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02 20:19
수정 : 2013.10.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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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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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따루 주모’의 술타령
막걸리 집을 운영하다 보면 손님들과 맛깔나는 막걸리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된다. 어디 막걸리가 맛있는지, 어떤 막걸리를 메뉴에 추가했으면 좋겠는지, 어떤 안주와 어떤 막걸리가 어울리는지 등의 이야기들이다. 가끔 막걸리를 주문한 후에, 나를 불러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질문하는 손님도 있다. “이 막걸리를 어디 어디서 마셔봤는데 이 맛이 아니었다. 뭐 잘못된 것은 아닌가?” 그럴 때 나는 그 막걸리를 마셔본다. 그리고 말한다. 살균 막걸리가 아니라면 막걸리는 살아 있는 술이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그리고 계절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고.
쉽게 말해서 막걸리의 효모들은 막걸리에 있는 당분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 활동한다. 효모가 당분을 먹는 동안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는데, 이때 탄산이 생긴다. 당분이 다 없어지면 탄산도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단맛이 조금씩 적어지고, 새콤한 맛이 강해진다. 막걸리는 유통과정에서도 숙성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고향 막걸리를 현지에서 바로 마시는 것과 그곳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에서 마시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이런 막걸리의 특징 때문에 매일매일 막걸리가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조금씩 시음해본다. 오늘은 숙성이 어느 정도 되었는지, 어떤 맛이 나는지 느껴보고, 손님들에게도 그 맛을 설명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막걸리는 만들자마자 나온 것이 가장 맛있지만 대부분은 2~3일 지나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가게에 배달 온 막걸리가 아직 맛이 덜 난다고 판단되면 바로 팔지 않는다. 하지만 냉장고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오랫동안 보관하지 못한다. 한번은 한 막걸리의 판매원에게 조금 더 숙성된 막걸리를 갖다 달라고 했더니 놀라더라. 보통의 막걸리 집들은 바로 그날그날 만든 막걸리를 선호한다. 의외의 부탁이었던 것이다.
나는 모든 막걸리들을 조금씩 숙성시키면서 익어가는 그 맛을 즐긴다. 아, 이 막걸리가 3일 되었을 때 가장 맛있구나! 이 막걸리는 5일이 지나야지 제맛이구나! 6개월 보관하고 완전 청주가 된 막걸리도 마셔보았는데 일품이었다. 여느 막걸리는 오래 두면 식초가 되는데 그 막걸리는 식초가 되지 않고 청주처럼 맛있게 변했다.
생막걸리는 숨을 쉬는 술이다. 맛이 조금씩 변한다는 것은 막걸리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막걸리를 마셔도 오늘과 내일, 그리고 일주일 뒤에 항상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물론 요즘의 정형화된 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그것은 단점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막걸리는 왜 이런 맛이 나냐고 항의하는 손님의 마음도 이해한다.
여러분도 막걸리 네 병을 사서 한 병은 오늘 마시고, 한 병은 3일 후에, 한 병은 1주일 후에, 한 병은 2주 후에 마시고 맛을 느껴보시길. 이 막걸리가 어느 정도 숙성되었을 때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가를 알아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스릴이 있는 막걸리 여행이 되길 바란다!
따루주모 살미넨 따루 ‘따루주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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