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16 20:40
수정 : 2013.10.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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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노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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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라노’
다큐멘터리 <노라노>는 한국에 서구 복식이 들어온 195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약 60년 동안 한국 패션사를 한 여성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1928년 경성 태생인 패션디자이너 노라노의 삶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유신정권, 민주화 등을 겪으며 근현대사 전체를 관통한다.
17살 꿈 많은 시절, 경기여고 졸업을 앞둔 노 디자이너는 정신대나 군수공장에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결혼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9살의 나이에 이혼을 결심한 그는 한 미국인의 비서로 일하다 그의 도움에 힘입어 1947년 여름 여의도 공항에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노 디자이너는 “자기 자신을 찾아 집을 뛰쳐나온 ‘노라’처럼, 나는 노명자가 아닌 노라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서양복식 입은 여성들을 사치와 허영의 화신으로 매도하던 시절 신여성들은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서 양복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그는 “해방 직후부터 여성의 위치가 없었던 한국 사회에서 용기를 심어주고 여자가 옷을 입고 자신감을 갖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여성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더불어 여성들이 활동하기 편한 의복으로 갈아입게 된 시기를 조명하면서 그사이에 노라노가 어떤 구실을 하게 되었으며 여론의 어떤 담론이 성행했는지 톺아본다. 전쟁 뒤 대한민국을 일으키기 위해서 여성에게 서양식 의복은 작업복이었으며 우리나라 기성복은 그렇게 파리 패션조합보다 먼저 자리를 잡게 됐다. 일하는 여성들이 입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고 입어서 당당하면서 불편하지 않은 옷을 만들어낸 사람이 노라노였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달 제주여성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고, 26회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오는 20일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여의도 아이에프시 지하 2층 씨지브이에서도 상영한다. (blog.naver.com/nora_noh). 31일 개봉.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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