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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04 20:32 수정 : 2013.09.05 15:32

얼하이 호수에서 새를 활용해 물고기를 잡는 어부.

[esc] 여행
사진가 이상엽, 국제 사진 페스티벌 열린 여행자들의 도시 다리에 가다

고대도시의 풍모를 따라
도시 전 지역이 전시장으로 변모
전세계 500여 작가들 만나고
얼하이의 흰 파도는 덤

중국 윈난성 다리는 우리말로 대리(大理)다. 고유명사 대리석은 이 지명에서 따온 것이다. 창산과 얼하이라는 거대 호수를 지리 배경으로 1000년 전 대리국이 들어섰던 유서 깊은 도시다. 여기서 국제적인 사진 페스티벌이 열린다. 다리 국제사진전. 산시성 핑야오에서 열리는 사진전이 국내에도 조금 알려졌지만 최근 이 행사에 한국 쪽 사진가들이 연달아 초대되고 있다. 재작년에는 사진가 이갑철이 ‘최우수 전시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진전에 초대받아 오랜만에 다시 방문한 길, 버스 창문 너머 다리는 상당히 발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도심으로 들어가 보니 고대도시의 풍모를 지닌 다리 고성이 나타난다. 고성 안의 모습은 그야말로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느낌. 운남 특유의 낮은 기와 건물들과 수많은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동서로 8개, 남북으로 5개의 길로 이루어진 계획도시의 면모를 갖춘 곳인데, 돌로 깔린 길들을 걸으며 골목마다 가득한 상점과 노점들을 구경하는 것도 고성을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대규모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하루가 다르게 그 면모를 잃어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아쉬워하기도 한다.

다리바이쭈자치주의 중심 소재지인 다리시는 중국의 국가급 풍경 명승구로 유명하다. 약 4000년 전에 바이쭈(백족)의 선조들이 이곳에서 자리잡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당대에는 남조국(南詔國)이 송대에는 다리국이 건설되어 약 500년 이상 지속되었고, 운남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그 때문에 다리는 중국 서남부의 실크로드 도시 중 하나로 성장해 수많은 명승고적과 문화 인물들을 남길 수 있었다.

제5회 다리 국제사진전. 매년 열리는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진 축제다. 국경원 제공

다리 국제사진전은 지방 행사가 아닌 중국 국가급 지원 행사다. 베이징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내 가장 큰 규모의 행사 중 하나인 것이다. 공산당의 정책적인 배려가 있다. 감독과 큐레이터 등이 프랑스와 영국, 싱가포르에서 온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형식적으로는 국내외를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 초대된 사진가는 300명, 중국 쪽 작가는 180명이다. 거의 500명에 이르는 거대한 물량 공세다. 다리시 전역에 4개의 전시장을 설치해 분산했다. 이 전시장을 돌아다니려면 나흘은 족히 걸린다. 다리 고성 안에는 두 개의 전시장이 있었다. 하나는 거대한 비어 있는 공장을 전시장으로 삼아 최근에 창작된 국내외 사진가들 작품을 설치했다. 국외보다는 중국 내 작가들의 동향을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둔 듯하다. 또다른 고성 내 전시장은 허물어지고 반쯤은 철거된 듯한 주택가를 이용해 순수 국내 아마추어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했다. 얼하이 호수 주변의 전시장은 일본·러시아 등 외국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했다.

가장 폼 나기도 하거니와 논쟁적인 전시장은 다리시 최고의 별장촌인 ‘산수간’이었다. 한 채에 우리 돈으로 10억원 정도 하는 별장촌 내에 전시장과 야외를 이용해 각종 전시와 이벤트가 열린 곳이다. 산수간은 그런 의미에서 순수예술과 상업성이 결합된 아트페어의 장이었다. 거대 사진집 출판사와 인쇄업체,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날아온 갤러리들이 차지했다. 중국에 진출하고 싶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뉴스 사진 에이전시 ‘시파’의 아카이브 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판매가 이루어졌다.

제5회 다리 국제사진전. 매년 열리는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진 축제다. 국경원 제공

눈길을 끈 것은 중국의 사진들이었다. 일단 이번 전시장 곳곳에 등장하는 것은 원로 사진가들인 여후민, 주선민 등 문화혁명 이전에 당에서 사진을 찍던 이들이다. 이들이 해방 후 문혁 시기까지 프로파간다로 촬영된 사진들을 대거 출품한 것이다. 이 전시작들은 60년대 초부터 문혁의 초창기인 70년대 초 사진까지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서 70년대 후반 사진들로 건너뛴다. 즉 이들도 하방당한 것이다. 흑백에 비연출처럼 보이는 것은 기록 또는 다큐멘터리로 분류하고, 컬러 대형 카메라에 강력한 조명을 이용해 찍은 혁명적 연출사진들은 우습게도 파인아트로 분류했다. 마치 러시아 형식주의의 후반기 작업의 재림이라고 할까? 하여간 이 작품들은 대형 프린트에 고급 액자에 넣어져 고가로 팔렸다. 도대체 인민의 세금으로 제작된 사진들을 개인들에게 파는 것은 또 뭔 일일까?

문화혁명 이후,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의 사진은 달랐다. 선명하고 명징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모두가 몽환적이다. 시작을 스트레이트하게 했더라도 프린트 단계에서 모두 회화적인 장치를 했다. 이는 마치 문혁 전의 작가들을 자신의 심상에서 지우는 작업처럼 잔인하고 결단 있게 나타났다. 또는 영화감독 자장커처럼 대거 중국의 개발 속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천착들이 보였다. 그 속도는 매우 빨라 보였고 견고해 보인다. 이들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출신들이 아니라 쓰촨이나 후베이의 변방 출신들이다. 이미 상하이 등의 유력 갤러리들은 이들과 전속관계를 맺고 작품을 사들이고 있었다.

사진문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아니라 변방의 풍광 좋은 고원 도시인 만큼 축제의 성향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중국인들에게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대륙은 카메라에 취했으니 말이다. 볼거리로 따진다면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창산은 일년 내내 흰눈이 덮여 있고, 얼하이는 푸른 호수에 흰 파도가 술렁이는 ‘동방의 스위스’ 또는 물고기와 쌀이 풍족한 ‘어미지향’으로 국내외에 명성이 높다. 여행과 사진이 어우러지는 워크숍으로는 딱이다. 당신이 여행과 사진을 좋아한다면 윈난의 다리가 제격이다. 그 찬란한 빛과 사진이 함께 있으니 말이다.

다리/글·사진 이상엽 사진작가

중국 윈난성 다리 여행정보

한국에서 다리로 가는 직항은 없다. 윈난성 쿤밍에서 육로로 4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쿤밍까지 직항이 있다. 다리는 윈난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들이 개척한 도시다. 역사적으로 유서 깊기 때문이다. 다리에서만 머물고 싶지 않다면 북쪽으로 가볼 일이다. 요즘은 모두 리장으로 간다. 국내선이 있지만 대부분 육로로 간다. 리장은 요즘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래서 가장 붐빈다. 조금 더 시간이 있다면 샹그릴라 중뎬까지 갈 수 있다. 티베트에서 가깝다. 윈난의 소수민족과 티베트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은 고도가 2000미터 이상으로 상춘을 즐길 수 있지만 조금 높아지면 고산의 고통이 온다. 겨울옷을 준비하고 상비약을 준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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