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한남동 우사단길 탐방
홍대 앞 상업화에 피로한 젊은 디자이너들 모여 가게 내기 시작…제2의 가로수길 될까 우려도
한남동 낮은 골목길은 디자이너들의 거리다. 맞은편 큰길엔 꼼데가르송을 비롯한 유명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광고기획사 제일기획 옆 샛길로 한발짝만 들어서면 외롭고 도도한 작은 가게들이 줄 서 있다. 디자이너들이 하는 가게만 어림잡아 30곳 정도 된다.
하늘 위에서 본다면 한남동 골목길은 티(T)자 모양이다. 대사관길이라 불리는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카페 눈에서 한남동 골목투어가 시작된다. 유기농 커피를 파는 이곳에 앉아 있는 한시간 남짓한 시간에도 열댓명의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왔다. 성이석 사진작가는 카페 한켠 카메라를 두고 한남동 패션 피플들을 찍었다. ‘카페 눈’의 주인은 “6년 전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광고회사 직원들이 주로 왔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들이 많다”고 했다.
왼쪽에 있는 카페 ‘플리플리’에선 독립 디자이너들이 만든 디자인 상품을 판다. 창문과 벽에 설치한 진열장 ‘칸칸칸 공정무역’엔 과연 칸칸마다 좀비 모양의 초나 독립 출판물, 처음 보는 캐릭터 문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디자이너들은 작품이 팔릴 때마다 카페에도 수수료를 내긴 하는데 그만큼 또 커피 쿠폰으로 받는다니 이래저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카페를 드나들 수밖에 없다. 바로 옆 건물 ‘웨이즈 오브 씽’은 작가, 디자이너, 음악가가 합세한 예술프로젝트 그룹 ‘선인장’이 운영한다. 요리사가 오면 주말식당이 되고, 가수가 오면 노래가 시작되는 웨이즈 오브 씽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변덕과 아이디어에 따라 이리저리 모양새를 바꾸는 한남동을 닮았다. 12월31일까지 열리는 ‘언픽스드 프로젝트’는 그룹 ‘위댄스’ 일본팬의 스케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시다. “시인 이상이 하던 제비다방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번도 큰길가로 나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죠. 전시도 하고 포장마차도 하고 식당도 하면서 친구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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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낮은 골목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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