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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평 용추계곡 용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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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가평일대 청정계곡
화악산·명지산 타고 흘러내려오는 청정계곡 주변 폭포 즐기기
가평은 수도권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지다. 경기도 내에서 가장 높고 험한 산악지대와 깊은 계곡, 아름다운 강변과 호반을 두루 갖췄다. 여름 휴가철이면 수상레저의 본산 청평호반을 비롯해, 차고 맑은 물길이 이어진 조종천, 가평천의 골짜기들로 피서객이 몰려든다. 경기도 내 최고봉인 화악산(1468m)과 제2봉인 명지산(1267m) 사이로 뻗은 가평천 상류는 수도권에서 몇 안 남은 청정지역으로 꼽힌다. 빼어난 경치와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는 지류 골짜기들이 굽이치고, 이 골짜기들엔 어김없이 우렁찬 물소리를 내뿜는 웅장한 폭포들이 걸려 있다.
가평천을 따라 1~3㎞ 정도의 지류 계곡 트레킹을 하며, 멋진 폭포들과 거센 물살이 파낸 깊고 푸른 물웅덩이들을 감상할 만하다. 지난 주말,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과 경계를 이루는 고개 도마치에서 가평읍 쪽으로 75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며 가평천 물길·산길에 걸린 폭포들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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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평 국망봉 자락 무주채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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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용소와 숲길 끝 절벽의 무주채폭포
폭포들이 거센 물살로 오랜 세월 공들여 파내 이룬 소(물웅덩이)들 가운데, 이토록 선명한 초록 물빛을 자랑하는 곳도 드물 것이다. 가평군 북면 적목리, 가평천 최상류 물길인 도마천에 자리한, 적목용소의 물빛이 그렇다. 가평8경 중 제5경으로 선정된 곳으로, 도마천 일대는 환경청이 고시한 경기도 내 유일의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2단으로 이뤄진 폭포의 규모도 크지 않고 물살도 그리 거세지 않은데, 평소 깊이 3m를 넘는다는 널찍한 물웅덩이 용소가 진초록 물을 가득 담고 있다. 도마천 물길에 살던 용이 하늘로 오르려는 순간, 주변에 있던 한 임신부의 눈에 띄어 떨어지면서 깊은 소가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소 앞쪽으로 국망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용 다리가 높직하게 놓여 있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위틈 안쪽의 폭포 물줄기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물빛이 더욱 선명한 초록빛을 띠는데, 이날은 비가 내리면서 물빛이 다소 흐려져 아쉬웠다. ‘위험’ ‘출입 금지’ 팻말을 붙이고 줄을 쳐놓았지만, 일부 피서객들은 튜브 띄워 물놀이하고 다이빙까지 하며 피서에 목숨을 거는 모습이다.
다리 건너 국망봉(1168m) 등산로(지류 물길)를 따라 약 1㎞쯤 오르면 높직한 바위절벽에 걸린 무주채폭포를 볼 수 있다. 높이 30여m의 거대한 바위 위에서, 가는 물줄기들이 여러겹 모여 한 굽이 휘어지며 떨어져내리는 모습이 명주실 실타래를 연상케 한다. 비 온 뒤 수량이 늘면 물살이 부챗살처럼 퍼지며 더욱 장관을 연출한다. 무주채(舞酒菜)폭포란 이름은 옛 토속어 지명을 한자어로 적으며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폭포도 폭포지만 폭포에 이르는 물길·숲길, 이끼 낀 돌밭길이 두루 아름다워 다녀올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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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주채폭포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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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락골 복호동폭포, 명지계곡 폭포도 볼만
적목용소에서 75번 국도 따라 3㎞쯤 내려오면 조무락골에서 내려오는 석룡천 물길과 만나는 지점에 놓인 다리 삼팔교에 이른다. 주변 물길에는 바윗골을 따라 깊은 물웅덩이들이 형성돼 있어 피서 인파가 몰리는데다, 조무락골 탐방객, 석룡산 산행객들을 실은 대형 버스들이 차를 대는 곳이어서 매우 붐비는 곳이다.
