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0.30 19:59
수정 : 2013.10.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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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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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한식대첩’과 함께하는 전국한식순례기
한식 서바이벌 프로그램 <한식대첩>에 충청남도 대표로 참가한 엄민호(29)씨는 다른 참가자보다 젊다. 3회에서 떨어졌지만 “시즌 투나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도 도전할 거다”라고 패기를 드러낸다. 조기 탈락에 의기소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식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다. 심사위원 심영순씨는 젊은이들이 한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말한 적이 있다. 엄씨의 경우라면 성공한 셈이다. 넉살 좋은 그는 함께 참가한 이영식(59)씨를 “아버지”라 불렀다. 이씨는 충남 안면도에서 게국지로 유명하다. 본래 게국지는 삭힌 김치, 호박 등을 넣고 끓이는 음식인데 그의 식당 ‘수라정꽃게집’의 게국지는 다르다. 2~3일만 숙성시킨 김치와 호박, 새우, 굴 등을 넣어 끓인다. 안면도는 꽃게 등 해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가을꽃게는 역시 수컷이죠. 암게는 산란기가 지나서 살이 별로예요.” 금산·논산 등 내륙지역과 서산·태안 등 해안지역을 아우르는 충남은 금강과 예당평야가 펼쳐져 있어 곡물과 해산물이 넉넉한 지방이다. 국물을 낼 때도 굴이나 조갯살 등을 이용할 정도다.
충남에 비해 충북은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는 내륙이다. 상대적으로 먹을거리가 적어 풍부한 식재료를 요리조리 활용한 화려한 음식이 별로 없다. 충남처럼 양념을 거의 쓰지 않는 담백한 먹거리가 많다. 바다와 접하지 않았다고 해서 생선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메기, 뱀장어, 붕어 등 민물생선이 풍부하고 말린 갈치, 굴비 등을 주로 먹었다. 최근 들어서는 제천의 약초음식과 괴산의 유기농 농작물이 유명하다.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한식대첩>의 충북 대표로 참여한 안경애(53), 지다윤(48)씨는 고충이 많았다. “향토색이 짙은 음식도 그다지 없어요.” 안씨의 말이다. 이들은 주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짜낸 그들만의 창작음식으로 승부했다. 안씨는 18년 경력의 충북 충주교육지원청 북부영어체험센터 소속 영양사 겸 조리사고 지씨도 서촌초등학교 영양사다. 충주여고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조리기능장 시험에 통과한 실력파다. “영양과 맛을 고루 붙잡으려는 음식을 늘 만들어요. 아이들은 아무리 영양이 풍부해도 맛이 없으면 안 먹죠.” 4회 때 안씨는 ‘닭내장탕과 닭날개 간장조림’을 선보였다. 육수는 닭똥집과 닭발로 내고 닭똥집은 갈아서 부추, 양파 등을 섞어 만두를 만들었다. 5회 우승의 기쁨을 안겨준 ‘쌈떡과 감떡’은 사과즙으로만 떡 반죽을 했다. 떡의 소는 영동의 반건시곶감을 다진 후 유자청, 꿀을 섞어 만들었다. 단호박, 쑥, 백련초 등을 가루로 내 섞어 색을 내기도 했다. 모두 창작요리다. 한식은 이렇게 또 진화하고 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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