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8.28 19:48 수정 : 2013.08.29 11:34

검색 사이트들은 자주 바뀌는 가게 이름과 화장실, 계단 등을 갱신하며 실내 지도를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서울 강남의 고속 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의 실내 지도.

[esc] 라이프
구글 인도어맵스, 네이버 실내 지도, 한국무역정보통신 마이코엑스 등 진화하는 실내 지도의 세계

이런, 또 길을 잃었다. 부호와 숫자로 길을 찾아야 하는 지하주차장에다가 한층을 오를 때마다 수없이 다른 가게들로 채워진 고밀도의 공간. 큰 복합쇼핑몰에 들어오면 바로 머리가 아픈 것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탓도 크다.

최근 구글과 애플이 실내지도 쪽으로 눈을 돌렸다. 고층빌딩, 공항, 쇼핑몰, 지하철역 등 넓고 복잡한 실내공간에서 길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판매사원도 잘 모르고, 가끔은 경비 직원도 헷갈리는 미로 같은 공간에서 모바일 실내 지도 서비스가 길잡이 노릇을 할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가장 많은 구글, 전국의 지하상가와 쇼핑몰 지도를 그려온 네이버, 코엑스몰에 특화된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의 ‘마이 코엑스’ 등 실내 지도 서비스를 들여다봤다.

스마트폰 실내 지도를 들고 18만2675㎡ 면적의 대형 지하쇼핑 공간인 서울 강남의 코엑스몰을 찾아갔다. 한국 법규가 까다로운 편이라 아직 한국의 대형 쇼핑몰 실내 지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구글의 실내 지도에선 주요 지점 위치만 십여곳 표시되어 있었다. 네이버 지도는 구글에 비해 내부 모양과 공사중인 구역이 훨씬 상세하게 그려졌지만, 이것만으론 460여개의 가게 사이에서 목적지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네이버 실내 지도는 주로 지하 1층만 보여주기 때문에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네이버는 실내 거리 측정
구글은 층별 지도도 제공
올해 말 내위치 알려주는
3차원 실내 지도도 나와

코엑스몰 내부만을 안내하는 ‘마이 코엑스’ 앱은 좀더 상세했다. 앱을 실행해 길찾기 메뉴를 택하면 지금 있는 곳을 택하도록 되어 있다. 현 위치를 출발지로 정하고, 찾아가는 가게를 목적지로 정하면 가상 나침반이 나타나 길안내를 시작한다.

내 차가 어디에 주차되어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나침반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코엑스몰 서쪽에서 동쪽 끝으로 가는 데 30분,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찾기까지 30분 정도가 걸렸다. 실내에는 차량에 다는 위성항법장치(GPS)의 신호가 닿지 않는데다 빽빽한 상점들이 주는 시각적 효과 때문에 실제 거리와 체감 거리의 차이가 더욱 커져서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한 길안내를 해주지는 못하지만 실내 지도는 숨가쁘게 진화중이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코엑스, 강남역, 부평역 지하상가 등 전국 78개 주요 지하상가 실내 지도 제공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고쳐 그린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의 지도를 보면 가게 이름이 대부분 정확하게 나와 있었다. 지금 네이버 길찾기에서 어떤 장소를 검색하면 그 안에 있는 가게들이 여럿 함께 나와 한눈에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거나 아니면 상세정보 보기로 검색사이트로도 연결된다. 또 거리재기 메뉴를 통해 실내에서도 어떤 장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미리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색 사이트들은 자주 바뀌는 가게 이름과 화장실, 계단 등을 갱신하며 실내 지도를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 지도에서 제공하는 서울 강남의 고속 버스터미널 지하상가의 실내 지도.

네이버가 축척을 재는 중이라면 구글은 등고선을 그린다. 2011년 말 실내 지도, ‘인도어 맵스’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은 지금 미국, 영국, 일본 등 15개 나라에서 1만개 실내 지도를 서비스 중이다.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지도 앱을 실행하고 검색창에 찾는 곳을 입력하면 지도가 뜬다. 흐릿한 평면도를 손가락으로 당겨서 확대하면 안의 상점 지도가 보인다.

복잡하기로 소문난 프랑스의 샤를 드골 공항을 찾아봤다. 확대하면 할수록 동그랗게 생긴 이 공항의 해부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샤를 드골 공항 누리집에 나온 공항 지도와 비교하면 구글의 실내 지도가 실제 거리비율에 맞는 대신 길잡이가 될 만한 가게 위치에 대한 표시가 적었다. 환전소, 여행안내소, 항공사 데스크 등만 표시된 간결한 평면도였다. 그러나 여러층의 실내 공간을 알려준다는 점에선 활용도가 높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층을 알리는 긴 막대그래프가 있다.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몇층인지를 먼저 택하면 자신이 있는 층의 평면도를 보여주는 식이다.

카메라와 위성항법장치가 달린 자동차를 운행해 7개 대륙에서 지도를 그려온 구글은 요즘 건물 실내 이미지를 수집중이다. 구글 지도에서 가게들의 내부 보기를 택하면 실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을 돌리면 가게 안이 샅샅이 비춰진다. 구석구석 빠짐없이 채워진 이미지는 마치 가게 안을 가상현실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구글이 스트리트뷰에서 내세운 360도 파노라마뷰가 실내에서도 구현된다. 출구 쪽을 누르면 현관, 계단을 지나 거리 사진이 나오는 스트리트뷰로 연결된다. 구글, 네이버, 다음 등 검색 사이트들이 경쟁적으로 구축해온 지도 서비스는 집 안과 밖을 연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편에선 실내에서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는 위치 서비스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마이 코엑스’ 개발 총책임을 맡고 있는 민철홍 단장은 “실내에서는 주로 와이파이의 신호와 세기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측위를 해왔지만 지금은 와이파이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하이브리드 기술들을 이용해서 위치를 잰다. 코엑스몰 리모델링 공사가 끝날 때에 맞춰 새로운 실내 지도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 단장이 일러주는 새로운 실내 지도의 모습은 “내가 어디 있는지뿐 아니라 친구가 어디 있는지, 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려줘서 서로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포털사이트가 그리는 지도, 측위회사가 알려주는 위치 서비스 등의 조각난 지도가 맞춰져 거대한 실내 지도가 완성될 날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에선, 실내공간정보 활용서비스 개발사업에 착수해 올해 말엔 서울시 지하철 20곳과 인천공항 등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내 지도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공간정보기획과 박진식 사무관은 “지금까지 약도 수준이었던 실내 지도를 3차원 지도로 만들고 2차원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여러 회사에 분산된 기술을 모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 말대로라면 올해 말쯤 내비게이션을 들고 실내를 걷는 사람들을 곳곳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실내 지도 이렇게 만든다

1. 실내 공간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밖에서도 기준이 되는 위치와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2. 레이저 기기로 실내 구조물들 위치를 측정해서 가상 실내 지도를 만든다.
3. 가상 실내 지도에 직접 찍은 실내 사진을 합성한 실내 지도는 올해 말부터 공공서비스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제공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