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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리얼벗나이스의 이수형·이은경은 세계를 여행하는 콘셉트로 각 도시를 상징하는 문자와 그래픽을 섞었다. 2 김서룡은 ‘우아한 남성 슈트의 대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게 고유의 시적인 슈트를 선보였다. 3 스티브제이앤요니피의 정혁서·배승연은 유니콘 프린트와 자수 장식을 썼고 액세서리로 롱보드를 선택했다. 4 카이의 계한희는 힙합 문화와 하이패션, 스트리트패션의 상호관계에서 받은 영감을 효과적으로 풀었다. 5 고태용의 비욘드클로짓은 ‘소년들의 놀이터’랄 수 있을 정도의 일상복과 운동복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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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스타일]
패션평론가 홍석우의 서울패션위크 리뷰…경향의 일원화 벗어난 각자의 개성 돋보여
지난 10월23일 2014년도 봄/여름 시즌 서울패션위크가 6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최근 몇번의 서울패션위크는 미리 새로운 패션을 만나는 반가움과 운영상의 안타까움이 항상 공존했지만 이번 행사는 양쪽 모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전 컬렉션 지정 좌석제를 처음으로 도입해 현장 혼선을 줄였고, 모바일 표 예매도 불필요한 과열을 막는 데 적절했다. ‘아시아 패션 허브’를 위해 주변국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도 반갑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남성복 중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디자이너는 김서룡이다. ‘우아한 남성 슈트의 대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이 진중한 디자이너는, 컬렉션의 외부 요인을 통제하고 오직 ‘옷’에 집중했다. 너풀거리는 통 넓은 흰색 바지는 연한 크림색 겹여밈 재킷(더블브레스티드 재킷)과 함께했고, 발에 꼭 맞는 운전용 구두(드라이빙 슈즈)와 낙낙한 통의 바지를 접어 입고 펄럭이는 큰 치수(오버사이즈) 코트를 걸쳤다. 노장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이 대체로 동시대 패션을 반영하는 것에는 소홀한 데 견줘, 이번 김서룡 컬렉션은 동시대의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적인 슈트를 만드는 디자이너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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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을 보여주며 모델들에게 시구절을 들게 한 씨와이초이 최철용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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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문화에서 빌린 유니섹스 스타일
차분한 단색조의 남성복 등이 열쇳말 스티브제이앤요니피의 정혁서·배승연은 ‘팝 유니버스’라는 주제로 스트리트 패션 분위기의 남성복과 정교한 장식이 들어간 여성복을 함께 선보였다. ‘로맨틱 스포티즘’이라 칭한 컬렉션답게 유니콘 프린트와 선명(네온)하지만 부드러운 위장색(카무플라주)이 조화를 이뤘다. 두 디자이너가 최근 몰두하는 취미인 롱보드(스케이트보드의 일종)는 가장 돋보이는 액세서리 역할을 했는데, 피날레 뒤 직접 롱보드를 타고 무대를 한 바퀴 도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관객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스티브제이앤요니피의 스포티즘에서 주목할 것은 몸을 감싸는 정교한 자수 장식의 여성용 반투명(시스루) 코트와 대비되는 큰 치수의 남성복이었다. 마치 최근 힙합 뮤지션의 옷차림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디자이너 정혁서의 평소 스타일이 반영된 ‘현실적인 스트리트웨어’였다. 여성복 컬렉션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푸시버튼의 박승건은 지난 시즌에 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인상이었다. 현대 문화의 상반된 개념들인 비주류와 주류, 여성성과 남성성, 관능미와 활동성의 결합에 중점을 둔 디자이너답게 빨강과 파랑이 섞인 사선 체크무늬의 마(리넨) 소재 스웨트셔츠, 바지 가장자리에 주름 장식을 단 청아한 하늘빛 바지, 해군복의 자수 장식을 덧댄 연갈색 슈트 등이 주로 눈에 띄었다. 푸시버튼의 의외성에 열광하는 기존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의도 공원 텐트에서 치러진 서울패션위크의 스타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클로짓 컬렉션은 경쾌한 소년들의 놀이터로, 주제는 ‘체육관’(짐)이었다. 각종 운동기구 속에 자리한 모델들은 고태용 특유의 프레피 룩(미국·영국 등지의 사립학교 학생 같은 스타일)에 재치 있는 일러스트를 담은 고유 무늬(패턴)와 만나 토트백, 체크무늬 셔츠, 모자(후드) 달린 테일러드 재킷 등을 선보였다. 일상과 운동의 결합을 암시하는 큰 치수의 미식축구용 저지 티셔츠부터 민소매 셔츠와 함께 연출한 운동복(트레이닝) 바지를 윈드브레이커, 이른바 ‘스타디움 점퍼’로 부르는, 대학·고등학교의 대표팀 재킷인 바시티 재킷과 연출했다. 노랑과 주황, 감색과 낙타색처럼 대비되는 색을 영리하게 결합한 컬렉션이었지만, 옷의 만듦새가 더 보완되면 어떨까 하는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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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뒤 보드를 타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디자이너 배승연과 정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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