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 스포츠카 동호인들의 ‘트랙 페스티벌’이 펼쳐진 지난 9월14일 인제 ‘스피디움’. 동호인들이 자신의 차를 몰고 S자 코스를 질주하고 있다.
|
[esc] 슈퍼카 타는 즐거움
수입 스포츠카들 모여 스피드 경쟁 벌인 인제 스피디움의 ‘트랙 페스티벌’ 참관기
강원 인제 내린천 부근의 모터스포츠 경기장 ‘인제 스피디움’. 올해 5월 문을 연, ‘포뮬러 원’(F1) 경기를 제외한 모든 국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국제 공인 서킷이다. 지난 9월14일 아침 6시,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물안개 자욱이 피어오르는 내린천변 국도를 따라 형형색색의 스포츠카 행렬이 이어졌다. 아침 8시부터 벌어지는 ‘수입 스포츠카’ 동호회만 참가하는, 한국타이어 주관 ‘트랙 페스티벌’(트랙 데이)에 참가하려는 차량들이다.
일부 동호회에선 동호인 모임에 참가할 때, 소유 차량의 컨디션 유지와 안전을 위해 서울 등에서 대형 수송차량을 빌려 8~10대씩 싣고 온다고 한다.
“오늘 행사엔 수입차들만 참가할 수 있습니다. 슈퍼카들도 한 20대 되지요.” 스피디움 시설관리실 김창일(43) 실장이 빗속에 울긋불긋 단풍잎 깔리듯 도열한 차들을 가리켰다.
앙증맞은 미니 차량에서부터 도요타 86, 베엠베(BMW) M3와 1M, 아우디, 포르셰 GT3 RS, 포르셰 카레라 GT, 페라리 458 이탈리아, 재규어 F타입, 포드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그리고 람보르기니 최신형인 아벤타도르까지. 스포츠카에 관심 있는 이라면 첫눈에 동공이 확대되는 느낌을 가졌을 법한 스포츠카들이 무려 120여대에 이르렀다. 대충만 계산해 봐도, 참가 차량의 차값 총액은 100억원이 훌쩍 넘어설 성싶었다. “대충 그렇게 되겠네요.”
김 실장은 “5월 개장 이래 거의 매주 레이싱 대회나 동호회 모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3.98㎞ 길이의 트랙이 변화가 심해 모험심 많은 동호인들이 수시로 찾아와 즐긴다”고 설명했다. 동호인들끼리 모여서도 오고, 이날처럼 후원기업 주관 행사에 각자 회비를 내고 참가하기도 한다. 스피디움을 하루 통째로 빌리는 가격은 2500만원이다. 스피디움 트랙은 커브가 180도로 꺾이는 이른바 ‘헤어 핀’ 코스에서부터 길이 700m인 직선 코스까지 다양하고, 높낮이 차가 50m에 이르는 ‘하드코어 코스’로, 변화무쌍한 질주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접수를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주의사항 설명을 들은 참가자들은 조별로 차량을 피트 앞에 대기시키고 차례를 기다렸다. 차량 성능에 따라 다섯 조로 나누어 차례로 트랙을 도는데, 조별로 20분씩 모두 4차례의 기회가 주어졌다. 헬멧과 장갑을 챙겨든 참가자들은, 빗속 트랙 질주를 앞두고도 모두들 기대감이 넘쳐 있었다. 베엠베 미니 차량들이 가장 먼저 ‘세이프티 카’(주행 선도와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차)의 선도를 받아 피트 레인을 출발한 뒤 부슬비 내리는 트랙 질주를 시작했다.
몇 안 되는 관람객(구경은 무료다!)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본 레이스는 역시 슈퍼카들이 나서서 기록에 도전하는 5조의 ‘타임 어택’ 시간이었다. 납작납작한 모습의 슈퍼카들이 저마다 다른 목청의 괴성을 지르며 맹렬한 기세로 굽잇길과 직선도로를 질주하자, 피트 건물 2층 유리창을 통해 트랙을 내려다보던 관람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트랙은 점심시간도 따로 없이 오후 4시 넘어까지 스포츠카들이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 찼다.
미니 쿠페S를 타고 참가한 이종수(22·고려대 경영4)씨는 “꼭 기록 도전이라기보다는 내 운전 기량과 차의 성능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날 참가한 모든 차량이 직선도로에 도열해 기념사진을 찍은 뒤, 랩타임(트랙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린 시간) 최고기록자 시상을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이날 최고기록은 1분53초590(닛산 GTR)이었다.
질주하는 차량들의 굉음에 귀가 익숙해지고 나니, 직접 운전대를 잡고 트랙을 달려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사실, 질주하는 그 느낌, 나도 아니까. 아주 조금은 안다. 직접 운전은 아니지만, 전날 조수석에 앉아 빗속 트랙 질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
‘트랙 페스티벌’ 행사 마무리로 기념촬영을 위해 트랙 직선 코스에 늘어선 스포츠카들.
|
슈퍼카 위에 하이퍼카‘ 슈퍼카’는 어떤 차를 말할까. 일반적으로 스포츠카 중에서도 최상급의 스포츠카를 가리킨다. 소량 생산돼 희귀성이 높고, 성능면에서 볼 때도 일반 스포츠카를 압도한다. 람보르기니·페라리·포르셰 차량들이 여기에 속한다. 흔히 내세우는 슈퍼카의 기준은 이른바 ‘제로-100’이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100㎞ 속도에 이르는 시간을 말한다. 슈퍼카로 불리는 차들의 ‘제로-100’은 3초대까지다. 일반적으로 수억원대의 슈퍼카를 ‘굴러다니는 아파트’라 부른다면, 슈퍼카 중의 슈퍼카, 즉 ‘굴러다니는 빌딩’으로 불리는 최상급의 슈퍼카들이 따로 있다. 이른바 하이퍼카, 또는 스페셜 슈퍼카라 부르는 ‘고성능 예술품’들이다. 프랑스 태생 브랜드인 부가티 베이론, 이탈리아 브랜드인 파가니 존다, 스웨덴 브랜드 코닉세그 아제라 등이 여기에 속한다. 12~16기통에 최대 1000마력, 최고시속 400㎞ 안팎의 슈퍼카로 가격은 최소 20억~40억원대다. 국내엔 전혀 없거나, 1대 정도 있었던 차량들이다. 올해 초 ‘2013 제네바 모터쇼’에선 람보르기니가 창립 50돌 기념으로 단 3대만 제작했다는 ‘베네노’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7단 수동변속기를 단 12기통, 750마력에 최고 시속은 354㎞, 시속 100㎞ 도달 시간은 2.8초에 불과하다. 가격은 39억원. 인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