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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12.18 20:43 수정 : 2013.12.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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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한남동 우사단길 탐방
홍대 앞 상업화에 피로한 젊은 디자이너들 모여 가게 내기 시작…제2의 가로수길 될까 우려도

한남동 낮은 골목길은 디자이너들의 거리다. 맞은편 큰길엔 꼼데가르송을 비롯한 유명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광고기획사 제일기획 옆 샛길로 한발짝만 들어서면 외롭고 도도한 작은 가게들이 줄 서 있다. 디자이너들이 하는 가게만 어림잡아 30곳 정도 된다.

하늘 위에서 본다면 한남동 골목길은 티(T)자 모양이다. 대사관길이라 불리는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카페 눈에서 한남동 골목투어가 시작된다. 유기농 커피를 파는 이곳에 앉아 있는 한시간 남짓한 시간에도 열댓명의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나왔다. 성이석 사진작가는 카페 한켠 카메라를 두고 한남동 패션 피플들을 찍었다. ‘카페 눈’의 주인은 “6년 전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광고회사 직원들이 주로 왔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들이 많다”고 했다.

왼쪽에 있는 카페 ‘플리플리’에선 독립 디자이너들이 만든 디자인 상품을 판다. 창문과 벽에 설치한 진열장 ‘칸칸칸 공정무역’엔 과연 칸칸마다 좀비 모양의 초나 독립 출판물, 처음 보는 캐릭터 문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디자이너들은 작품이 팔릴 때마다 카페에도 수수료를 내긴 하는데 그만큼 또 커피 쿠폰으로 받는다니 이래저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카페를 드나들 수밖에 없다. 바로 옆 건물 ‘웨이즈 오브 씽’은 작가, 디자이너, 음악가가 합세한 예술프로젝트 그룹 ‘선인장’이 운영한다. 요리사가 오면 주말식당이 되고, 가수가 오면 노래가 시작되는 웨이즈 오브 씽은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변덕과 아이디어에 따라 이리저리 모양새를 바꾸는 한남동을 닮았다. 12월31일까지 열리는 ‘언픽스드 프로젝트’는 그룹 ‘위댄스’ 일본팬의 스케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시다. “시인 이상이 하던 제비다방 같은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번도 큰길가로 나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죠. 전시도 하고 포장마차도 하고 식당도 하면서 친구들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어요.”

한남동 낮은 골목길 전경.

2011년 12월 디자이너 김희영씨는 “소소하고 예스럽고 만들어진 느낌이 적은” 이 골목에 끌려 이곳에 가방가게 ‘류이케이’를 냈다. 지금 있는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열었다고 했다. 이 골목의 패션 상품이 그렇듯 류이케이에서 파는 가방은 디자이너의 개성이 뚜렷하고 값은 백화점 브랜드의 절반 정도다. 가방에 대해 묻자 김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이탈리아 소가죽 스타일의 가방을 직접 매어 보인다. 옷이나 가방, 모자, 목걸이를 사면서 그것을 만든 디자이너들과 말을 섞을 수 있는 재미도 보통이 아니다.

‘한남동 르네상스’는 예술가들과 디자이너의 창의성을 먹고 자랐다. 쇼룸이면서 작업실을 겸한 이 가게에서 디자이너들은 전시를 하거나 다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창의력을 경주한다. 편집숍 ‘엘스토어’에선 금속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두었다. 이 가게에선 2월부터 벨기에 금속공예 디자이너들의 전시회가 열린다.

낮은 한남동은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는 곳이다. 2012년 5월 골목 안쪽에 식당 ‘알밤’ 문을 연 조아리씨는 “이곳에서 내가 전부터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요리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한남동은 거칠지만 적당히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섞여 살아가는 곳”이라고도 했다.

한남동 일대의 다양한 문화공간과 사람을 매개하는 ‘사이사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술기획자 바이홍씨는 4년 전 홍대앞에서 한남동 골목으로 옮겼다. 낡고 오래된 느낌으로 예술가들을 사로잡던 한남동 골목은 날이 갈수록 세련되어지는 중이다. 그러나 예술적 감성이 대기업의 자본에 밀리게 된 홍대나 가로수길처럼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다. “변하더라도 서촌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동네의 원래 모습은 유지하도록요.” 한 디자이너의 말이다. “상업적인 것 말고 한남동의 문화적 얼굴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예술가들끼리 소소한 문화적 공유 지점을 만들어가는 중이죠.” 바이홍씨의 말이다.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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