 훈련이다. 명상도 비슷한 원리다. 머릿속에서 내가 상대방보다 훨씬 거대하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이 좁쌀처럼 작다는 이미지를 거듭 떠올리는 것이다. 상대방의 무례함이나 무신경은 나의 탓이 아니니, 담대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컴플레인(불평)을 잘하기로 소문나 경험담까지 책으로 펴낸 김지영(티비더블유에이 코리아 매체팀 국장)씨도 비슷한 준비를 권한다. 김씨는 직장 내 대화법에 대해 “정말 항의할 만한 일인가를 생각해본 뒤 자잘한 문제보다 ‘이건 정말 안 된다’ 싶은 ‘결정적 한방’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 초기, 선배들의 조언으로 출근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 혼자 시나리오를 써서 머릿속으로 떠올려보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혼자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놓고 소리 내면서 중얼중얼하기도 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머리로 그린다. 만남의 목적, 사람, 안건을 떠올린 뒤 해야 할 말을 생각해놓고 평소 연습해두면 순발력이 확실히 좋아진다”고 말했다.

커리어 칼럼니스트이자 기업문화 콘텐츠 개발자인 김정선(콘텐츠 그룹 담 대표)씨는 “상사는 원래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며 관계에서 일방적인 누군가의 잘못은 거의 없다”고 못박는다. 그는 “꾸준히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원래 상사들은 바뀌는 경영적 판단에 따라 바뀌는 존재다. 내 마음속에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나는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낼 수도, 잘 지낼 필요도 없으며 그 사람과 잘 지내서 내 삶이 편안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싸움을 위해 단호해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상대로 인해 언짢은 내 감정을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이지영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해소하는 통로와 내용을 전달하는 통로를 동일시하면서 상대를 대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꼬이게 된다. 상대방과 대화를 하기 전 내 감정을 해소하는 통로를 들여다본 다음에 대화해야 한다. 먼저 감정을 알아차린 뒤 기분전환 활동이나, 명상, 복식호흡 등의 주위분산적 방법으로 일시적인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불쾌함을 느끼고 표현하여 해소하고 다루는 방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참고: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갈매나무), <그들은 왜 뻔뻔한가>(에런 제임스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 <지면서 이기는 관계술>(이태혁, 위즈덤하우스),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김지영, 중앙엠앤비), 정서조절코칭센터 blog.naver.com/subblack

사례별 대응법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직장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대개 비슷해서 능력 없어 후배들을 잔업시키거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부하 직원들을 야단치는 권위적인 상사, 충고를 몇번씩 해도 말을 듣지 않는 싹수 없는 후배, 뒷담화에 능하거나 말 많은 동기 등이다. 아래는 가 접수한 직장관계 고충 사례들을 바탕으로, ‘은둔고수’들의 인터뷰와 <상사 동료 후배 내 편으로 만드는 51가지>(전미옥, 마일스톤) 참고자료를 통해 대응책을 재구성한 것이다. 다양한 응용법을 구사해보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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