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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고 담백한 영선사 법송스님의 추석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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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요리
대전 영선사 법송스님이 차려 낸 사찰식 명절음식 만들기
가을에는 토란, 연근, 더덕 같은 뿌리채소가 좋다
해콩, 깨, 햇밤을 넣은 송편은
치자, 녹차, 포도, 당근 등으로
고운 색을 낸다 “여름에는 홍두깨수제비를, 가을에 송이밥을 해주셨는데.” 영선사(대전광역시 서구 도마2동)의 법송스님이 말끝을 흐린다. 사람으로 치면 일흔이 넘은 절간 개가 스님의 말을 알아듣는지 멍멍 짖는다. 지난 6월17일께 입적한 영선사의 큰스님, 성관스님에 대한 그리움은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성관스님은 3년 전 진단받은 뇌암이 악화되어 향년 73으로 입적했다. 법송스님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다. 사찰음식 전문가로서의 그의 소질을 알아보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스승이었다. “우리 큰스님은 솜씨가 좋았죠. 맛깔스러운 송이밥은 영양도 많아서 쇠고기 열근 먹는 거나 진배없을 겁니다. 홍두깨수제비는 어찌나 얇은지, 종잇장 같았지요. 가르쳐주신 대로 만들어도 그 맛이 안 나요.” 아꼈던 이의 빈 곳과 느닷없이 마주친 법송스님은 먹거리로 사모곡을 부른다. 그는 큰스님을 생각하면서 올 추석 다례(차례)상은 더 정성스럽게 올릴 생각이다. 영선사의 사찰 다례상은 정갈하고 담백하다. 기름이 많이 들어가 칼로리가 높다는 둥, 먹을거리가 풍부한 요즘과 안 맞는다는 둥,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추석 명절음식. 올해는 법송스님의 솜씨를 따라 저칼로리 사찰음식을 만들어보자. “야하지 않아요. 그래서 절 음식은 맛없어요.” 법송스님이 웃으며 농을 한다. 햇과일, 전, 나물을 합쳐 20여가지, 7가지 색의 송편, 토란탕이나 토란튀김, 토란전 등이 다례상에 오른다. 토란은 매년 빠지지 않는 식재료다. “가을에는 토란이 최고 맛나죠.” 송편은 치자, 녹차, 포도, 당근, 쑥, 흑미를 활용해 색을 낸다. 해콩, 깨, 흑임자, 햇밤이 송편에 들어간다. 천태만상 인생사를 담은 듯 다채롭다. “큰스님은 송편도 참 잘 빚으셨지요.” 주지스님인 현도스님도 큰스님이 그립다. 법송스님은 도란도란 가족들이 둘러앉아 먹을 음식으로 ‘더덕찹쌀구이’부터 추천한다. “가을에는 땅속 저장음식인 셈인 뿌리채소가 아주 좋아요. 연근, 더덕, 도라지 같은 거요.” 영선사 식구들은 봄에는 나물을, 여름에는 열매를, 겨울에는 봄부터 저장해둔 갖가지 발효음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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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나물을 정리하고 있는 법송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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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송스님의 사찰식 명절음식 만드는 법
산행주먹밥(삭힌 고추 주먹밥)
재료: 고추 50g, 밥 3공기, 김 5장, 볶은 소금 1t, 깨소금 2T, 참기름 1T, 삭힌 고추 양념(들기름 2T, 깨소금 1T)
만들기: <1> 삭힌 고추는 소금물을 빼고 다져서 들기름에 볶는다. <2> 밥에 삭힌 고추와 소금, 깨소금, 참기름을 섞어 주먹밥을 만든다. <3> 구운 김에 주먹밥을 싼다.
더덕찹쌀구이 재료: 더덕 1㎏, 찹쌀 1컵 반, 대추 10개, 소금과 물 약간, 잣가루 조금 만들기: <1> 더덕을 깎아 씻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찧는다. <2> 1을 마른 찹쌀가루에 묻힌다. <3> 남은 찹쌀가루 조금과 소금, 다진 대추, 소금, 물을 섞어 반죽한다. <4> 2에 3을 바른다. <5> 굽는다. 찹쌀 때문에 들러붙지 않도록 더덕 사이사이로 잣가루를 뿌려준다.
가지만두
재료: 가지 3개, 통밀가루 2컵, 감자 1개, 잣 60~70g, 물 조금, 두부 반모
만들기: <1> 통밀가루에 물을 조금 섞어 반죽한 뒤 하루 정도 상온에서 숙성시킨다. <2> 가지를 채 썬 뒤 소금에 넣어 30여분 둔다. <3> 2를 물기가 좀 남을 정도로만 짠다. <4> 두부는 으깨고 감자를 곱게 채 썰어 볶는다. <5> 반죽으로 만두피를 만들고, 재료들을 넣는다. 잣은 통째로 넣는다. 잣 대신 땅콩을 넣어도 된다.
도라지잣구이 재료: 도라지 5개, 잣 조금, 배 반개, 참기름과 들기름, 소금 조금 만들기: <1> 배를 즙 내고 소금 살짝 뿌려 하루 정도 묵혀 둔다. <2> 도라지를 찧는다. <3> 배즙에 잣을 갈아 넣고 참기름과 들기름도 넣는다. <4> 3에 도라지를 재웠다가 굽는다.
우엉잡채
재료: 우엉 500g, 청고추 100g, 홍고추 10g, 들기름과 집간장 조금
만들기: <1> 재료들을 비슷한 크기로 채 썬다. <2> 들기름, 집간장 넣어 볶는다. 우엉은 입맛에 따라 볶는 시간 조절한다. 법송스님은 살짝 볶는다.
깻잎주머니
재료: 깻잎 6장, 마 300g, 잣가루 조금, 고추장양념(고추장 1t, 매실 1t, 조청 약간을 끓여 낸 것) 조금, 감자 1개, 표고버섯 2개, 당근 1/4개, 두부 1/4모, 들기름 조금
만들기: <1> 감자, 표고버섯, 당근은 다진 뒤에 살짝 볶는다. 마는 갈아둔다. <2> 두부는 으깬 뒤 살짝 볶는다. <3> 1과 2를 깻잎에 싼다. <4> 고추장양념과 잣가루를 뿌린다.
더덕찹쌀구이 재료: 더덕 1㎏, 찹쌀 1컵 반, 대추 10개, 소금과 물 약간, 잣가루 조금 만들기: <1> 더덕을 깎아 씻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찧는다. <2> 1을 마른 찹쌀가루에 묻힌다. <3> 남은 찹쌀가루 조금과 소금, 다진 대추, 소금, 물을 섞어 반죽한다. <4> 2에 3을 바른다. <5> 굽는다. 찹쌀 때문에 들러붙지 않도록 더덕 사이사이로 잣가루를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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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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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잣구이 재료: 도라지 5개, 잣 조금, 배 반개, 참기름과 들기름, 소금 조금 만들기: <1> 배를 즙 내고 소금 살짝 뿌려 하루 정도 묵혀 둔다. <2> 도라지를 찧는다. <3> 배즙에 잣을 갈아 넣고 참기름과 들기름도 넣는다. <4> 3에 도라지를 재웠다가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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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이 없는 우엉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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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컹한 마가 속재료로 들어가는 깻잎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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