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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질을 지향하는 휴대용 오디오들. 1 아이리버에서만든 아스텔앤컨 AK120. 2 소니 워크맨(NWZ-F880)은 32GB, 64GB 두 종류로 출시된다. 3 팬택의 베가 시크릿 노트. 4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듣는 아스텔앤컨A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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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라이프
소니·아이리버, 휴대성만 강조하는 MP3 음질 개선한 하이엔드 휴대용 오디오 출시하며 왕좌 재탈환 노려
첫사랑과는 워크맨의 이어폰을 나눠 썼는데, 지금 여자친구와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스트리밍 음악을 함께 듣는다. 어느 방식이 더 나은가는 첫사랑과 현재 애인 중 누가 더 좋냐는 물음만큼 의미가 없다. 그사이 애인이 바뀌었듯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1990년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를 시작으로 지난 20여년간은 음악의 휴대성이 강조되는 시대였다. 이제는 음원의 질을 논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2013년 새로운 워크맨을 만났다.
소니 워크맨의 귀환
워크맨이 등장하기 전까지 음악은 오디오 앞에 여러 사람이 모여 앉아 듣는 것이었다. 1990년대 워크맨이 보급되면서 ‘음악의 개인화’가 선포됐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원하지 않는 외부 세상의 잡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 90년대 ‘아이들’의 특징이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수지처럼. 하지만 수지의 귓속 사정은 편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워크맨은 정교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물건은 아니었다. 실제에 가까운 생생한 소리는 여전히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들을 수 있는 음악은 한정됐다. 음반이 있어야만 들을 수 있었으니까.
애플이 ‘맥월드 2007’에서 아이폰을 발표한 지 6년, 이제는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을 스마트폰을 통해 들을 수 있다. 모든 음악을 가지고 다니며 들을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덕분에 더 이상 플레이어의 저장 공간도 중요하지 않게 됐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음악을 듣느냐에서 얼마나 사운드를 정교하게 들을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스마트폰을 통해 듣는 음악은 음원 손실이 많다. 값비싼 헤드폰을 사용해도 완벽한 사운드를 즐기기 어렵다.
10월 출시 소니 워크맨 프리미엄 음원 재생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다중설계 앰프로 원음 살려 지난 10월 말, 소니 워크맨이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았다. 다시 돌아온 워크맨은 음원 소비문화를 뒤엎을 만하다. 음악을 값싸게 대량으로 소비하는 시대에 음원에 대한 관심은 잊혀졌다. 디지털 음악 시장을 지배해온 엠피(MP)3는 파일은 가볍지만, 음원 손실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음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은 무손실음원(FLAC), 웨이브(WAV) 등의 프리미엄 음원을 재생한다. 음원 손실이 거의 없는 고해상도 파일 형식이다. 예전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일이 시디를 컴퓨터로 옮겨 고음질 음원을 추출하곤 했다. 하지만 고음질 수요가 크게 늘자, 최근엔 음악 사이트에서도 프리미엄 음원 서비스를 지원한다. 소니의 새로운 워크맨(NWZ-F880)에는 하이레졸루션 오디오(HRA) 시스템이 탑재됐다. 192㎑/24bit의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에서는 이런 고해상도 음원이 좀처럼 지원되지 않는다. 반면 워크맨은 하이파이 고급 오디오에 탑재된 디지털 앰프 기술이 적용됐다. 디지털 음원 사운드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문제는 프리미엄 음원이다. 엠피3 파일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또한 엠피3 파일을 이미 갖고 있어도 다시 음원을 구입해야 했다. 그래서 워크맨에는 일반 오디오 음원도 프리미엄 음원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오디오 엔진을 탑재했다. 음의 왜곡을 방지하고,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클리어 오디오 플러스 기능도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설치되었으며, 스마트폰만큼이나 얇고 작아 휴대하기 편하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탑재해 다른 스피커나 오디오 기기와 쉽게 연동할 수 있다. 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 아스텔앤컨 스마트폰 시대에 잊혀졌던 또다른 올드스타도 반격을 시도했다. 2000년대 초반 엠피3 시대를 풍미한 건 아이리버였다. 당시 세계 정보기술(IT) 분야를 이끌 국내 브랜드로는 아이리버가 손꼽혔다. 디자인과 제품 성능에 있어서, 삼성 엠피3 플레이어를 능가하던 브랜드다. 최근 아이리버는 아이팟에 밀리기만 했다. 엠피3 플레이어, 전자책 리더기 등 다양한 상품을 만들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그런 아이리버도 지난해 아스텔앤컨 출시로 다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스텔앤컨의 에이케이(AK)120은 휴대용 하이파이 오디오다. 원음을 휴대하며 들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기기다. 두개의 디에이시(DAC·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가 달린 다중설계 앰프부가 특징이다. 오디오 신호의 순도가 높아 뛰어난 심도와 명료도, 풍성한 공간감의 구현이 가능하다.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제작할 때 맨 마지막에 사용하는 엠에스큐(MSQ) 포맷을 사용해 시디에 비해 6.5배 많은 정보량을 손실 없이 재생한다. 음반 제작 당시의 마스터링 음원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셈이다. 컴퓨터나 시디의 음원을 유에스비(USB·이동식 저장장치)로도 옮길 수 있으며, 최대 192GB까지도 저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휴대용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에이케이10도 있다. 유에스비를 통해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면, 스마트폰에서 바로 고품질 음원으로 변환해 들을 수 있다. 호환되는 스마트 기기는 애플의 라이트닝커넥터 기기와 갤럭시 S3, S4, 노트2와 노트3 등이다. 스마트폰 음질 개선 G2·베가 시크릿 노트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은 애플과 삼성이다. 하지만 제품의 스펙만 보면 엘지의 G2와 팬택의 베가 시크릿 노트가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이 두 업체는 카메라 성능만 강조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다른 길을 찾았다. 스마트폰에 고음질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이다. G2는 세계 최초로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을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원음 수준인 192㎑/24bit 사운드를 제공한다. 빈 소년합창단 목소리를 G2에 담아 하이파이 사운드로 들려주는 마케팅을 택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팬택의 베가 시크릿 노트 역시 192㎑/24bit 사운드를 지원한다. 스마트폰에서 무손실 음원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발전이다. 물론 디에이시가 달린 휴대용 하이파이 기기처럼 무손실 음원을 완벽하게 재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에선 음원 재생 최강자들이다. 글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기자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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