조무락골은 오염원이 적은 깨끗한 골짜기로, 물길 따라 복호동폭포 탐방을 해볼 만하다. 삼팔교에서 울창한 숲길·물길 따라 2.7㎞를 걸어 올라 오른쪽 물길로 50m쯤 들어서면 높이 20여m의, 바위절벽을 따라 비스듬히 형성된 3단짜리 복호동폭포를 만난다. 폭포까지 1시간30분쯤 걸린다. 오가는 길에 엎드린 호랑이 얼굴을 닮은 바위도 볼 수 있다. 주민들은 ‘독바위’라 부른다.
산행 인파로 붐비는 주말을 피해 평일에 찾아야 호젓한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군립공원인 명지산 자락 물길에도 크고 작은 폭포들이 많다. 미약골에서 368번 도로 타고 논남기마을로 들어가 귀목고개 쪽으로 오르면 높이 25m의 2단 폭포라는 임산폭포가 있고, 도대리에서 명지계곡으로 2.5㎞ 오르면 높이 10m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으나 힘있는 물살을 자랑하는 명지폭포와 검푸른 소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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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평천 상류 도마천의 적목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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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계곡의 와룡추, 폭포는 작아도 경치는 으뜸
가평천 지류에 걸린 폭포들 중에서 유명세로 친다면 용추계곡 물길의 용추폭포가 으뜸이 아닐 수 없다. 도립공원인 연인산(1068m) 자락에서 발원해 가평읍내로 흘러드는 10㎞ 길이의 용추계곡의 대표적인 경치다. 용추계곡의 아홉 경치를 이르는 용추구곡은 가평8경 중에서 제3경으로 꼽히는데, 조옥동의 용추폭포는 용추구곡(와룡추·무송암·탁령뇌·고실탄·일사대·추월담·청풍협·귀유연·농완계 등) 중에서 제1곡으로 꼽는 경치다.
폭포 자체는 크지 않으나 거대한 바위 무리 사이에서 짙푸른 소를 향해 떨어지는 폭포들 모습이 자못 볼만하다. 바위와 바위틈의 물길이 용틀임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와룡추라고도 불린다.
소의 물이 깊은데다 소용돌이까지 일어 물놀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도 이곳에서 해마다 익사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수영 금지’ 팻말에다 ‘출입 금지’ 줄까지 쳐놓아 출입을 완전봉쇄하고 있는데, 그래도 몰래 드나드는 이들이 생기자 아예 감시요원을 상주시켜 지킨다. 감시요원 아저씨가 용추폭포 밑 검푸른 소 주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말도 마요. 못 들어가게 하니까 무슨 권리로 남의 물놀이를 막냐면서 더 설쳐댄다니까. 죽으려고 환장을 했어요들.”
길고 긴 용추계곡 물길에는 어딜 가나 물놀이 인파가 넘쳐난다. 식당·민박집들이 난립해 있던 용추계곡은 경기도의 도립공원 생태복원 계획에 따라 이주·정비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복원이 마무리되는 2017년쯤 용추계곡은 친환경 생태경관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용추계곡 남쪽 골짜기가 수락폭포가 있는 경반계곡이다. 가평읍내에서 경반계곡 물길 따라 시멘트길·흙길을 번갈아 타고 오르면, 수락폭포 트레킹 출발점인 칼봉산자연휴양림에 이른다.
가평/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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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순두부의 순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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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여행정보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46번 경춘국도 타고 남양주~청평~가평읍~경반계곡·칼봉산휴양림 쪽 좌회전~경반계곡. 또는 서울춘천고속도 타고 화도나들목에서 나가 자동차전용도로~대성리~청평~가평읍. 75번 국도는 가평읍에서 가평천 상류 쪽 화천군 사내면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계곡 트레킹 땐 미끄럼 방지를 위해 접지력 좋은 샌들이나 아쿠아슈즈를 신는 게 좋다.
먹을 곳 가평읍 인천집(031-581-5533)의 두부전골, 영월순두부(031-582-9038)의 순두부(사진), 송원막국수(031-582-1408)의 막국수, 그리고 오가는 길 46번 국도변에 있는 가평 대성리 맷돌손두부(031-584-5185)의 순두부가 먹을 만하다.
여행 문의 가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31)580-2066, 칼봉산자연휴양림 070-4060-0831, 가평역 관광안내소 070-7779-8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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