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09 20:36
수정 : 2013.10.10 11:46
|
올리브티브이 제공
|
[esc] 요리
“제주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그들의 입맛에 따라 향토음식도 변했어요. 잊혀져가는 그 음식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제주토박이 강창건(59)씨가 올리브티브이 <한식대첩>에 출연한 이유다. 그는 30여년 경력의 제주토속음식 전문가 한수열(57)씨와 한 조를 이뤄 출연했다. 흔히 강씨를 ‘다금바리 장인’이라고 부른다. 다금바리 한 마리로 30여 가지 요리를 한다. 2006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열린 슬로푸드세계대회에 초청돼 국제적 인정도 받았다.
다금바리 장인이 전하는 제주 음식은 담백하다. “어릴 때 고춧가루는 거의 없었어요. 된장이 있었죠. 생된장에 식초, 마늘 넣고, 깻가루 넣어 양념 만들어 먹었죠.” 콩가루 섞은 콩된장으로 간하고, 메밀로 수제비를 만들고, 들판에 자란 호박잎 따서 돼지기름 넣고 호박국을 끓였다. “명절 때는 윗동네 사람들이 가져온 콩과 아랫동네 사람들이 잡은 생선을 물물교환했어요.” 지역마다 다른 기후로 산촌에 나는 작물과 중산간, 해변의 먹을거리가 다 달랐다.
“음력 6월20일은 닭 먹는 날이에요. 해삼, 문어 같은 거 잡아 같이 넣고, 한라산 야생 더덕이나 대추 넣어 끓여요.” 1960~70년대 제주 아이들은 ‘바릇 잡으러 가자’는 말을 노상 했다. 바릇은 바다를 말한다. ‘바다에 나는 이것저것 잡으러 가자’란 뜻이다. 몸(모자반)국, 멜(멸치)국, 보말(고동)국, 구살(성게)국 등 다채로운 국들은 이런 제주도만의 문화에서 나왔다.
그는 야간고등학교를 다닐 때 음식과 첫 연을 맺었다. 늦은 밤, 야채가게를 하던 누나를 도와 음식점들을 돌면서 수금을 했다. 갖가지 음식을 눈대중으로 익혔다. 아버지는 어부였다. 강씨는 목수로 살다가 해녀였던 아내가 바다에서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민박집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음식점을 열게 됐다. 80년대 언론에 맛집으로 소개되어 유명해졌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실 한가지.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 사람들이 말하는 다금바리는 자바리다. 도감에 다금바리라는 생선은 따로 있고, 제주 바다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 연구원들은 40~50년대 만든 어류도감의 오류 때문에 생긴 혼돈이라고 추정한다.
올리브티브이 <한식대첩> 2회 주제, ‘매울 신(辛)’을 받은 강씨는 난감했다. 본래 제주도에는 매운 음식이 별로 없었다. 한국전쟁 때 피난 온 호남인들로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청양고추 등을 넣은 ‘은갈치호박국’(사진)을 방송에서 선보였다.
박미향 기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